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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순환과 국민소득
-‘GNP'의 개념과 그 한계성을 중심으로 엮어가는 경제 이야기-
권오철
경제학 박사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저서에 「거시 경제학」, 「화폐 금융론」, 「경제학 원론」,
「경제학 개론」, 「경제 에세이」등이 있다.
“한 나라 국민이 일정한 기간에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여 번 돈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국민소득은, 국민의 경제활동 또는 경제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
국민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 총생산이란 개념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한 기간(보통 1년)에 걸쳐 새로이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화폐단위로 평가해서 합산한 것을 국민 총생산(GNP)이라 한다. 이는 국민이 국내에서는 물론 국외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하여 만들어 낸 것도 포함된다.“
-「정치․경제」교과서 p.209, p210에서
《읽기 전에》
흔히 국민 경제는 순환한다고 한다. 하지만 왜 순환하는 것일까?
그 이유가,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게 된다는 자연현상과 함께 설명되고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듣는 ‘GNP’라는 용어의 개념과 그 측정방법이 일상생활의 예와 함께 설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통 한 국가의 경제 활동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GNP’의 한계성까지 설명되고 있다.
1. 소득 순환의 원리에 대한 이야기
“경제란 물이 흐르듯 흐르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흐르는 물처럼 경제도 계속 순환(circulation)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행위가 규칙적이고도 계속적으로 이루어제 일정한 사회질서를 형성할 때 그것을 “경제”라고 말하는 것이다. 경제행위가 개인이나 가정단위로 이루어질 때 그것을 ‘가정경제’ 또는 ‘가계(household)’ 라고 하고 국가적인 단위로 이루어질 때 그것을 ‘국민경제’라고 말하는 것이다.
국민경제는 생산→소득→수요→생산→소득의 순환을 계속하는데, 이를 ‘국민경제의 소득순환’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소득이 수요(demand)를 결정하고, 수요가 생산(production)을 결정을 하며, 생산은 다시 소득을 결정한다. 이런 순환관계는 물 흐르듯이 흐르는데, 이러한 순환적 흐름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면 그 경제는 침체의 수렁으로 빠질 것이다.
우리말에 “흐르는 물은 썩지 않지만 한 곳에 고여있는 물은 썩는다”라는 말이 있다. 상소도의 수원지(水源池)에서도 물을 계속 흐르게 하면서 물을 깨끗이 한다. 이처럼 경제도 순조롭게 순환을 계속할 때 견실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고인 물에는 독(poison)이 있을 수도 있다. 옛날 이야기에도 한 곳에 고여있는 먹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진나라 시대에 용감하고도 미남인 왕자가 한 본 계셨다 한다. 왕자는 사냥을 매우 좋아하였는데, 하루는 부하들과 함께 왕자가 사냥 길을 떠났다고 한다. 말을 타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 왕자는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왕자는 시냇가로 가서 맑은 물을 마시기로 했다. 그런데 그 산 속에 있는 웅덩이의 물은 보기에 무척 맑아 보였다. 왕자는 엎드려서 그 물을 마시려 하였다. 그 순간 독수리 한 마리가 번개같이 하늘에서 내려와 왕자의 목덜미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왕자는 물을 마시려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섰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하 중의 한 사람이 “왕자님 한 곳에 고여있는 물을 마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한곳에 고여 있는 물 속에는 나쁜 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왕자는 웅덩이의 물을 마시지 않고 웅덩이가 있는 위쪽의 바위를 살펴보았다. 그 순간 왕자와 부하들은 깜짝 놀랐다. 웅덩이가 있는 위쪽에는 큰 뱀이 혀를 날름거리면 독을 웅덩이의 물 속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큰 뱀은 웅덩이에 독을 흘려보내, 그 물을 먹는 동물들을 죽게 만들고 이렇게 해서 죽은 동물을 잡아먹는 요괴였던 것이다.
만약 왕자가 웅덩이의 고인 물을 마셨더라면 뱀의 독 때문에 사망하였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왕자는 자기의 목덜미를 잡아당긴 독수리에게 크게 감사하였다. 만약 그 독수리가 왕자의 목덜미를 잡아당기지 않았더라면 왕자는 독이 들어있는 웅덩이의 물을 마셨을 것이다.
