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어르신들의 밥상지킴이'를 찾아서
Previous imageNext image
오후 12시,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새마을회관 지하 1층을 찾아갔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따뜻한 밥 냄새와 함께 어르신들의 담소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이곳은 용인시 마을공동체 중 하나인 '어르신들의 밥상지킴이'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이다.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면서 노인 문제는 더 이상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2022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39.7%에 달하고, 40년대생 및 그 이전 출생 세대의 노인빈곤율은 40% 이상이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역사회의 무료급식소는 단순한 끼니 해결을 넘어 어르신들에게 소중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로 가득 찬 무료급식소
Previous imageNext image
지하 1층에 들어서니 이미 5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고 계셨다.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계실 테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모두가 한 가족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혼자 오신 어르신도 계셨고, 동네 친구와 함께 오신 분들도 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보여주는 세심한 배려였다. 어르신들이 직접 배식대에서 음식을 받기 어렵다보니,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식판에 밥과 미역국, 그리고 정성스럽게 준비된 4가지 반찬을 담아 각 테이블로 가져다 드렸다. 단순히 음식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상황을 살피며 "오늘 입맛은 어떠세요?",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취재자도 함께한 봉사의 순간들
취재를 위해 방문했지만, 사진을 찍으며 지켜보기만 하는 게 죄송스럽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봉사에 동참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 공간이 가진 특별한 의미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들께 식사를 나르며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이곳이 단순한 급식소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소중한 사교 공간이자 정서적 안식처임을 알 수 있었다.
한 어르신은 "여기 오면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혼자 집에서 밥 해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라며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또 다른 어르신은 "자식들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고마워"라고 말씀하시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셨다.
무료급식소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기타 부득이한 사정으로 식사를 거르는 노인들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함으로써 노인건강증진에 기여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분위기 조성한다는 공식적인 목적 이면에는 더 깊은 의미가 있다.
현장에서 관찰한 바로는, 이곳은 어르신들에게 세 가지 중요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었다. 첫째, 경제적 부담 없이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이다. 둘째,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동네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교의 장 역할이다. 셋째,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자원봉사자들 역시 단순히 음식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는 개별 가정 단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노인 돌봄의 사회적 분담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선순환
'어르신들의 밥상지킴이'와 같은 마을공동체 활동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시혜성 복지를 넘어서는 데 있다. 어르신들은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이 공동체의 주요 구성원이 되어, 서로의 안부를 챙기고 정보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상호부조의 관계를 형성한다.
자원봉사자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을 키워나간다. 한 자원봉사자는 "처음에는 그저 도움이 되고자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르신들과 만나는 시간이 저에게도 큰 기쁨이 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족 돌봄 체계가 약화되면서, 지역사회 차원의 돌봄 시스템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어르신들의 밥상지킴이'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공식적인 복지 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틈새를 메우고, 동시에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어르신들에게는 단순한 끼니 해결을 넘어 '내가 이 지역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소속감과 존재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크다.
따뜻한 밥 한 끼가 만들어내는 변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어르신들이 하나둘 자리를 정리하며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들어올 때보다 훨씬 밝은 표정이셨다. 누군가는 "내일 또 만나요"라며 인사를 나누셨고, 또 누군가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수고하셨어요"라며 깊이 인사를 하셨다.
이 작은 지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반복되는 따뜻한 한 끼 식사를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고, 지역사회의 연대감을 강화하며, 더 나아가 모든 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밥상지킴이'가 보여주는 것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거창한 정책이나 큰 예산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로는 이웃을 향한 작은 관심과 실천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용인시 마을공동체 '어르신들의 밥상지킴이'를 통해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출처] 용인시 ‘어르신들의 밥상지킴이’ — 따뜻한 한 끼에 담긴 공동체의 마음|작성자 현미
첫댓글 용인시협의회 유림봉사회 봉사원 여러분 무료급식소 '어르신들의 밥상지킴이'
운영하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문제영 부장님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