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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심리와 남성 심리
권대근
신라대 여성대학원 여성학과 여성문학 전공 석사
(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Ⅰ.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술이나 종교, 인무낙 등은 인간에 대해 객관적인 통찰을 통해 접근하며,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들은 문화 혹은 사회구조 등을 연구함으로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심리학은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사용하여 인간의 마음을 직접 연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다른 학문들과 구분된다.
심리학은 사람을 알려고 하는 학문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을 통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지식은 주먹구구식 추리 내지는 상식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 편견, 개인의 감정 등이 혼합되어 객관적 사실에서 벗어나는 지식을 갖는 수가 많다.
Ⅱ. 여성의 심리
1. 왜 여자는 눈물을 잘 흘리는가?
심리학적 측면에서 설명한다면 여성들이 눈물을 자주 흘리는 까닭은 쾌감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헤프게 눈물을 흘릴 때 그들은 일종의 카다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속(俗)된 말로 표현한다면 가슴이 후련하고 시원하다는 것입니다. 즉 눈물의 바다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표류하는 자신을 즐기려고 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내들은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하게 되면 마음이 약해지고 맙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나이들이 확실히 명심해 두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눈물을 보이게 되면 적(敵)은 더 이상 공격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모든 여성들이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습니다. 눈물은 여자의 무기라고 말했는데 참으로 옳은 말입니다. 벌레 중에는 생명에 위험이 닥치게 디면 몸을 움츠려 동그란 모습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의태(擬態)에 의한 도피라고 말합니다만 여자의 눈물도 이런 것들과 일맥상통한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의 눈물은 단순히 현실을 도피한다는 것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의태에 의한 이득까지도 바라고 있는 것이 여자가 갖고 있는 눈물의 생리입니다.
2. 왜 여자는 무의미하게 웃는가?
그 웃음은 아마 친밀감을 감추려고 하는 행위 - 글자 그대로 무의미한 것들은 함축한 것이라고 분석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어엿한 숙녀가 되어지게 되면 무의미한 미소에는 또 다른 요소가 부가되는 것입니다. 당혹, 주저, 속임수, 사려 등 따위의 것들 말입니다. 이처럼 여자들은 대답 대신에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미묘한 웃음을 짓습니다만 이 미소 중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혼합되어 있는 것입니다. 좋은가 싫은가를 물어 보지만 그건 한마디로 답변하기가 곤란한 말씀입니다.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마음에 든다고 할 수도 없고... 희망을 가져도 좋은가의 뜻은 교제를 계속해도 좋다는 뜻인지 아니면 결혼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 전화를 거는 것은 좋지만 부모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그렇다면 미리 부모님께 이야기를 해두어야 할 텐데... 그리고 그 쪽 부모님을 만나보도록 권유하고 있는데 그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려니와 좀 이른 감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차마 거절할 수도 없고... 그녀의 심정을 읽어본다면 대체적으로 이런 것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상대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결국 수수께끼 같은 미소로 대신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부 여성들 중에는 시종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 사람이 많습니다.
3. 왜 여자는 유행에 약한가?
유행에 유혹되는 심리의 조건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둘째는, 다른 사람에게 훌륭하게 보이려고 하는 위광(威光 - Prestige)욕구 셋째는, 남과 똑같이 되지 않으면 소외되고 만다는 일치성(一致 - Conformity) 추구. 첫 번째로 말씀드린 호기심에 대해서는 남녀 어느 쪽이 더 왕성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남자의 경우는 퍼스널 컴퓨터, 비디오, 카메라 등에 대하여 신형(新型)에 호기심을 갖기 쉬우며, 여자의 경우는 단연 의상 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성으로서 의상의 앵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경우는 주로 두 번째에 내세운 위광욕구가 주된 동인(動因)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첫째, 둘째, 셋째의 요인들이 모두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성 쪽이 유행에 약하다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본래 둘째와 셋째는 서로 모순된 것이지만 이 양자가 여성의 마음 속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올 봄의 유행은 이것이라고 선전하게 되면 무조건 덤벼드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이런 족속들은 자기 몸에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상관없이 남들이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흉내를 내는 어이없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이래서 길거리는 마침내 그것이 유행이 되어 범람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여성들이 동일한 제복을 입은 것처럼 보여 혐오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여자들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디자이너와 그 배후를 떠받치고 있는 메이커나 매스컴들이 한패거리가 되어 또 다른 취향의 유행을 창출해 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유행은 무한하게 새것과 복고가 뒤엉켜 순환하게 되는 것입니다.