이러한 일이 있고 나서부터 왕자는 산 속의 웅덩이 물은 절대 마시지 말라는 엄명을 모든 백성들에게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한 곳에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국민경제도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고 정지된다면, 그 경제는 웅덩이의 물처럼 썩게 되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순환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그림 1>과 같다. 현실경제에는 가계부문, 기업부문, 정부부문, 해외부문이 있다. 가계는 소비의 경제주체이고, 기업은 생산의 경제주체이며, 정부는 가계와 기업을 적절히 조정하면서 소비 또는 생산활동을 하는 경제주체이고, 해외부문은 소비와 생산을 같이 담당하는 경제주체인 것이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가계는, 기업․정부․해외부문에게 생산요소(자본, 노동, 토지)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이자․지대․배당을 받아 소비를 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어떤 한 개인은 기업․정부․해외부문에 취직을 할 수 있다. 취직을 한 사람은 노동력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이다. 받은 임금소득으로 그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재화와 용역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것이다.
기업․정부․해외부문은 가계에게 소비재(consumer goods)를 공급한다. 가계․정부․해외부문은 생산요소를 기업에 제공한다. 그리고 기업은 여러 가지 유익한 재화를 생산하여 가계․정부․해외부문에 판매한다. 우리나라의 기업이 생산한 물건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을 ‘수출’이라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세상에는 여러 개의 기업이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기업 상호간에 자본재(capital goods)를 거래한다. 한편, 정부와 해외부문은 기업이 판매하는 소비재와 자본재를 구입한다.
가계가 은행에 저축을 하게 되면,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서 투자를 하게 된다. 정부지출은 국민소득의 순환과정에 하나의 주입(injec-tion)으로 된다. 정부가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면, 가계로부터의 생산요소 구입과 기업으로부터의 소비재․자본재 구입이 증가한다. 그래서, 정부지출이 국민소득의 순환과정에서 주입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수입’이란 국내에서 획득한 소득으로 외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이 증가하면 국민소득이 외국으로 누출(leakage)된 것과 같은 것이다. 반대로 수출은 외국의 소득이 국내의 국민 소득 순환과정이 주입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각 나라들은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클 때 걱정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수입은 계속 빠른 속도로 급증하는데 수출이 정체상태에 있다면 그 나라의 경제는 침체되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소득순환에서 우리는 ‘삼면등가원칙(三面等價原則)’을 발견할 수 있다. 국민경제의 소득순환에서 살펴본 것처럼 총생산물 가치는 총생산물 판매액과 같아야 하고, 총생산물 판매액은 생산요소의 총소득과 같아야 하는 것이다. 이는 소득이 상품의 수요를 결정하고, 상품에 대한 수요가 상품의 생산을 결정하며, 상품의 생산에는 각종 생산요소(자본, 노동,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품의 생산은 다시 소득을 결정하는 순환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생산물 시장에서 생산물의 흐름을 포착함으로써 국민소득을 측정할 수 있는데, 이를 우리는 ‘생산국민소득’이라 한다. 또 국민소득의 순환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생산요소는, 생산에 참여한 보수로 임금․이자․지대․배당 등을 받는다. 이런 생산요소가 생산과정에서 받는 임금․이자․지대․배당의 흐름을 포착하면 ‘분배 국민소득’이 측정된다. 다음으로, 생산물의 흐름과는 반대방향으로 볼 때, 생산물에 대한 지출(expenditure)의 합계는 총 생산물 가치와 같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생산의 중간 단계에서 거래되는 중간 생산물을 제외하고, 최종 생산물(final good)에 대한 지출을 합계함으로써 국민소득을 측정할 수 있는데, 이를 ‘지출 국민소득’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생산 국민소득=분배 국민소득=지출 국민소득’의 관계가 성립한다. 즉, 국민소득을 생산․분배․지출의 세 각도에서 측정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같다는 원칙을 ‘삼면등가 원칙’이라 한다. 우리의 옛말에 “돌아가든 지름길로 가든 서울로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하여 서울로 모여들었다. 먼 지방에서 살고 있는 선비들은 한 달 전부터 과거 길로 떠나야 했다는 옛날 이야기들도 있다. 문경새재를 넘어가든, 문경새재를 돌아가든, 아니면 말을 타고 큰길로 가든, 서울로 가든, 서울에 도착하여 과거시험만 합격하면 되었던 것이다.
국민소득을 측정하는 데 있어서도 생산측면을 보든지, 분배소득의 측면을 보든지, 아니면 지출측면을 보든 지간에 세 각도에서 본 국민소득은 원칙적으로 동일하여야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의 순환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삼면등가 원칙’은 성립한다.
