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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흥문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조철형
제 2회『시흥 신인문학상』수상자 발표
미래를 키우는 생태 문화도시, 시흥시(주최)와 사)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 시흥신인문학상운영위원회(주관)에서 『지역문학의 활성화와 지역 신인문학인의 발굴』관련, 2018년 9월6일부터 10월12일까지 작품 공모 접수한『제2회 시흥 신인문학상』작품응모에 대한 심사를 완료하였기에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시흥시에 공모일 기준, 주소 및 직장, 또는 재학 중인 만16세 이상 해당부문 미등단 문학 신인을 대상으로 작품공모 접수한바, 응모된 작품 중, 시 부문 12편, 수필부문 10편을 최종 심사하였습니다. 시흥시외에 거주하는 대학교수, 시인, 수필가 등 문학계의 저명한 외부 심사위원을 위촉하여 세심하고 공정하게 숙고 심사를 한바, 다음과 같이 제2회 시흥 신인문학상 대상자가 선정되었기에 알려드립니다.
제 2회 시흥 신인문학상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아쉽게 입상하지 못한 분들께는 다음 기회에 꼭 만나 뵙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자 명단
공모 부문: 시, 수필
대상 당선작 없음
우수상 3 명
1. 공덕비(안시헌) 1. 시흥시 문화마을로***
2. 화분 (정수경) 2. 시흥시 시청로 ***
3. 데생긴 질그릇(이장숙) 3. 시흥시 은행로 ****
□ 심사위원
○ 시 부문 : 김기택 교수(시인), 임동확 교수(시인)
○ 수필부문 : 김이랑 수필가
□ 제2회 시흥 신인문학상 시상식 및 시흥문학 28집 출판기념회
○ 일 시 : 2018. 11. 30.(금). 오후 4시~7시
○ 장 소 :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 ABC행복학습센터 갤러리 1관
○ 작 품 : 시흥문학 제 28집에 당선작품 등재
□ 심사평(심사위원 프로필 및 당선작품):붙임
시흥 신인문학상운영위원장
< 심사위원 프로필 >
1) 김기택 교수(시인), 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경희대학교 대학원 졸업, 국어국문학 박사, 시집 <소>외 다수 출간,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
수상
2) 임동확 교수(시인),현,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서강대 국문학과 대학원 졸업. 문학 박사. 1987년 시집 『매장시편』(민음사)을 펴내면서 등단.
『누군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등 총9권의 시집 발간
3) 김이랑(김동수), 현, 수필가, 스토리텔링작가, 문장론, 수필지도강사, 인터넷한겨레 논객.
2011 대한민국독도문예대전 대상, 2013 경북문화체험수필대전 은상, 2014 천강문학상 수필부문
우수상, 2015 농어촌문학상 소설부문 최우수상 등 다수 수상
< 심사 총평 >
신인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인 데다가 시흥지역에 한정해서 그런지 작품의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대상을 선정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래도 우수상에 선정된 시2편, 수필1편은 어느 정도의 질적 수준과 우수성을 확보하고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시 <화분>은 어둡고 축축한 내면에 구멍을 뚫어 외부의 자유롭고 넓은 세계와 소통하고 호흡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냈으며 <공덕비>는 할머니,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을 생각하며 돌로 만든 공덕비가 아닌 자식의 간절한 그리움으로 만든 공덕비를 세우고 싶다는 뜻을 담아낸 작품이다. 수필부문의 <데생긴 질그릇>은 불완전한 자신을 질그릇에 비유하여 보다 잘 빚은 그릇이 되고 싶은 욕망을 차분한 문장에 담아낸 작품이다.
앞으로 시흥 신인문학상이 더욱 우수한 신인을 배출하여 지역 문학의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 제2회 시흥 신인문학상 심사위원장 >
< 시 부문 심사평 >
1.<화분>은 화분에 뚫린 구멍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고 싶은 욕망을 나타낸 시이다. 어둡고 축축한 화분의 내부에서 일탈하여 제 안의 푸른빛을 뿌리와 구멍을 통해 외부로 뻗어 숨 쉬고 싶은 심리를 잘 형상화 하였다. 그러나 상상력이 다소 단순하고 함께 투고한 작품의 수준이 <화분>에 비해 떨어져서 우수상에 그친 점이 아쉽다.