4. 왜 여자는 하찮은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왜 여성들은 가거의 조그마한 일까지 놀라운 기억력을 발휘하는 것일까요? 이 점에 대해서는 첫째로, 이미 심리학적 실험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기계적 기억력에 있어서는 남성보다 여성 쪽이 훨씬 탁월하다는 사실입니다. 둘째로는, 여성들은 생활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은 가정생활을 비롯하여 직장생활, 대인관계 등에 있어서 광범위하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상사나 동료 사이의 교제, 그런가하면 회의, 출장, 초대 등 매우 바쁜 일과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들은 한정된 생활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을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인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여성들은 지나간 과거를 소중히 여겨 그것을 그리워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회고 취미는 남성보다 여성 쪽이 훨씬 풍부하다고 하겠습니다. 당신은 옛날에 무척 순진했던 것 같아요. 약혼식을 앞두고 당신이 우리 집에 찾아왔을 때 저에게 이런 말을 하였는데 기억나세요? 당신 아버지께서 정말 나를 좋아하실까? 나는 구변도 없고.... 이러게 말하면서 이마에 땀까지 흘리고 있었어요. 아내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남편은 정말로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벌써 20년이 지난 흘러간 옛날 일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어쨌든 여성들은 기억의 창고에서 추어의 앨범을 끄집어내어 뒤지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5. 왜 여자는 육감이 뛰어난가?
여성들이 육감에 있어서 예리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 점은 모든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바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여성들은 그토록 육감이 뛰어나게 작용하는 것일까요 ?
그 첫째 원인은, 남성은 논리적 사고력이 뛰어난 것에 대하여 여성은 감각적 직관력이 탁월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떤 사실에 대하여 진상이나 실태를 파악하려고 할 경우 남자들은 논리의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며 이치를 따져가며 추리해 나갑니다. 그러므로 계단이 중도에서 끊어지거나 막혀버리면 앞으로의 전진을 단념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참으로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 라는 결론으로 끝이나버립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미적지근하거나 흐리멍텅한 절차는 밟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논리 따위의 하찮은 지혜는 중요시 하지 않습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인상을 중요시하는 것입니다.
그 둘째 원인은, 전장(前章)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여성들은 생활공간이 협소하다는데 원인이 있습니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비교적 활동범위가 한정되어 있으며 그날 그날의 생활도 단조롭고 생활내용도 단순합니다. 남자들처럼 메모장에 깨알처럼 메모해 놓지 않으면 실수를 저지를 만큼 바쁘고 복잡하질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 뿐 아니라 어떤 하나의 일과 다른 현상(現像)과의 연관성도 찾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남편의 태도가 좀 수상쩍어. 며칠 전날 밤에도 술에 만취되어 집에 돌아와서는 곧장 목욕을 했는데 오늘밤에도 그랬지 않은가. 그렇다면 혹시... 이처럼 여성들은 유추(類推)해석에도 민감한 편입니다.
셋째로는, 자신이 생각하더라도 신통하게 육감이 잘 적중한다라고 말합니다만 실제로는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해 두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들의 머리 속에는 하루에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에 이르는 상념이나 자념이 물거품처럼 생겨났다가는 사라지곤 합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망각의 세계로 떠내려가는 것입니다. 간혹 망각작용에 고장을 일으킨 사람만이 잡념공포증에 포로가 되기도 합니다. 육감 역시도 이처럼 적중하는 것도 있지만 맞지 않는 것도 있는데 남자들은 양쪽 모두를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성들은 맞은 것만을 잘 기억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중률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6. 왜 여자는 논리성이 결여되고 있는가?