그러나 생산․분배․지출 사이에 다소의 시간차이(time lag)가 존재한다면, 어느 한 해의 국민소득이 세 가지의 방법에서 측정되었다 하더라도 동일하리란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생산․분배․지출의 경제행위에는 시간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말에 사용된 생산요소는 그 다음 해에 대가를 받을 수 있고, 또 연말에 받은 소득을 그 다음 해에 지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차이와 통계적 오차(error)를 무시한다면 ‘생산 국민소득=분배 국민소득=지출 국민소득’의 관계가 성립한다. 이를 ‘GNP의 삼면등가 원칙’이라 하는 것이다.
2. GNP의 개념과 측정에 대한 이야기
‘국민 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 : GNP)’이란, ‘일정한 기간 동안에 걸쳐서 한 나라 국민에 의하여 생산된 모든 최종 생산물의 시장가치를 전부 합계한 것’을 말한다. 국민 총생산 또는 GNP를 좀더 정확하게 정의하기 위하여 GNP의 정의를 한마디씩 살펴보기로 하자. GNP에는 일정한 기간이 명시되어야 한다. 보통, 3개월, 6개월, 또는 1년을 기간으로 GNP를 측정한다. ‘일정한 기간동안에 걸쳐서’라는 말은, 일정 기간 동안에 발생한 생산과 소득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 기간 이전에 생산된 중고품(used good)의 거래라든가 또는, 일정 기간 이전에 외상 거래되었던 것을 지금 지불한 것은 GNP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정 기간 동안에 걸쳐서’라는 말이 있기 때문에 몇 년 전에 지어진 집의 판매는 GNP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부동산 투기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몇 년 전에 지은 아파트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몇 년 전에 지은 아파트를 아무리 사고 팔고 해봐도, 그리고 몇 년 전에 지은 아파트 값이 올라가도 올해의 GNP는 올라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몇 년 전에 지은 아파트를 매매하는 것은 중고품의 매매이고, 중고품은 일정한 기간 이전에 생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몇 년 전에 지은 아파트를 아무리 사고 팔고 하더라도 올해의 GNP추계(推計,추측하여 계산함)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한 나라의 국민에 의하여 생산된이라는 말은, 그 나라 국민과 그 나라 국민이 소유하는 생산 요소에 의하여 생상된 상품과 용역(service)의 가치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이라도 외국인이나 외군인 소유의 생산 요소에 의하여 생상된 것은 GNP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에서 생산된 것이라도 우리 나라의 국민 또는 우리 나라국민 소유의 생간 요소에 의하여 생간된 것은 우리의 GNP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의 근로자들이 해외에서 물건을 생산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박으면 그 임금은 우리의 GNP에 포함되는 것이다.
걸프 전쟁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나 예로 들기로 한다. 걸프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온 세계는 바칵 뒤집혀졌었다. 그 중에서도 걸프 전쟁터에서 일하고 있던 우리 나라 근로자들은 매우 심한 고통을 받았다. 걸프 전쟁이 발발하기 전, 어느 회사의 한 청년은 이라크의 한 예쁜 처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미님인 그 청년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었고, 예쁜 처녀의 국적은 이라크였다. 미남은 그 청년과 미녀인 그 외국 처녀는 밤이면 사맏의 달빛 아래에서 인생을 이야기하고 신(柛)을 이야기하였던 것이다. 그러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그러나 두 사람의 국적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리고 공교홉게도 두 사람은 동일한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남편은 현장 감독으로, 부인은 현지의 통역관으로 근무하였던 것이다. 남편의 월급과 부인의 월급은 비슷하였다. 이들 부부는 서로가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걸프 전쟁이터졌어도 이라크를 떠나지 않고 그대로 머물렀다.사랑은 국경을 초월한다고 하던가? 이들 부부는 전쟁의 공포를 뛰어넘을 정도로 서로 사랑하였다. 그렇지만 남편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그리고 부인은 이라크의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부부가 받는 임금은 우리의 GNP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다.한 나라 국민과 그 나라 국민이 소유하는 생산 요소에 의하여 생산된 것이어야 GNP에 포함되기 때문에, 우리 나라 국민과 우리나라 국민 소유의 생산 요소에 의하여 생산된 상품의 가치라야만 우리의 GNP에 포함되는 것이다. 외구인 및 외국인 송의 생산 요소에 의하여 생산된 것은 우리의GNP에 폼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가 생산하여 해외에 내다 파는 수출품은 당연히 우리의 GNP에 포함된다. 그러나 다른 나라 국민이나 기업이 생산하여 우리 나라의 파는 수립품은 우리의 GNP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최종 생산물의 시장 가치만이 GNP에 포함된다. 최종 생산물이란 본래의 형태 그대로 수명을 다할 때까지 경제 주체들에 의하여 최종적인 용도로 사용되어지는 생산물을 의미한다. 콩나물, 구두, 넥타이 등과 같은 유형(有形)의 재화뿐만 아니라 오락 * 수송 * 의료 등과 같은 무형(無形)의 용역도 최종 생산물이기만 하면 GNP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종 생산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 * 반제품과 같은 중간 생산물(intermediate goods)은 GNP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간 생산물을 GNP에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는, 최종 생산물의 가치 속에 중간 생산물의 가치가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간 생산물의 가치를 GNP에 포함시키면 이중(double) 계산의 문제가 발생한다.
