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세로, 대각선 어떻게 더해도 같은 수 나오죠…
유럽에선 귀신 쫓는 부적으로 썼대요
뒤러 그림
중국 전설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기원전 2000년쯤 중국 고대 왕조인 하나라 우왕 시대에 매년 황하가 범람해 물이 흐르는 길을 고치는 공사를 했습니다. 어느 해 황하의 지류인 낙수(洛水)라는 강의 둑을 고치는 공사를 했는데, 강 가운데서 큰 거북이 나타났어요. 그 거북을 잡아서 살펴보니 등딱지에 신비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지요.
거북의 등에 새겨진 무늬는 1부터 9까지 숫자를 나타내는 점이었는데, 재밌는 건 이 수들의 배열이 가로·세로·대각선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그 합이 항상 15로 같았다고 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것을 아주 귀하게 여겼다고 해요.
이처럼 가로·세로·대각선에 놓인 세 수의 합이 모두 같도록 수를 배열한 정사각형 모양의 표를 ‘마방진(魔方陣)’이라고 불러요. 이때 ‘방’은 사각형, ‘진’은 줄지어 늘어선다는 뜻이에요. 마방진은 세종대왕 시절 집현전 학사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그린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도 나온답니다. 세종대왕이 세자 시절 마방진을 풀려고 몰두하자, 아버지인 태종이 이렇게 말해요. “이래서 방진을 그냥 방진이라 하지 않고, 마귀 마(魔) 자를 붙여서 마방진이라 하는 게다. 마귀에게 홀린 듯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가로·세로 3칸인 정사각형 안에 1부터 9까지 한 번씩 넣은 마방진이에요.
가로·세로 대각선 어떻게 더해도 합이 15입니다. /위키피디아
실제 옛날 사람들이 마방진을 대문에 붙여 놓으면 나쁜 마귀가 밤새워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고 집 안에 들어올 수 없다고 여겨 마방진을 나쁜 마귀를 물리치는 부적으로 썼다고 해요. 유럽에서도 점성술사들이 마방진을 은판에 새겨서 귀신을 쫓는 부적으로 사용하였지요. 서양에선 마방진을 ‘매직 스퀘어(magic square)’라고 불러요.
마방진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형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는 자신의 관 뚜껑에 그린 ‘멜랑콜리아’(1514년)라는 그림 속에 4차 마방진을 그렸는데요. 정사각형 16개로 이루어진 가로·세로 4칸의 마방진에 1부터 16까지 숫자를 반복하지 않고 사용해서 가로·세로·대각선 합이 항상 34가 되게 했답니다. 제일 마지막 칸에는 15와 14를 나란히 놓아서 그림을 그린 연도를 재치 있게 표시했지요.
우리에게 번개와 전기에 대한 실험으로 유명한 미국의 과학자 겸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도 마방진을 만들었어요. 프랭클린은 어느 날 휴식을 취하던 중 심심해서 가로·세로 수들의 합이 260으로 일정한 마방진을 만들었는데요. 다만 대각선의 합은 260이 아니라서 ‘반(半)마방진’이라 불린답니다. 반마방진은 오늘날 인터넷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도쿠 게임’과도 유사해요. 스도쿠는 가로와 세로 각각 9칸씩 총 81칸인 정사각형에 1부터 9까지 숫자를 가로·세로 겹치지 않도록 한 번씩만 써넣는 퍼즐이에요. 이렇게 하면 가로·세로 숫자의 합이 모두 45로 같답니다.
박세미 기자
이광연·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