여성들이 남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행위에 대해서 우리 남성들은 아무런 반대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물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거나 의견을 제기할 경우 이상하게 보여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말은 유명한 문호 괴테가 한 말입니다. 그가 말했듯이 여성의 판단이나 의견에는 논리성이 결여된 것들이 많습니다. 가끔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앞부분의 이야기와 뒷부분의 이야기가 서로 맞지 않거나 모순된 내용을 태연히 지껄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간부분까지는 논리가 정연하게 이어져 오다가 후반에 이르러서는 지리멸열(支離滅裂) 상태에 빠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 대저 남성들은 사고나 판단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려고 하지만 여성들은 논리성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으며 감각이나 직관에 의해서 설명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으며 감각이나 직관에 의해서 설명하려 하는 경향이 있으며 거기에다 자신의 감정까지 곁들이는 속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결코 여성들께서는 오해 같은 건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머리가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체적으로 직관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어설픈 논리적 견해를 초월하여 정확히 적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무의식중에 감정을 혼합시켜 판단하는 일도 있습니다. 여성들이 감정이 풍부하고 정서에 뛰어난 점은 참으로 훌륭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비논리적으로 사물을 판단하게 된다면 여성의 장점, 즉 감각의 예리함, 직관의 슬기로움도 헛것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7. 왜 여자는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왜 여자들은 이처럼 털어놓기를 좋아할까요? 여류 실존주의 작가로서 유명한 보브와르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여자의 우정이란 남자들이 갖고 있는 우정과는 매우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다. 여자들은 여인의 운명이라는 테두리 속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녀들이 맺게 되는 우정의 본질은 내면생활의 일종의 공범(共犯)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교제하는 것이다 라고.
프랑스의 평론가 앙드레 모르와도 여자들의 우정에는 친해지려는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공범자적 의식, 친해지려고 하는 감정을 조성하는 데에는 숨김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절호의 매체가 되어진다는 것입니다. 친구의 경우도 그렇다 할진대 하물며 연인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따뜻하고도 친절하게 대해주면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있었던 일, 즉 - 슬픈 일, 즐거웠던 일, 인상에 남았던 일, 고민스러웠던 일... 모든 것을 털어놓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누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의 가슴에다 얼굴을 파묻고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여성들은 일종의 자기도취에 빠집니다.
여인들의 과거 이야기 속에는 다분히 미화작용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자신을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아름다운 여왕으로 격상시키느냐... 어쨌든 여인들의 과거 이야기는 완전한 논픽션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결론은 여자란 태어나면서부터 거짓말을 잘하는 속성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공상력이 풍부한 탓입니다. 또한 여자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공상과 사실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드는 특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8. 왜 여자는 공상을 즐기는가?
여성들은 왜이처럼 물거품이 되어질지도 모르는 꿈을 즐기는 것일까요?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들은 논리보다도 직관이 탁월하다는 점과 내면적 세계를 소중히 하는 심성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A라고 하는 자극으로부터 B라는 장면, C라는 장면을 상상할 경우 남자들은 A, B, C와의 사이에 논리적인 연관성을 지니게 하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공상의 날개를 별로 펴지 않으며 불필요한 세계를 기웃거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자들은 태연하게 논리의 비약을 시도하여 그 당시, 그 순간에 느껴지는 직관(또는 직감) 그대로를 지니고 몽환(夢幻)의 세계로 날아다닙니다. 이렇게 하여 날아다는 것을 여자들은 하나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들은 공상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라는 언짢은 심리가 작용하여 현실세계로 되돌아 옵니다만은 여자들은 하나의 공상이 또 다른 공상을 낳아 하염없이 표류를 계속합니다.
둘째 이유는, 여성 쪽이 남성보다 여가를 많이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남성보다 더 바쁜 여성도 있는 게 현재 추세이지만 그러나 아직까지도 결혼 후에는 전업주부가 되는 여자가 많은 현실입니다. 인간은 몹시 바쁘거나 몹시 피로에 지쳐 있을 때에는 공상에 빠질 마음의 영가 없는 것입니다. 갖가지 가전제품이 전국 방방곡곡에 보급되어 있는 오늘날 주부들의 여가는 옛날에 비하여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 셈입니다. 그리하여 주부들 가운데는 비디오를 통하여 불륜의 드라마 등을 감상<?>하고 나서 공상연애에 도취한다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 이유로서는, 욕구와 실행 사이의 편차가 여성 쪽이 훨씬 크다는 점을 들지 올수가 없습니다. 남자들은 오늘밤에는 술이라도 한 잔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친구를 전화로 불러내어 곧장 술집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여자들은 오늘은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해도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먹어야 할 점심밥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든가 세탁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 라든가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연구와 실행 사이의 갭이 크면 클수록 내적인 억압은 공상 세계로의 배출구를 모색하기 마련입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백일몽(白日夢)을 꿈꾸기도 합니다. 이상과 같은 것을 요약해 볼 때 여성들은 항상 공상세계로의 출발 준비가 완료되어 있다는 접입니다. 그러므로 조금만 자극이 가해지면 곧장 발진(發進)하게 됩니다.