다음으로 시장 가치란 시장에서 거래되는 최종 생산물의 가치를 의마한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것은 원칙적으로 GNP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에도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것은 원칙적으로 GNP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에도 재미있는 형상이 있다. 어떤 중소디업의 사장이 살았는데, 그 사장은 마음씨도 착하고 미남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은 우리 인간에게 오복(五福)을 모두 내려 주지는 않는가 보다. 이 중소기업의 사장은 미남이고 건강하며 지헤로웠고 돈도 많았지만 부인을 일찍 잃었던 것이다. 중소기업의 사장은 처음에는 자기가 밥도 하고 빨래도 하면서 어린 아이들을 돌보았다. 그러나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장인 자신이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파출부를 한 명 고용했다. 그런데 그 파출부는 공굫롭게도 혼자 사는 여자 였으며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착했다. 처음 1년 동안 중소기업의 사장은 파출부에세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 파출부는 예쁘고 훌륭한 여자였던 것이다. 아이들을 정성껏 돌봐 줄 뿐만 아니라 집안 일을 자기 일처럼 현신적으로 하는 파출부에 대하여 사장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아이들도 그 파출부를 무척이나 따르고 좋아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하루는 사장이 파출부를 밖을로 불러내 자기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결혼해 줄 것을 요철하였다. 파출부도 미남이고 마음씨 착한 사장에게 반하여있던 터라 곧 결혼하게 되었다. 파출부가 사장과 결혼을 하였으니 사장집의 가정 주부가 된 건이다. 이런한 경우에 GNP는 어떻게 변할까?
파출부는 급료하는 대가를 받고 가정 일을 해준다. 따라서 파출부가 받는 급료는 가사(家事)하는 용역에 대한 대가이고, 시장에 거래되는 것이기 때문에 GNP에 포함된다. 그러나 똑같은 가사 일이라도 가정 주부가 자기 집에서 하는 일은 GNP에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정 주부가 자기 집에서 하는 빨래, 청소 등과 같은 가사 일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쁜 파출부가 파출부로서 사장한테 임금을 받을 때 그 임금은 GNP에 포함되지만, 그 파출부가 사장과 결혼하여 가정 주부로서 자기 집의 일을 할때 그것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가정 주부의 가사 일은 GNP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예쁜 파출부가 사장과 결혼하여 자기 집의 가사 일을 하면 액수는 적지만 GNP는 감소되는 것이다.
한편, 시장에서 거래되지 아노는 것 중 예외적으로 GNP에 포함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GNP의 계산에는 일관성(consistancy)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에 의해서 생산되지만 시장에서 판매되지 아노는 군숯품 * 도로 * 항만 *댐 등을 생산하는 데 드는 생산액은, 그 금액이 크고 게산하기가 쉽기 때문에 GNP계산에 포함된다. 또한 농촌의 농가(農家)에서 자기 집의 소비를 위해 생산하는 농산물, 그리고 주택 소유자 자신이 거주하는 가옥의 임대료도 그 액수가 대단히 크고 게산하기가 쉽기 때문에 비록 시장에 거래되지는 않지만 예외적으로 GNP에 포함시킨다.
