800페이지가 넘는 <광기의 역사>를 보름 정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쨌든 이 책은 일단 두꺼워서 읽기가 쉽지 않았고 ,
푸코의 문장이 어려운 건지 번역이 어려운 건지 종잡을 수 없지만 문장이 난해한 부분들도 있었다.
여전히 다 읽어 내었다는 데, 포기하지 않고 페이지를 끝까지 읽고 덮었다는데, 독서의 의미를 둔다.
푸코는 중세 시대부터 자료를 찾아 제목 그대로 광기를 역사적으로 짚어본다.
자료는 방대하고 푸코의 모국인 프랑스 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의 상황과 광인들의 수용현황을 살펴 본다.
광인들이 수용되게 된 배경, 시대별로 다르게 바라보는 광인들에 대한 시각,
사회와 권력이 시대에 따라 광인을 어떻게 다루고 이용했는지에 관한 자료들로 가득하고
푸코는 자료를 토대로 주제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비평한다.
나에게 인상적인 부분은 수용된 광인을 다루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고 잔인하게 광인들을 대하는 간수들이 광인이 되어 간다는 것, 그렇게 다루고 취급하는 수용 시설이 있는 사회가 광기에 휩쓸렸다는 것,
그래서 결국에는 누가 광인이고 누가 정상인지 구별이 안 간다는 것,
종국에는 광인과 비광인과의 차이는 없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나에게 광인이란 이미지는 한편으로는 이성으로 통제되지 않는 폭력성과 잔혹성을 내보이는 사람들,
또 한편으로는 고흐처럼 한 가지에 미칠 정도로 몰두해 천재성을 보이는 것 두 이미지다.
전자든 후자든 광인은 우리가 사는 사회 곧, 문명화된 사회, 통제된 사회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광기는 또한 예술이나 학문 속에서 꽃 피우고 한쪽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나는가 보다.
고흐의 인상적인 그림들이나 니체가 이루어 낸 철학적 성과들을 보면 말이다.
광기는 타자화 된 시선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정상적으로 보여지기 위해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그 중에 어느 하나라도 튄다면 미친 x이라는 평가를 받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타자화 된 시선이 무서워 자유로운 본성을 버리고 눈치 보며 숨 죽이며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것은 일종의 억압일텐데, 내면화 되어 버린 억압으로써 본인이 억압을 당하고 사는 지 인지하지 못할 뿐더러
대부분의 사람들은 억압이라고 느끼지도 못 한다.
사회 시스템에 의해 교육에 의해 풍습에 의해 전통에 의해 만들어지고 주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본성이 억압을 느끼고 억압을 참을 수 없게 되어 감정을 표출하거나 행동으로 표출되어 나오면
그것은 사람들에게 '광기'라고 평가받을지도 모른다.
개인의 감정이 극에 달해 표현되는 광기는 가족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표현된'광기'는 아니 '광인'은 통제되거나 수용되어야 한다.
푸코는 그러한 광인들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통제되고 이용되어 왔는지를 중세 시대부터 르네상스,
고전주의 시대를 거쳐 19세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이르기까지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광기를 종류별로 나누고 - 예를 들어, 광란, 조광증, 우울증, 정신장애- 각각의 특징과 치료볍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접해 보지 않은 의학 서적을 탐독하는 기분이 들어 신선했다.
내 생각에 인류의 역사 속에서 광기의 절정은 전쟁인 것 같다.
수용소 안에 혹은 정신 병원에 갇혀 있는 광인보다 더 무서운 건 광기를 가진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히틀러나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들의 광기가 인류 역사에 전쟁과 학살이라는 비극을 남겼다.
권력이라는 이름의 광기, 탐욕이라는 이름의 광기, 이념이라는 이름의 광기, 종교라는 이름의 광기로 저질러진
폭력과 전쟁과 무자비함들이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이 있었던가.
그리고 지금 현재에도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것이 아마도 우리 인류가 경계해야 할 광기가 아닌가, 라고 푸코는 이 책을 통해 말하는 것 같다.
첫댓글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읽는 도전만으로도 멋집니다.
<광기의 역사>는 '광기'에 역사의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그 '광기'에서 권력을 읽고, 권력에 대한 저항의 역사를 읽을 수 있지요.
우리는 교육에 쉽게 순응하지만, "왜?"라는 질문을 통해 교육이 권력화가 되었고,
그 '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푸코의 사유입니다. .
푸코가 있기에 현대철학이 환하게 빛나지요.
푸코를 '현재의 역사가'라고 하는데, 그의 학문을 통해
그 동안 축척되어 왔던 지식들이 '고고학'으로 됩니다.
그의 책을 읽음으로써 현대철학자들의 사유의 맛을 알게 되죠.
이제 푸코에 일가견이 생겼군요. 축하합니다.
하나의 세계를 권력을 가진자가 임의적기준에 의해 동일자(우리) 와 타자(너)를 나눠
타자를 광기로 낙인시켜 배제한다는 의미로 이해되는데..
최진석교수강의에서 노자는 기준을 만든다는것은 구분 짖는다는 것이고
이는 곧 권력( 폭력 )이 된다는강의가 생각납니다
나는 위계질서에서 주인이 아니므로 하인이 아니면 안되고 나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게 아니라
위계질서유지를 위해 고정된정체성을 강요받는다
학교 와 가정에서 폭력을 당하거나 보았을때 아무리 힘들어도 인내하는게 좋은지 아니면 가출하여 도망가는게 좋은지 ?의문이다
피해자입장에서는 가출하는게 상책이지만 가출하게되면
사회는 가출 청소년 = 통제되지 않은인구 = 위험인물군 = 미래범죄인으로 도식화시켜버린다
학교, 병원 시스템도 하나의 폭력으로 볼 수 있지요.
원치 않는 강요를 당하기 때문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또한 병원에서는 치료라는 명분으로...
푸코는 이런 것들을 하나의 광기로 보고 해석을 하지요.
현대철학은 물론 문학에서도 푸코를 통할 수 밖에 없는 시대의 인물임에는 틈림이 없습니다.
푸코가 바라 본 '정신병원'이 갖는 의미, 왜 자신들과 조금 다른 사람들을 '광인'으로 몰아 정신병자라고 하는가?
권력의 기제는 '차별이고 사회에서 추방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권력자들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