9. 왜 여자는 소문을 퍼뜨리기를 좋아하는가?
여성들은 소문 퍼뜨리기를 좋아하는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요? 첫째 이유는, 타인지향적(他人指向的), 즉 - 남의생활이나 행동에 특이하게 흥미와 관심을 갖는 생리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이야 어떻든... 하는 식의 생각을 갖는 쪽은 역시 남성 쪽이 강합니다. 그러나 여성 쪽은 남이야 어떻든 상관없지만, 그러나 남의 일이니까 재미가 있지 않아요 하는 심리가 여성에게는 강하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적 조건에 제약을 받아 여성은 관심의 폭이 좁다는데 있습니다. 남자들은 정치, 사회, 경제 등 여러 방면에 걸쳐서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에만 흥미를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의 지진이나 전쟁 같은 것에는 무관심하지만 이웃집에서 부부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거기에는 흥미를 느껴 이웃집 담장 안을 기웃거리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욕구불만에서 오는 일종의 바람(소망)이 강하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 전형적인 것이 염문(艶聞) , 즉 연애, 정사, 불륜 등에 대한 험담입니다. 어머나 그이가! 그게 정말일까? 이렇듯 남의 험담을 주고받는 대화내용 중에는 이야기하는 당사자들이 평소 마음 속에 지니고 있던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반영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실은 나도 그런 경험을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무의식적인생각이며 의식적으로는 발칙한 일이다! 용서 못할 일이다! 라는 비난의 형태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반동형성이라든가 역형성(逆形姓)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습니다. 즉 반대의 경향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을 도덕가처럼 만든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나친 행동이다. 용서할 수 없다 라든가 하는 어휘를 입에 담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은 이와 같은 힐난조의 말을 퍼부음으로써 충족되지 못한 대상만족(代償滿足) 을 얻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상만족(代償滿足)을 추구하는 행위로서는 화제(소문) 가운데 가장 흥미가 있는 부분만을 클로즈업시켜 확대해석 한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었다의 장면묘사를 다음 사람에게 전달할 때에는 열렬히 키스하고 있었다로 변질시키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해가 가신다면 앞으로는 험담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자신이 소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는 가능한 한 넓은 도량으로 못들은 체 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험담을 하는 사람은 당신을 우월한 사람으로 보거나 강적으로 보고 시기하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10. 왜 여자는 허영심이 강한가?
가령, 결혼 피로연 석상에서 처음 대하는 여성이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고 합시다.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이 쪽에서 그런 부탁을 드려야 할텐데요 이렇듯 인사를 교환하는 순간 서로가 동시에 상대편의 머리 끝에서 발 끝에 이르기까지 재빨리 훑어보고 나서 질량(質量)을 저울질 해 봅니다. 즉 상대편의 옷차림, 소지품, 액세서리, 특히 다이아반지의 경우는... 저것이 진짜인가 모조품인가... 잔짜라면 몇 캐럿짜리가 될 것인가 등등에 대하여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라면 처음 대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눌 때 여성들과는 전혀 딴판입니다. 방금 인사를 끝낸 상대편의 넥타이 색깔조차도 기억해 내지 못합니다. 그런데 여성들의 놀라운 순간 관찰력이 예리한 것은 본받아야 될 일이지만.....
그러나 여성들이 상대편의 값어치를 매기고 난 결과에 따라 그녀에 대한 말투나 태도까지 달라진다는 것은 도대체 어찌 된 셈일까요. 그녀의 손가락에 낀 반지가 몇 캐럿이든 그런 것이 소유자의 인품이나 내면적인 가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도 그것을 가지고 상대편의 인격(?)을 저울질 하다니... 이와 같은 예에서도 밝혀졌듯이 혀영의 본체는 차별적이며 때에 따라서는 시기적이며 적대적이기도 합니다. 이 반지 어때요? 하며 자랑함으로써 상대편에게 불쾌감, 선망감, 질투심을 일으키게 한 다음 속으로는 은근히 기뻐하는 그러한 매커니즘이 여성의 본체입니다. 한마디로 휴머니티가 결여된 심리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허영심이 강하다고 하는 것은 근성이 나쁘거나 어리석은 탓일까요? 그런 식으로 평가하지 마세요. 남성도 여성 못지 않게 허영심이 강하단 말이예요. 이렇게 여성들께서 반문하실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나이들의 허영은 그 내용이나 질이 좀 다릅니다. 남자들은 자네만을 믿겠네... 하고 추켜세우면 음 내게 맡겨두게 하면서 가슴을 펴 보이거나 선배님! 모교에서는 선배님 평판이 대단합니다 하고 비행기를 태우면 음 그렇지! 자 오늘밤은 내가 한 잔 살게 하면서 뽐냅니다.