다음으로 생산된 생산물이거나 용역이어야 GNP에 포함된다. 예컨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유가 증권의 매매는 GNP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식이나 매매 행위는 단순이 자산(資産, 재산)의 교환 행위이기 때문에 생산 활동이 아니다. 따라서 주식이나 채권이 아무리 활발하게 매매되더라도 GNP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주식투기로 주식매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더라도 GNP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주식의 판매자와 매입자 사이에 주식의 교환행위가 있었을 뿐 주식매매로부터 생산활동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3. GNP의 한계성에 관한 이야기
GNP는 한 국가의 경제활동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measure)로서 널리 사용된다. GNP가 증가한다는 말은 국민경제적인 생산․고용․소득․공장조업 등이 증가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경제 성장률은 실질 GNP성장률과 동일한 말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GNP의 개념에는 여러 가지 한계성이 있다. 그 중에서 중요한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GNP에는 여가(leisure)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 여가는 우리 인간 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사람이 돈을 벌고 노력하는 것도 즐거운 여가를 잘 즐기기 위한 것이다. 돈을 아무리 벌었더라도 즐거운 여가를 즐길 수 없다면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다. 여가를 반영하지 않는 GNP는 결국 국민들의 경제후생(economic welfare)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할 수 없다. 예컨대 어떤 공무원이 정원 가꾸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 공무원이 공무(公務)로 일할 때는 여가가 별로 없어서 정원을 가꿀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항상 바라던 정원 가꾸기를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정년퇴직하면 월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GNP는 감소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년퇴직한 그 사람이 항상 바라던 정원 가꾸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복지는 증대되는 것이다. 따라서 GNP는 국민들의 후생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보기 힘든 한계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둘째, GNP는 물질적인 생산만을 계산하고 있을 뿐 생산 과정에서 파생되는 수질오염(water pollution), 공기오염, 교통혼잡 등의 각종공해는 도외시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폐놀사건 등과 같은 물의 오염이 심각하다. 그리고 각종 공장과 자동차에서 내뿜는 아황산가스 때문에 대도시의 공기는 크게 오염되어 있다. 이제는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도 마찬가지다. 산간벽지에도 산성비가 내리고 물이 오염되고 있다 한다. 우리 인간이 매일 마시는 물이 더러운 물질로 오염이 되는데 GNP가 증가된다고 해서 국민들의 복지도 향상되었다고는 보기는 어렵다 GNP는 각종 공해를 발생시키는 물질적 생산은 포함하지만, 공해로 감소되는 국민들의 복지를 공제(subtractraction)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행복을 무엇으로 기준 삼을 것인가? 물질적인 생산물이 많이 증가하더라도 페놀로 오염된 물ㅇㄹ 마셔야 하고 아황산가스로 오염된 공기를 매시간마다 마셔야 한다면 그 나라의 국민복지는 향상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각종 공해를 반영하지 않는 GNP는 국민복지측면에서 한계성을 가지는 것이다.
셋째, GNP는 밀수․도박․사채놀이 등의 지하경제(地下經濟, underground economy)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최근 어떤 외국인이 마약을 작은 캡슐모양으로 포장하여 삼킨 후 우리나라에 입국한 사건이 있다. 호텔에 돌아와서 그 외국인은 캡슐모양의 마약을 자연적인 생리작용으로 몸밖으로 배설한 후 그 마약을 마약조직에게 밀매하려다가 체포되었다. 그 외국인이 체포되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체포되지 않았다면, 마약을 밀매조직에게 판매하고 그 대금을 가지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더라면 우리의 소득은 해외부분으로 흘러나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밀수는 GNP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넷째, GNP의 계산방법은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가정주부의 가사노동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GNP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지만 군수품․도로․항만․댐 등의 생산액은 액수가 크고 계산하기 쉽다는 이유로 GNP계산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GNP의 계산방법은 일관성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논의한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GNP는 한 국가의 경제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여가, 공해, 밀수 등의 금액을 정확히 반영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몇 가지의 한계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GNP를 경제활동 수준의 척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GNP의 한계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토빈(J.Tobin)과 노드하우스(W.D.Nordhaus)는 ‘경제후생지표(measure of economic welfare, MEW)'라는 새로운 척도를 만들었다. 경제후생지표는 GNP에 가정주부의 용역과 여가를 더하고 각종 공해비용(pollution cost)을 뺀 경제후생지표인 것이다. 그러나 여가와 각종 공해비용을 정확하게 계산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노벨 경제학자인 사뮤엘슨(P.A.Samuelson)은 경제후생지표를 일명 ‘순경제후생(net economic welfare, NEW)’이라고 불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환경오염으로 감소하는 국민복지를 감안해야만 올바른 경제후생지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환경오염 문제와 관련된 경제후생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경제 에세이」(권오철지음), 또는 「포켓 속에 작은 경제학」(권오철 지음)에서 다루고 있음).
한편, 국가들 사이의 경제력과 생활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국민총생산보다 상대적 개념인 1인당 GNP를 사용한다. 1인당 GNP를 비교해야만 국가들 사이의 상대적 생활수준을 잘 비교할 수 있다. 중국은 인구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전체규모로 본 GNP는 상당하지만, 1인당 GNP로 계산하면 형편없다. 왜냐하면 인구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는 별로 많지가 않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의 1인당 GNP는 매우 높다. 1인당 GNP가 높은 나라는 보통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높고 경제력도 크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1인당 GNP가 높기 때문에 걸프전쟁시 상당한 군사비를 댈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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