<공덕비>는 몸부림치며 평생을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할머니, 어머니의 삶을 떠올리며 마음의 공덕비를 세우고 싶다는 간절한 뜻을 담아낸 작품이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꾸미려고 애쓰지 않고 진정성이 느껴지게 했다는 점에서 우수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김기택)
2. 문학이 점점 외면되는 현실 속에서도 문학적 열정을 갖고 있는 응모자들에게 먼저 경의를 표하며, 이번 시흥문학상 응모자들은 대체로 주변 풍경이나 자신의 체험 속에서 시를 찾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여주었다.
먼저 우수작<공덕비>로 뽑힌 응모자는 할머니, 어머니의 삶에 대한 간곡한 그리움을 절제된 감정으로 잘 표현해 주었다. 다만 다른 작품들이 그만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여 아쉬웠다. 또 우수작<화분>의 응모자는 시적기교는 화려하나 구체적 디테일이 부족하고 관념적 조작이 느껴져 아쉬웠다. 다만 앞으로 더 수련한다면 그 가능성이 커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끝으로 「시흥문학상」의 수준 향상을 위해 신인포함 기존 작가들을 포함하여 공정하게 심사한 후 시상한다면 그 권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흥문학상의 무한한 발전을 기원한다.(임동확)
< 수필부문 심사평 >
신인문학상임을 감안하여 문학성, 작품성, 완성도를 따지기보다는 작가의 가능성과 작품쓰기의 치열성에 중점을 두었다.
응모작을 읽으면서 건진 작품은 <데생긴 질그릇>과 <호떡새>였다. <데생긴 질그릇>은 불완전한 자신을 질그릇에 비유한 작품이다. 비유하고 관형어를 붙었으면 ‘데생긴’의 의미와 ‘질그릇’의 속성이 작품에 잘 녹아야 하는데, 사변(思辯)에 치우친 점이 아쉽다. <호떡새>는 그리운 옛 일상을 발랄한 문체로 진술한 작품인데, 서사만 나열하다 보니 ‘수필’이라기보다는 ‘좋은 이야기’에 그치고 말았다. ‘가능성’과 ‘치열성’을 잣대로 <데생긴 질그릇>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주제를 벗어나거나 관념으로 멋만 부린 문장 등이 걸리지만, 이를 쳐내고 담백한 문장을 지향하면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필을 쓰려면 세상과 나의 교감이 중요하다. 그 기본은 대상을 보는 심안과 떠올린 추상을 구현하는 문장력이다. 이는 쉬이 길러지지 않는다. 입문하는 분은 기본부터 차근차근 갖추기 바란다.(김이랑)
< 시부문 >
공덕비
안시헌
다섯 번으로 족한 일을 수북이 쌓아 놓고
동여 맨 넥타이처럼
암만 몸부림쳐도 빠져들거나 아니 빠져나오지 못해
평생을 친정 한번 못 가신 할머님의
공덕비를 위해
올 것 같지 않은 시간에
이미 끝났을 버스를 기다렸다
가을비가 모처럼 내려
익어가는 낱알에 목을 축이게 하다 보니
벌써 산기슭에 경사진 햇살이 비치고 있다
공덕비는
이전에 여인네들을 위해 세워져야 하는
꼭 세울 수밖에 없는
내 마음에 일정이 드나들고 있다
숨겨도 알아차리고 몸을 맡길 수도 없는
지금은 작은 가슴에 숨어 있다
의뢰하지 않은 번외에 표를 받고나니
정말 이번 명절에는 고향에 갈 수 있을까
깊이 패인 포트 홀을 지나치려면 심한 통증이 찾아온다
결정적으로 내 머릿속엔
돌아가신 어머님의
오석 공덕비를 세워야 하는데
어둠이 길을 어둡게 할 때
멀리 절집에 걸려 있는 나무물고기 배를
두들기는 소리 들린다
<당선소감>
뜻하지 않은 소식에 놀라면 심혈을 기울여 심사해 주신 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더웠던 지난여름 할머님의 공덕비를 세우는 문제로 집안 분들과 많은 땀 흘리며 이야기 하면서 평생 친정 한번 못 가셨다던 할머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하는 셀 수 없는 기억이 솟아났습니다.