대체적으로 남자들의 허영심은 남으로부터 잘 보여지기를 원하는 심리가 있을지언정 남을 해치거나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겠습니다. 즉 한 마디로 말해서 남자들은 허세나 걸치레에 불과한 데 반하여 여자들은 진성(眞性)의 혀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 그러므로 여자들은 속성이 나쁘다 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폭론(暴論)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은 그게 아니라 여성은 남자들보다도 자기현시욕이 좀 왕성하여 이 때문에 주위획득욕이 직선적으로 나오는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하면 좋습니다.
11. 왜 여자는 집념이 강한가?
찌는 듯이 무더운 여름 밤이 되면 가끔 TV의 단막극이나 라디오의 연속극에서 괴기물이 방송됩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한맺힌 여인이 유령이 되어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의 줄거리입니다. 이와 같은 드라마를 보고 난 남성들은 여인들이 한(恨)을 품는 집념은 무서울 정도다 라고 말하면서 혀를 찹니다. 그렇다면 왜 여성은 이토록 집념이 강할까요.
첫 번째 이유는, 대체적으로 남성은 외향적인데 반하여 여성들은 내향적이라는 점입니다. 그 누군가에 대하여 노여움이나 증오심을 느꼈을 경우 남자들은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 표시 합니다. 그러나 여자들은 속에 간직해 두는 것입니다. 겉으로 모조리 발산해 버리면 응어리가 남지 않아 그것으로 끝나버릴텐데 여성들은 내면 깊숙이 묻어두기 때문에 그것이 결국 한(悍)이라는 응어리가 되어 약한 지표(地表)를 찾아 수시로 폭발하고 맙니다. 집념이 강하든 근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여성 특유의 집착심리와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여성들은 무엇이든 챙겨 놓는 버릇이 있습니다. 가정 주부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십시오. 그녀들은 포장지, 빈상자, 빈병, 옷감, 자투리 등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딸들도 엄마와 마찬가지죠. 기한이 지난 초대권, 구경하고 난 극장표, 빛바랜 조화(造化) 등 가치 없는 잡동사니를 알뜰히 챙겨놓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심리는 언젠가는 소용이 되겠지... 하는 상비정신(常備精神)에 기인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욕심쟁이 되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여성들은 낡고, 손때가 묻은 것에 애착을 가지고 결단력 있게 정리해버리는 심리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심리가 물건뿐만이 아니라 대인적인 것에도 발휘되기 때문에 한 번 한을 품게 되면 그 감정이 사그러들지 못하고 수년, 수십 년 간직해 두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여성들은 기억력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여성들의 기억력은 알ㅇ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한다면 특별히 탁월한 것은 논리적인 기억이 아니라 인상적, 단편적 기억입니다. 그런 까닭으로 이 여성은, 내가 한때 마음을 두었던 여성이야... 하면서 경솔(?)하게 결혼 전에 찍어 두었던 사진 같은 것을 보여주게 되면 10년 아니 20년이 지난 후 아이들이 태어나 대학에 갈 무렵까지도 여보 ! 조금 전에 인사하며 우리 옆을 스쳐간 그 여자, 당신 첫사랑인 그 여자와 닮은 데가 있어요. 당신 그런 여자 좋아하지요? 이렇게 꼬집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꼬집기를 좋아하는 특기는 단순히 단편적인 기억력의 탁월함만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확대 해석을 조립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Ⅲ. 남성 심리 연구
1. 왜 남자들은 고집을 부리고 싶어 하는가?
