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문제로 나라 안, 특히 영남 지방이 시끄럽다. 정작 주민들은 가만히 있는데 정치권만 시끄러운 것 같다. 같은 형제 간인 PK와 TK 간에 '가덕도냐, 밀양이냐'를 놓고 死生결판을 하려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하고 하여간 점입가경이다. 집안 싸움을 남의 닭싸움 보듯 더민주당은 즐기고 있고 새누리당은, 親朴과 反朴간의 싸움에 이어서 당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지리적 여건으로 보면 공교롭게도 부산/경남과 대구 경북, 친박과 반박간의 싸움의 연장전으로 비화될 소지도 없지 않고 조짐도 다소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치적 관점, 정치적 논리로 풀어서는 결코 아니되고, 좌고우면할 필요 없이 무조건 경제 논리로 접근하고 경제 원리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비행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군과 항공사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바친 필자로서는 신공항 건설에 무척이나 관심이 가고 필자의 경험이나 현실적 모든 여건을 감안하면 밀양을 선택해야 할 타당성이 10이라면 가덕도는 90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선 필자는 영남권 출신이나, 호남권 출신이 아님을 밝히면서 가덕도가 적격인 이유를 설명드릴까 한다.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로는 활용도, 즉 경제성, 이용 편의성, 경비(예산), 환경, 안전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우선 고려 요소는 활용도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활용도란 것은, 완공 후의 문제이고 당장은, 어느 곳이 착공 및 완공이 수월할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 인구가 가득 들어서 있는 곳에 주민들을 쫓아내고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주민들의 사생결단 식의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좁은 국토 여건과 과밀한 인구 밀도에서 부지를 선정하고자 하면, 기존에 해당 부지나 인근 거주 주민들은 생활의 터전을 잃게 되고 거처를 옮겨야 한다. 거주지를 옮기는 문제는 기득권 보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직접 토지가 수용되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인근 주민들은 공항이 들어설 경우 유발하는 소음 공해를 걱정하기 때문에 착공 전부터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게 되는 것은 필연이라고 할 것이다.
주민 반발에 의한 공사 방해, 엄청난 불상사까지를 예견한다면, 어느 곳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공사 기간이 달라지고, 투입해야 하는 예산의 규모와도 직결된다. 반발하는 주민들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속된 말로 결국 돈으로 때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인구가 조밀한 밀양과 바다와 접한 한적한 섬인 가덕도의 입지를 따져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우리는 제주 해군 기지가 주민들의 반발로 얼마나 공정이 늦어졌고 반대 주민들을 무마하기 위한 직간접적인 보상금, 주민들이 해달라는 부대 시설 등 얼마나 국력을 낭비하고 추가 경비가 소요됐는지 기억할 것이다. 반면에, 영종도란 외딴 섬에 건설한 인천 공항은 피해 주민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주민들의 큰 저항 없이 정해진 공기에 맞춰서 예산 낭비 없이 완공할 수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2. 활용 과정에서 안전이 최우선이다.
현재 김해공항의 대안 공안으로 모색되는 신공항을 건설하고자 하는 데는, 사실 김해 공항의 수용 능력의 한계,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민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핵심적 이유 중 하나가 김해공항은 지형적 입지 조건상 안전상의 문제로 대형 항공기가 이착륙하기에는 너무 위험하여 부적절하기 때문인 것이다.
익히 기억하는 바와 같이 김해공항 활주로 진입 연장선상에 있는 높은 산 때문에 조종사들은 매번 이착륙 때마다 퍽이나 불안해 하고 있으며, 중국 민항기 참사가 김해 공항의 지형적 위험성을 잘 말해 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구릉지와 산악 지형으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 국토 여건상 자연 장애물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비단 김해공항 사고뿐만 아니라 목포공항에 접근하던 아시아나 항공 사고에서 생생하게 경험하였다.
접근로가 한 없는 평지와 마찬가지인 바다로 된 가덕도와 높고 낮은 수많은 구릉지와 산들로 형성되어 있는 밀양은 비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밀양의 경우, 그 많은 산들이 초래하는 안전상의 장애 요인을 전부 제거하려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추가 인력과 공기(工期)를 요하고 산악을 제거하는 데 돈은 얼마나 더 필요할지 눈에 선하다. 그렇다고 공기나 예산을 아끼기 위하여 절개해야 할 산의 높이를 안전 고도 이상으로 제대로 잘라내지 않고 남겨둔다면 항공기 이착륙에 눈엣 가시처럼 위협 요소가 될 것이다.
3. 소음 공해는 두고두고 골칫거리다.
공항의 입지를 잘 선정해야 하는 문제는, 막상 공항이 완공되고 나서 끝없는 공항 주변 주민들에게 소음 피해를 입혀서 고통받게 하고 민원과 보상 요구, 비행장 철거 요구, 소송 등 이루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예상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을 최적지로 선정해야 한다.