이제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속에 지나간 것들을 모두 아쉬워하며 나의 어머님과 중첩되어 오늘날 수없이 교차하는 일상 속에서 좋은 일은 추억으로 나쁜 일은 경험으로 묻으며 우리 마음속에 부모님 공경에 대한 공덕비 하나씩은 세워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감각적이거나 직관적이지 않은 상반된 현상을 이중적 이미지로 중첩 또는 대비시켜 착시적인 관계의 가치로 승화시키고자 애쓰고자 했습니다. 앞으로 더 정진해 얼룩을 닦아내고 흠집을 메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졸작을 뽑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정중히 올립니다.
<안시헌>. 1956년 경기도 파주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밀라노 국립예술대학교 조각과 졸업, 개인전 8회, 단체 및 초대전 180여회, 서울 과기대, 홍익대 강사 역임, 시흥시 의회 4,5대 의원 및 5대 의장 역임. 현재 한국미술협회, 시흥미술협회 회원, 시흥설치미술작가회장, 마르 뗄로 조각회 회원, 시흥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고문, A&K 갤러리 대표.
화분
정수경
화분에 구멍이 있군요
뿌리는 그곳에서 왔을까요
열쇠로도 채울 수 없는 문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건 화분에
무언가를 심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그러니까 몸에도 문이 있군요
입구와 출구가 뒤바뀌는 회전문 같은
아시죠?
때론 몸도 출구를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일탈 하나쯤 간직하고 싶어지는 날은 돌과 고양이가 가득 심어진 화분을 들고 나가죠 빈 몸으로 오는 날은 비가 오는 날이죠
문틈으로 파고드는 한 가닥 빛
그러니까 빛이 빠져나가는 저 문의 틈은
화분의 구멍 같은 것일까요
고양이를 심은 화분이라고 불러도 좋겠어요
구멍이 뚫린 화분
내 몸에 있는 빛들은
어느 구멍으로 흘러나가고 있을까요
<당선소감>
시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계단 아홉 번째에서, 고양이의 팬디큘레이션(pandiculation, 사지를 쫙 펴기, 기지개)에서, 골목에서 기다려도 오지 않은 엄마를 기다리듯 기다려봅니다.
화분 분갈이를 하다가 무심코 발견한 화분의 구멍에서 조차도 시는 물처럼 흘러가 버리고 고양이처럼 통과해 버리고 입구도 출구도 아닌 틈 어딘가에서 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긴 기다림 끝자락쯤에서 따듯한 손짓으로 격려해 주신 김기택 교수님, 임동확 교수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아울러 시흥문학상 관계자분들께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더 힘내겠습니다. 밖은 온통 가을입니다. 그 가을에서 또 하염없이 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듯.
<정수경>. 2015 선수필 신인상, 제12회 복숭아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2018 제21회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동상, 시향문학회 회원.
<수필부문>
데생긴 질그릇
이장숙
가을 하늘이 눈부시다. 화단 옆 모퉁이, 한쪽 귀가 야지러진 항아리가 다소곳하니 앉았다. 간밤에 내린 비로 말갛게 씻긴 얼굴에 햇살이 부서진다. 불룩한 옹기에 쏟아지는 눈부심에 이끌려, 저만치 앞서가던 추억이 돌아서 말을 걸었다.
