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장반 가는 날은 합평회를 위한 시를 아침에 마무리하고 출발하느라 늘 바쁘다. 오늘도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은 2편을 가져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부지런히 마무리 작업을 하는데, 두 편째는 뭔가 어설퍼서 결국 1편을 프린트하고 출발을 하였다.
전철을 타러 가는데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기분이 이상하여 시계를 보니 1시간 일찍 출발한 것이었다. 왜 이렇게 살까? 그렇다고 집에 들어갈 수도 없어서 그냥 가기로 했다. 가천대에 도착하니 9시였다. 일찍 온 김에 운동이나 하자 생각하고 가천의 언덕을 올랐다. 기숙사가 보이는 대운동장을 지나 산으로 갔다. 운동부 학생들인지 저 앞에서 떼거리로 산을 오르고 있다. 그리고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별이 같은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사람도 보였다. 산을 올라가보니 산이 제법 크고 넓게 펼쳐져 있었다. 가천대에서 봤을 때는 산이 얼마 안보여서 이 산이 가천대 소유인 줄 알았는데, 일부만 해당되고 실제로는 산을 끼고 가천대가 위치하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운동을 하니 더워서 겉옷을 벗고 다녀야 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부지런히 하산을 하여 평생교육원 교무과에 가서 교수님을 뵙고 수업 자료를 받아서 교실에 왔다.
늘 반가운 얼굴이 나를 맞아주신다. 이봄 샘, 지영호 샘, 홍긍표 샘, 거기에 김영주 샘이 커피 봉사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계셨다. 심양섭 샘이 여러 사람한테 전수를 하는 바람에 커피 봉사자가 늘었다. 프린트 물을 나눠주는 사이에 김옥희 샘, 김성희 샘, 허복례 샘, 최혜순 샘이 오셨고, 교수님도 오셔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계셨다. 심양섭 샘이 연락도 없이 안 오셔서 어떻게 된 일인가 얘기하고 있는데, 뒷문으로 바로 들어오셨다. 심호랑이가 된 것이다. 별이가 걱정이 된다. 아빠가 호랑이가 되었으니 어떻게 하지?
교수님의 첫 수업은 우리의 무식을 일깨워주고 문학계의 희소식을 알리는 시간이었다. 세계 3대 문학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시작하셨다. 세계 3대 문학상은 스웨덴의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상, 영국의 맨부커상이라고 하셨다. 맨부커상은 원래 영국연방 국가에서 영어로 쓴 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했다. 2005년 비연영방 국가 출신 작가와 번역가를 위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따로 신설했다. 상금은 5만파운드로 작가와 번역자에게 균등하게 나눠준다. 이 맨부커 국제상에 우리나라의 ‘한강’ 교수의 ‘채식주의자’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다. 155편의 작품 중에 13편이 예심을 통과했고, 거기서 6편이 걸러졌는데, 그 안에 들었다는 것이다. 한강 외에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터키의 오르한 파묵도 최종 후보가 됐으며 이 외에 앙골라, 중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작가 등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5월 16일에 최종 발표가 되는데, 여기서 수상을 하게 되면 한국 문학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사가 될 것이다.
작가 한승원의 딸이기도 한 한강 교수는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예전 문창과 교수로 있다.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을 2004년에 완성했고, 그중 ‘몽고반점’은 2005년에 이상 문학상을 수상했다. 교수님을 초판을 갖고 계시다고 자랑을 하시는데, 그 초판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로 1부‘채식주의자’, 2부 ‘몽고반점’, 3부 ‘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작품이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기 위해서는 번역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긴 영국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28)도 함께 후보가 됐다. 스미스는 21세 때부터 한국어를 배워 불과 7년 만에 한국 문학 번역의 전문가로 명성을 높이게 됐다.
우리 시창작반도 원대한 꿈을 품고 세계적인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작품을 쓸 때는 ‘첫 문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다. 첫 문장은 첫 인상이다.
“간단한 첫 문장에는 그 문장을 읽게 만드는 것 말고 또 어떤 역할이 있을까? 바로 두 번째 문장을 읽게 만드는 것이다.” -- 미국의 카피라이터 조셉 슈거맨의 「첫 문장에 반하게 하라
➀ 김훈 「칼의 노래」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를 놓고 극심한 고민을 했다.
잠시 조사를 공부했다.
조사에는 격조사와 보조사가 있다. 문장의 성분, 구성, 기능을 하는 것이 격조사이고, 도와주고,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 보조사이다.
격조사에는 주격(이, 가), 목적격(을,를), 부사격(에게, 에), 관형격(의), 서술격(이다)가 있고, 보조사에는 ‘은, 는, 만’ 등이 있다.
➁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➂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➃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에이더」
“행복한 가정들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모든 불행한 가정은 엇비슷하다”
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 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시의 첫 행>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님의 침묵>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깃발>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추일서정>
시는 직유법과 은유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중에 은유법이 더 좋은 표현이다.
원관념(A)과 보조관념(B)의 관계에서 A=B일 때 은유(이것은=아우성, 낙엽=지폐), A는 B처럼, 같이, 듯이 등으로 표현하면 직유법이 된다.
어려운 공부를 해서 머리가 쥐나기 전에 뇌에 영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오늘도 우리 문우님들이 맛있는 간식을 많이 싸오셨다. 이봄표 송편, 김옥희표 딸기, 방울토마토, 키위세트, 김영주표 오렌지, 고구마, 심양섭표 뻥과자, 허복례표 빵 등이 화려하게 차려졌다. 사진을 찍고 맛있게 먹으려 수다를 떠는 것은 공부보다 더 재밌다.
