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합니다.
마음 속으로 순례의 길을 생각할 때 당신께 힘을 얻는 사람들." (시편 84, 6)
방학 중 보충수업이 끝난 다음 날 7/31일 새벽 4시 30분, 아침기도를 마치고 강원도 횡성에 있는 도미니코선교수도원으로 개인피정을 출발한다. 새벽녘의 날씨는 상쾌하고 좋다. 죽암에서 간단히 커피 한 잔하고 중부고속도로를 들어서니 하늘이 심상치 않다. 진천을 지날 즈음에 폭우가 쏟아져 앞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졸음 쉼터에 정차하여 10여분 기다리니 비가 잠잠해진다. 날씨는 이내 화창해지고 영동고속도로는 휴가객들로 정체가 심하다. 원주를 지나 횡성에 있는 도미니코선교수도원에 도착하니 아침 9시가 조금 넘었다.
성당에 들러 조배하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려는데 휴가오신 듯 몇 분의 수녀님들께서 즐겁게 웃으시며 대화를 나누신다. 쉬는 걸 포기하고 한적한 벤치에 앉아 시편을 읽으며 말씀 낚시에 집중한다. 수녀님께서 옥수수를 삶아서 가지고 오셨다.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풍수원성당에 가려 했는데 날씨가 너무 덥다. 방에 머물며 시편 묵상을 하다 성당에 올라가 수녀님들의 기도에 참석하였다. 4시부터 시작되는 저녁기도는 성체조배와 성무일도 그리고 묵주기도로 이어져 5시 20분에 끝났다. 조금 더 남아 묵상하고 싶었지만 풍수원성당이 눈앞에 아른거려 분심이 든다. 그래 풍수원성당에 가서 묵상해도 되지 않는가?
한적한 지방도로를 따라 10여분을 달려 풍수원성당에 도착하였다. 몇 해 전 성당지기 부부들과 함께 온 후 꼭 다시 와보고 싶었던 성당이었다. 역시나 아름다운 성당이다. 전화가 울린다. 피정집 수녀님이시다. 풍수원에 왔다고 하니 끝기도는 도미니코성인 축일을 준비하기위해 공동체식구들만 특별전례를 한다고 하셨다. 차분히 순례 잘하라는 기도문자도 다정하게 보내주신다. 십자고상을 차분히 바라보며 묵상하였다. 1888년에 설립된 본당이니 박해시대의 신자들이 가슴 벅찬 감동으로 바라본 고상을 이젠 내가 또 다른 감동으로 바라보며 오랫동안 기도한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묵주기도동산에 올라 내 마음을 병들지 않게 하는 천사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정성스럽게 바친다. 옅은 어둠이 밀려오고 난 횡성읍내 어느 식당을 찾아들어 한우국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새벽부터 일어나 도움을 청하며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둡니다. (시편 119, 147)
움직이지 않으니까 하느님이 보인다. 가지 않고 쉬니까 하느님이 다가오신다. 세상에서 잃은 것을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서 얻는다. 스치는 바람에 하느님 향기를 넉넉히 맡으며 기도하고 묵상하며 2박 3일의 일정이 흐른다.
수도원 앞뜰에 핀 도라지꽃
수도원 십자가의 길
첫댓글 아름다운 풍수원 성당 다시 한번더 가고싶당^^^
감사합니다. 나눔하여 주셔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