오래 전 식당을 운영할 때였다. 깍두기를 담그려고 커다란 함지박에 도마를 걸쳤다. 그 때 몸통 한가운데가 움푹 파인 무를 버리려다 눈이 동글해지니, 무지른 자리가 기묘한 상형문자 같았다. 그 날부터 감자, 양파 등 찌고 끓이고 색을 들인 야채에 곰팡이와의 다툼이 시작되고 미생물의 번식은 집요했다. 한동안 퀼트에 재미를 붙이면서 자르고 남은 헝겊이 창작의 끄나풀을 톡톡 건드렸다. 곰지락대는 호기심과 모변의 실험은 엎치락뒤치락 작업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질그릇의 출렁임은 우연에서 시작해 끓어질 듯 명맥을 이어갔다.
살면서 우리는 자기만의 그릇을 갖는다. 진흙을 이기고 물레에 돌려 가마에 굽기까지, 지나온 삶의 여정에서 빚은 질그릇은 이렇다 할 모양도 없이 뒹굴었다. 선망과 이상의 경계는 모호하다. 하리타분한 경계를 넘어 직감과 열정으로 밀치는 표식을 따라 가다 이따금 물음을 던졌다. 진정 자신이 무엇임을 증명하려는 안간힘으로 치대어도 더버기 같은 모양새는 실망만 안겨줄 뿐,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회의와 체념이 옆구리를 잡아당겼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굽이치는 경계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월은 장년의 줄에 나를 세웠다. 언니의 등살에 떠밀려 배우기 시작한 포크아트. 그로부터 관심사는 그림의 실선 안으로 축소되고 정밀화되었다. 오랜 꿈의 실타래가 시린 손끝으로 풀려 나왔다. 마른 풀꽃처럼 아련한 동경을 안은 채 그림에 대한 목마름은 사변(思辯)을 유채색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수소문해 서울에 있는 화실을 찾아가는데 힘을 실었다. 새벽같이 준비해서 북적대는 출근 인파에 부대끼며 2시간이 넘게 결렸지만, 선망은 그 점도를 더욱 부풀렸다. 투머로, 도르트문트 같은 넝쿨장미가 일 년 내내 피고 지는, 향기 그윽한 정원에 탐미의 변주곡이 넘쳐흘렀다.
시간이 지나며 안이한 틈새로 문제가 고였다. 매달 치르는 수강료, 물감, 반제 등의 부대 비용과 불안정한 경제 여건이 그 언저리를 기웃거리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서서히 쭈그러들게 했다. 경제적 지원과 체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묵시적 암시가 점차 모여들고, 넘을 수 없는 벽을 들어올렸다. 결국 화실을 그만두고 이곳저곳 공방을 드나들며 그림에 대한 갈증을 채웠지만, 허탈함이 마음에 갉히듯 들러붙었다. 자신을 향한 물음은 선망과 이상을 거꾸로 들어 올려 나란히 거울 앞에 세웠다. 변질된 허상의 가면과 동경이 뒤집힌 갈고리에서 엇붙인 몰골로 흔들거렸다.
그즈음 취업이 되어 일본으로 간 큰 아들에 이어, 작은 아들도 졸업을 앞두고 직장이 결정됐다. 일시에 찾아온 해방감, 분출하는 자유에의 욕구가 심연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하늘로 치솟던 긍지는 그리 오래지 않아 둔중한 파열음으로 변모했다.