필자는 항공사에 근무하면서 이런 문제를 많이 겪어봤고 엄청 시달리기도 했고 주민들에게 멱살을 잡힌 경험도 있다. 김포공항 한 곳의 예만 들어도, 이 공항은 건설된 지가 80년이 됐는데도 아직까지도 거의 매일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에 대한 각종 민원이 답지한다.
신정동을 비롯하여 신월동, 오정동 등 활주로 진입로 연장선상에 사는 주민들이 개인 혹은 집단으로 그간 제기한 민원만 해도 수십만 건에 달하고 그 중 소송이나 중재에 이른 것도 수백 건, 피해를 보상해준 금액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주택이 금이 갔다는 민원에서부터 항공기가 추락할까 봐서 두렵다, 빨래를 널어 놓을 수가 없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심지어 사람은 물론, 기르는 애완동물이 유산했으니 보상하라는 요구까지 민원의 종류도 다양하고, 한 사람이 제기하고 이사를 가고 나면 다시 이사온 새로운 사람이 제기하고 정말 끝이 없고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인 것이다.
대한민국에 통행금지는 사라졌지만 김포공항에는 심야 시간대 비행이 금지되는 통행금지(CURFEW)가 여전히 존재한다. 영종도 신공항이 생겨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김포공항의 늘어나는 교통량을 처리 못하는 문제와 더불어 밤새 유럽이나 미국에서 시차의 벽을 딛고 달려온 국제선 항공기들이 심야 시간대 이착륙을 피하기 위하여 항공기 출/도착 스케줄을 조정하는 문제와 주민 민원도 한 몫을 한 것이다.
가덕도를 선정하면, 바다가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한, 민원 문제는 영종도처럼 99% 없겠지만, 밀양의 경우를 상상해 보면, 그 부작용과 후유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상시적인 민원 외에도 트집잡기 좋아하고, 떼를 쓰면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얼마나 많은 민원이 연중 무휴로 쇄도할 것이며, 피해 보상 소송은 얼마나 많이 제기될 것인지 안 봐도 뻔하다고 할 것이다.
4. 환경 훼손/파괴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밀양에 새 공항이 들어서려면 크고 작은 산 7~8개를 깎아내야 한다고 했다. 가덕도의 경우 밀양과는 비교가 안 되는 아주 낮은 구릉 하나만 살짝 밀어내면 된다고 했다. 밀양으로 선정할 경우, 조물주가 주신 천혜의 자원인 산들을 7~8개나 절개하고 밀어내는 것은, 가덕도라면 하지 않아도 될 환경 파괴가 아닐 수 없다. 천성산 터널 하나 뚫는데도 도롱룡이 죽는다고 그 난리였는데 밀양의 경우는 도롱룡이 수천만 마리 죽어야 할 것이고 지율 스님같은 법사, 비구니들에부터 인근 사찰 신도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이 불도저를 깔고 지나가라고 드러눕게 될지도 모른다.
환경 파괴 문제뿐만 아니라 이에 반대하는 시민/환경/종교 단체들의 반대로 착공에서 완공까지 험난한 과정을 예고하고, 당초 예정 공기 자체도 산을 깎아내는 데 요하는 가외의 기간 외에도 반대시위에 의한 공사 지연으로 공사가 얼마나 늦어질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공사의 차질로 공기가 늘어나면 주민 불편 또한 더 늘어나고 신공항을 활용할 수 있는 시기도 늦춰지며 가덕도로 선정할 경우 필요 없는 산악 지역 굴착 및 발파, 토사 제거/운반 비용, 늘어난 공기에 대한 비용에 다가 공사 방해 지연에 따른 추가 예산, 반대 주민 무마를 위한 별도의 경비 등이 필요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래도 밀양을 고집할 명분이 있을까?
5. 밀양은 반쪽 공항, 활용도가 떨어진다
일제 시대에 김포공항을 건설할 당시 김포공항 지역은 주민이 살지 않는 그냥 논밭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 후에 공항 주변에 늘어난 주민들의 고통 때문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김포공항에는 자정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비행기 통행 금지 제도가 설정되어 있어서 이 시간에 김포공항에 착륙하도록 되어 있는 항공기들은 불가피하게 인천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밀양에 24시간 항공기가 이착륙하게 주민들이 놔둘 리가 없다. 수면은 인간의 원초적 생리적 욕구이기 때문에 수면권만은 먹고 입는 문제보다도 더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인권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결국 밀양공항은 김포공항처럼 통행금지가 불가피한 반쪽 공항이 될 수밖에 없고 활용도가 떨어지게 된다.
가덕도 공항은 이런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인천공항처럼 24시간 상시 운영을 할 수 있게 된다. 영종도 공항이 자정 이후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는 반쪽 공항으로도 세계 1등 공항이 될 수 있었겠는가! 비행장을 만들었으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경제성 원칙에도 부합되는 것이다. 거듭 묻고자 한다. 이래도 밀양을 고집할 명분이 있는가?
