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8일 토 壬戌일
편인 관대, 편재 묘지, 장성살
두 어 시간을 넘게 걷고 집으로 돌아와 방청소하고 씻고 책상에 앉으면 항상 비슷한 시간이다.
다리가 천근만근 무겁고 아파서 질질 끌며 다니는 것도 늘 같다.
그리고 차 한 잔 만들어 축시까지 꼬물거리며 뭔가를 한다.
반은 졸고 반은 자다 깨어서 꾸역꾸역.
농도 짙게 고요가 응축된 밤 시간이 제일 아까운 탓이다. 약간의 강박에 가깝다.
요즘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나의 기상벨이다. 정신이 확 든다.
질문자는 대부분 생각 많고 실천 안 되고 자기 확신과 자기 연민 사이를 줄타기하고
항상 남 때문에 세상 가장 박복하다.
자신의 스토리를 스스로 완성해서 출구 없는 방을 만들고 꺼내 달라 조언을 구한다.
그래서 헤어지라하면 온갖 핑계를 대며 못한다하고 그럼 숙이고 살라하면 그렇게는 더 못산다며 땡깡이다.
내공 만렙인 스님은 그 페이스에 말리지 않는다. 쉽게 연민하지도 더구나 위로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자기 입장, 자기 생각에 갇혀있는지 틀을 부수어 준다.
질문자의 눈물이 쏙 들어가도록 농을 하고, 꾸짖고, 쓴 소리도 지른다.
많은 사람들이 어리석고 대책 없는 강짜를 털어놓는데 그 사연 중 가장 마음이 짠한 것은
알게 모르게 학대받고 상처 입어 마음이 성장하지 못한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다.
부모가 살아온 과정, 현재 살아가는 꼴, 억눌린 분노, 절제 안되는 감정이 자식에게 고스란히 쏟아져
그대로 흡수되고 장애와 업으로 이어진다.
명리에선 배우자와 함께 자식을 조상으로부터 받은 업식의 결과물이자
명의 왜곡 혹은 발전 번영시키는 인자로 보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문점을 받지 않는 도사도 있다고 한다.
나는 늘 결혼은 않더라도 자식은 낳고 키우는, 남들 다하는 일상사를 겪어보고 싶었다.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육아와 성장의 전 과정은 온전히 엄마의 몸과 마음, 정신과 영혼을 갈아넣는 일,
그렇게 전적으로 희생을 해보아야 나의 업을 일부라도 갚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야 세상에 나와 한 일이 있다 말할 수 있다 생각했다.
아이를 낳으면 삼년은 일하지 않고 키우리라. 그렇게 완전하게 자식에 집중해서 키워낼 수 있는
물질적 환경을 줄 남자를 만나리라.
아이에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려와 속을 열 수 있는 한 편, 친구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그 또한 과도한 꿈이었구나 내 분에 가질 수 없는 원이었구나 인정하며 접었다.
나의 풀지 못한 이번 생의 업을 자식에게 대물려 고통을 세습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만도 유일하게 잘한 일이다 생각한다.
더 나이를 먹으면 시 상관의 팔자를 살려 내 아이가 아니라
세상에서 홀로인 아이를 거두고 먹이는 일을 하고 싶다.
아이에게 인생의 비상구가 되어줄 글쓰기도 가르치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나를 위무한다.
해가 기울 무렵,
토요일의 대진 바다가 정신사나울 것같아 관어대로 기엄기엄 올라갔는데
풍물시장의 노랫소리가 산 정상까지 들려온다.
그래도 짙푸른 바다에 보트는 질주하고, 스쿠버가 자맥질하는 명실상부한 여름 하루였다.
첫댓글 읽고 공감하고 감탄하며
외우려는 대목 또 발견.
아하~크흐~감탄사가 절로 질러나오네요.
저도 아이가 다섯살이 될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내손으로 키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아이가 돐도 되기전에 남편이 갑자기 직장을 때려치고 장사를 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한 게
낮에는 손님이 많이 없으니
남편이 혼자 하고 저녁 장사는 함께 하는 걸로 합의를 봤어요
그런 저를 보며 주위에서 말도 많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남편 혹사 시키는 물색없는 여자라고요~
돈이야 나중에라도 벌면 되지만 자식은 때를 놓쳐버리면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다행히도~ㅎ
작가님의 상관이 활성화 될 날이 멀지 않은듯요~
어느 누구보다 훌륭한 엄마가 될것 같네요~
응원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