목과 어깨, 무릎의 통증, 두통, 현기증 등 몸의 신경망을 파고드는 고통이 강도를 높여가며 전신으로 퍼졌다. 처음엔 목의 움직임이, 차츰 어깨, 척추를 따라 지층 같은 거대한 결빙이 자리 잡았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거나 팔을 움직이거나, 한 동작에서 다음 동작의 간격사이로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림도구로 불룩해진 가방과 꾸러미를 들기에 버거울 만큼 몸이 둔해지고, 청소, 설걷이, 빨래개기 등 일상의 소소한 움직임도 굼뜨게 느려졌다. 날카로운 신경은 예민한 촉수를 뻗어 음습한 기운에 빨판처럼 달라붙는다. 이제 물음은 휘어진 신경세포와 갈가리 찢기고 굳어진 근육의 아우성으로 메아리쳤다. 비슬거리듯 휘감는, 저미듯 끊어내는 통증은 예고된 불행이었다. 거꾸로 매달린 거울 속의 환영은 그렁대는 윤곽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오긋한 의문으로 묻고 또 묻는, 희미한 빛 사이로 화첩의 그림자가 떠다녔다. 커튼을 내리고 치미는 슬픔을 뱉어내지도 못한 나는 이상의 겉껍질만 맛본 채 어둠에 숨어들었다. 나의 하루는 희망과 고통사이에서, 계획과 체념사이에서 더듬거리듯 나아갔다. 책갈피 속에 잊힌 꽃잎처럼 삶의 변두리로 밀려난 나는 가리는 바람막이도 없이 굴 속 같은 침잠에 가라앉았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통증이 묻는다. 슬쩍 덮어 놓고 지나친 무관심과 방종, 분노와 두려움, 가슴에 끌어안고 내려놓지 못한 집착이 무엇인지를.
받아들이면 끝나고 저항하면 되풀이된다는 말이, 자책과 회한으로 뭉그적대던 허리디스크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왜 하필 내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불평과 넋두리를 쏟아냈던 길고 모지락스런 아픔이었다. 30분을 앉지 못하고 뭉기듯 누워야만 하고, 남편의 부축 없인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내는 처량함, 허망하게 무너지는 내 모습을 감치듯 꿰고 또 꿰어야 했다.
1년이 지나서야 겨우 혼자 공원에 갈 만큼 회복이 느렸던 나는 맵고 아린 고추를 물고, 진저리나게 짠 소금물에 3년 동안 절여졌고 완쾌되기까지 2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가슴에 뭉근히 가라앉은 삶의 무게를 헤아린다. 강마른 모래처럼 건조한 삶의 고뇌를 정면으로 마주친 적이 있을까 반문해 본다. 끝없이 늘어만 가는 물음에 시틋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대곤 했다. 지금껏 이뤄낸 결실이 없으니 줄곧 무언가를 상실한 채 빈 두레박만 끌어올리며 산 게 아닐까.
기억의 단층은 고통을 채색하여 빛바랜 사진첩에 끼우고, 그것을 안았던 가슴에 새긴다. 삼켜버린 어둠을 토해내고 여명을 주우러 갔던 이른 아침의 고요를, 가슴은 아직도 잊지 않는다. 안개를 헤치듯 더듬거리며 따라갔던 물음, 그것은 어쩌면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그림자를 흘리고 빛으로 이끈 데생긴 질그릇, 살 속에 뼈 속에 파고들어 녹아버린 기억들이 나를 안아 일으켰다.
<당선 소감>
어디에 손을 뻗을지 몰라 늘 망설이고 주춤거렸다. 광활한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조각배, 늘 혼자인 것에 섣부른 안도와 불안의 돛을 올리고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길이었다. 오랜 시간 두 개의 깃발을 매단 채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건너갔다. 암초에 걸려 배가 부서진 때도 있었고, 태풍에 휘말려 정신없이 떠밀려 간 때도 있었다.
이제 내 안에 깊이 잠들어 있는 기억들, 딱지 앉은 상처들이 자음과 모음이 되어 풀려났다. 수없이 많은 밤이 지났다. 어둠에 길들여진 들짐승처럼 밤이슬에 젖어 배회하던 지난날, 눈물과 절망과 한숨의 시간들이 하얀 뿌리를 내리고 이제 막 떡잎을 떨구었다.
고독과 혼돈의 시간들이 푸른 별이 되어 쏟아져 내린다. 저의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대야 평생 에세이반 문우들의 열정과 환한 미소, 김창희 선생님의 따끔한 질책과 포옹에 더없이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인 남편과 두 아들, 며느리와 모쿠리에게도 사랑의 말 전합니다.
<이장숙>. 2018년 제 36회 마로니에 전국여성 백일장 장려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