6. 공항 접근성에서 밀양이 낫다지만
영종도에 신공항을 건설한다고 처음 했을 때 서울 시내에서 거의 두 시간이 걸리는 섬 구석에 공항을 건설하면 누가 비행기 타러 하루 반나절 소비를 감수하려고 하겠느냐면서 반대론자들이 주장을 했다. 저 부산이나 대구, 광주에서 올라와서 해외로 나가야 하는 승객들의 불편도 생각이나 해봤느냐면서 몰아 붙였다.
일본도 그랬다. 하네다 공항이 협소하여 동경 시가지에서 100분 거리에 위치한 나리타 공항을 건설한다고 했을 때 일본 국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영종도 공항을 세계 최고의 편리한 공항으로, 일본인들은 나리타 공항을 불편 없이 잘 이용하고 있다.
영종도가 서울 도심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것 맞다. 그러나 휴전선과의 거리를 감안하고 소음 공해, 주민 반발을 극복하고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대형 공항을 건설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거의 없었기에 차선책으로 영종도를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종도의 접근성은 당초 생각했던 것만큼 완공 후에 보니 심각하지는 않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우리는 김포공항에서 영종도까지 논스톱으로 달릴 수 있는 고속화도로를 건설하여 고속이라는 속도의 문제로 시간을 절약하여 이 문제를 완화 극복하였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다. 항공 여객 수요가 늘어나자 우리는 이에 걸맞게 신공항을 연결하는 육상 교통 수단으로 고속화 도로에 이어서 연속적으로 철도를 건설하였다.
이름하여 '신공항 철도'라고 명명된 철로에는 일반 열차뿐만 아니라 고속 직행 열차까지 개통하여 서울역에서 영종도 신공항까지 100분 거리를 불과 43분(직통 기준) 만에 주파하는 기적을 창출함으로써 접근상의 불편을 해소했다.
게다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얼마 전에는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시간을 절약하여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KTX와 신공항 철도를 연결시킴으로써 지방에서 올라오는 승객들의 환승 시간을 대폭 축소하였다.
가덕도에 공항이 건설된다면, 인천 공항의 선례가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가덕도에 대한 접근성 불편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결국 밀양이 신공항 후보로서 가덕도보다 다소 앞서는 단 하나의 요건인 접근성의 이점은, 가덕도가 빠른 속도로 이를 보완하면 다른 모든 조건들을 압도할 결정적 장점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것이다.
7. 명분상으로도 가덕도가 적지(適地)다
부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 2의 도시다. 남북 통일이 되어도 평양과는 비교가 안 되는 통일 조국 제 2의 도시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게 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부산은 또한 해양 대국을 꿈꾸는 대한민국 제일의 관문(關門)이다. 그 이름에 걸맞는 수준의 국제 공항이 버티고 서 있어야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에 걸맞는 균형점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가덕도 신공항은, 없던 공항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산공항(김해공항)을 대체하는 대안공항인 것이다. 부산에 소속됐던 공항에 문제가 있어서 대체 공항을 건설한다면 그 지역 주민들의 근처에 건설되어야 하지 그 공항을 다른 지방에서 뺏어간다면 이것은 항도 부산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상징물을 다른 지역에서 훔쳐가려는 양심 불량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명색이 대한민국 제 2의 도시라고 하면서도 좋은 것은 모두 서울이 아니면 수도권에 몰아주고 그나마 수십 년 부산 경남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신공항을 타 지역에서 뺏어가려고 한다면 부산/경남 주민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지역 연고나 정치적 논리가 끼어들어서는 아니된다. 오로지 경제적 원리와 자연적 섭리에 따라야 하고 어느 모로 보더라도 밀양보다는 가덕도가 답이다.
밀양 주민들 중에는 벌써 공해 문제 때문에 일부지만 반대하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밀양을 비롯하여 북부 경남 주민들은 눈 앞의 이익보다는 大局的 견지에서 가덕도 결정에 따라야 하며, 대구, 경북 지역 주민들도 이 문제로 무리한 욕심을 부려서 형제간 갈등을 조성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친박계 정치인들은 가덕도 선정에 반대하기보다는 일치 단결하여 성원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적 논리나 효용성을 무시하고 대구 경북과 가까운 밀양을 선정하는 데 입김을 작용하여 자신의 재임 중 치적으로 삼으려고 한다거나 반박/비박 진영에 대한 결정타를 날려서 교훈을 주겠다는 황당하고 속 좁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전체 대한민국 국민들, 특히 부산/경남 주민들을 무시하고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친 故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셨을지, 선친이 포철의 입지를 포항에 선정하신 과정, 박태준 회장과의 관계 등을 교훈으로 삼는다면 답이 보인다고 할 것이다.
혹시라도 최종 결정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밀양을 선택할 경우, 내년 대선에서 보수 우익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가능성에 친박 인사들이 뿌린 소금 위에 청양 고추를 마대로 집어넣어 국민들의 염통에 불을 지르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직 통치자의 연고지와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제성 문제는 등한시하고 무안에다가 김대중 공항을 건설해서 타 지역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됐던 그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말 것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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