먹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다가 조금 늦게 2교시 수업에 들어갔다.
2교시는 교수님의 홍보 시간이었다.
➀ 4월 21일 양평 용문사에서 ‘독립 기념비 제막식’을 하는데, 여기에 문교수님의 글이 올라가 있다.
많이 참석하면 좋겠다고 하셨고, 잠실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 앞에서 9시에 버스가 출발하니 그걸 이용해도 된다고 하셨다. 가천시창작반에서는 나와 허복례샘이 차를 가져가고 6명 정도 참가할 것 같다.
➁ 초우 아카데미-매월 2번째 화요일 오후 6시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예술가의 집
모시기 힘든 유명 시인이 나와서 강의를 하니 들으면 참 좋다고 하셨고, 실제로 용혜원 시인의 강의를 들어보니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➂ 초우 문학기행-6월 11일(토), 김유정 문학관
가천대에서 8시에 출발하고, 회비 1만원, 가천시창작반에서 고구마와 계란을 준비하기로 했다.
문학관 뿐만 아니라 관광지도 돌아보고, 맛있는 닭갈비도 먹고, 백일장도 하면서 흥겨운 시간을 갖자고 하셨다.
이어 본격적인 수업으로는 홍긍표샘의 ‘장독’과 오탁번 시인의 ‘장독대’를 읽으면서 시평을 해주셨다.
홍긍표 샘은 장독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해 주셨고, 음식점에서 수많은 장독을 보고, 어머니의 향기와 연결시켜서 훌륭한 작품을 쓰셨다. 아주 잘 쓰신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장독대
오탁번
할머니의 들숨으로
어머니의 날숨으로
알맞게 익어가는
우리집 간장과 된장
배불러 천정에 온 고모같은
막 달거리 시작한 누나같은
장독대의 크고 작은 독들이
햇살미역 감고 있다
이어 심양섭 샘의 ‘모란장에 가실 때에는’을 읽고 쓰게 된 배경 설명을 들었다. 이 시는 장경린의 ‘문학은 내 속을 돌아다니는 여행이다’란 시처럼 제목과 첫 연이 연결되는 시의 모델로 뽑아 오셨다. 수업 시간이 다 끝나서 자세한 설명을 다음 시간으로 미뤄졌다. 기대하시라.
우리 회원들과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간식을 잘 먹어서 바로 합평회로 들어갔다. 합평회는 7명이 참가하여 5명의 시와 시조를 놓고 서로의 느낌을 나눴다. 오랜만에 김영주샘이 ‘이슬’과 ‘봄비’ 2편의 시를 써오셨다. 이어 이봄 샘의 ‘진달래’와 ‘그냥 했어’, 홍긍표 샘의 ‘선거판 개개비’, 채기병의 ‘북향화’, 심양섭 샘의 ‘초록별’, ‘사월에 산에 오르니’ 순으로 진행됐다.
합평회를 하고 나오니 가천의 동산에 철쭉꽃이 예쁘게 피었다. 꽃을 본 우리 누님들 그냥 갈 수 없어서 예쁜 포즈를 취하니 한폭의 그림과 같다. 마음은 언제나 16, 이런 호사를 언제 누릴 수 있을까?
처남이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기도 했고, 오늘 좋은 시를 써서 칭찬을 많이 들으시고, 옷까지 새로 입고 오신 홍긍표샘이 점심을 사신다고 하셔서 축하하는 마음으로 달려가 찬치 국수와 주먹밥, 만두 등으로 포식을 했다.
첫댓글 공부 많이 했습니다 우리 회장님
어찌 다 기억을 하시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사진찍으신 홍금표샘 맛있는 커피로 봉사하시는 심양섭샘
샘들이 계셔 가천 시창작반은 늘 웃음속에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힘이 됩니다.
채기병선생님!
수업후기 읽을 적마다 너무 감동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세심하게 있었던 일과 느낌을 그로 옮길수 있나요?
선생님 의 글 읽는 재미가 큼니다.
감사합니다. 있었던 얘기일 뿐이지요.
저는 가천방송통신대 시창작학과 학생이 된 느낌입니다.
수료증 주나요?
최소한 한 번은 오셔야 합니다. ㅋ
가천시창작반은 문학기행에서 계란만 하는 걸로 했습니다.
채기병 선생님이 업로드하는 글은 막 땡겨.. 일명 마약글..
마약 많이 드세요.ㅋㅋ
훌륭한 후기입니다.^^
감사합니다.^^
빠짐없이 정리된 강의 내용과 사진 감사합니다.
봄빛처럼 화사한 가천시창작반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엔 교수님도 같이 찍어요.
이제야 열었습니다,
내가 빠진 사진 오랫만인 거 같습니다.
화사한 얼굴들 그 꽃이 더 아름답습니다.
결석하지 말고 1교시 2교시 3교시 다 해야
배가 되고 생기 나는 기쁨
거기에 풍덩하고 싶은 날에 이글을 읽습니다.
뵌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샘의 열정이 그립습니다.
채기병선생님 어제는 우중에 신맞게 도착하니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의 후기도 잘쓰시고 다재다능 하시고 열정이 넘치심 과 비빔밥의달인 극찬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의 인자하심에 평화로움을 느낍니다.
시간 헷갈림의 수준이 저와 비슷한 것도 같네요~~
그 산 그 길로 쭉 가면 중간에 전철역 한 곳 지나 남한산성까지 갑니다^^
아마도 성남 누빗길(?)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