남자들은 자기주장에 대하여 고집을 부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고집이 건설적인 일이나 의의가 있는 일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못한 일에 발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남자란 그토록 융통성이 없는 동물일까요? 그 첫 번째 이유는, 남성은 여성보다도 훨씬 원리주의자(原理主義者) 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즉 남성은 원리나 원칙, 신조 따위를 중시하고 있으며 이에 집착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더 쉽게 설명한다면 자기류(自己流)의 방식을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 이로 인하여 종종 본말이 전도되어 원래의 목적이 둿전으로 밀려나고 자기류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고집 때문에 마침내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되어 곤경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희극(?)을 연출하게 되는 것은 둘째로, 남성은 어린애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남성이라도 영국의 남성들은 체면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열매를 따는 실리주의를 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의 남성들도 군자는 표변(豹變)한다라는 임기응변의 진리를 존중합니다. 그런데 마치 양반의 전통을 계승이나 하려는 듯 우리나라 남성들은 그러한 탄력성과 유연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미련스럽게 마냥 버티거나 오기로 견디며 참아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는 미의식을 우리나라 남성들은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헤어지고 싶으면 언제라도 좋아 ! 이런 식으로 애인에게 허세를 부리거나 합니다. 그러나 진심은 그게 아닙니다.
남성에게 있어서 여성으로부터의 이와 같은 말은 남자다운 근본적인 성격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 밖에도 나성은 걸핏하면 정색하고 대드는 기질, 그리고 유달리 지기를 싫어하는 성질도 있는데 이것도 남성들의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고집이 세고, 지기 싫어하는 남자들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어처구니없이 약한 면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여성 여러분 !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는 사나이가 있으면 따뜻하게 잘 타일러 주십시오.
2. 왜 남자는 뽐내기를 좋아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남자는 사회적 승인욕구가 강하며 거기에다 소아성(小兒性)이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 됩니다. 사회적 승인욕구라는 말은 A. I. 게이츠라는 심리학자가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서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존중을 받거나 칭찬을 받음으로써 만족감을 얻게 된다는 욕구입니다. 이와 같은 욕구가 전향적(轉向的) 자세로 발휘되면 남성 특유의 힘이 솟아나 매우 바람직스러운 것이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비교적 많은 남성들이 소아성 자기현시욕(自己現示慾)에 사로잡혀 우스꽝스러운 거드름을 피우는 것입니다. 출신학교를 내세우기를 좋아하며 분수에도 맞지 않는 회전의자를 탐내며 사람들을 턱으로 부리고 싶어 하는 것 등등입니다.
일반적으로 훌륭한 사람일수록 뽐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새삼스럽게 뽐내 보이지 않더라도 사회적 승인을 충분히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평가해도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뽐내는 일은 종종 열등감의 반동형성작용(Reaction formation)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으나 어쨌든 자신감 결여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진짜 훌륭한 위인들은 약자를 괴롭히지 않으며 오히려 감싸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위세 중에는 다분히 허세의 요소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가령 고졸 출신이라는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고참사원이 대졸출신의 신입사원을 호되게 대한다든가, 약소국가 일수록 체면에 구애되어 고자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뽐내는 방법에도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독특한 타입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자신의 미점, 장점을 자랑하는 과시형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현시성(自己現示性) 성격의 소유자로서 허영심에 가득 찬 사니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두 번째로는, 상대편의 결함이나 실패를 들추어내는 지적형이 있는데 내향성 이론형의 나이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형입니다. 내가 말을 안 하려고 했지만 어찌 가만있겠는가. 죄송합니다 로 그냥 넘어갈 수가 있단 말인가 ? 이렇듯 책상을 두들겨가며 큰소리를 칩니다. 자네가 쓴 글자는 도대체 돼먹지 않았단 말이야. 이 8자는 마치 3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아니 그것은 확실히 3자입니다 뭐라구! 이게 어째 3으로 보인다는 말인가. 누가 보아도 8이야. 앞으로 조심해! 자못 훈계조의 말투입니다.
세 번째로는, 은근히 뽐내는 겸손형입니다. 내향성 감정형의 사나이, 말하자면 인텔리 새를 풍기기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형입니다. 저같이 못난 사람이지만 그러나... 하면서 은근히 자기를 과시합니다. 또는 그렇게 칭찬을 해주셔서 부끄럽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그렇게 부끄러운 칭찬이라면 겸손해야 할텐데 오히려 당연한 것처럼 행세합니다. 그런데 가장 불쌍하고 웃기는 것은 자랑할 만한 건덕지가 아무 것도 없는 주제에 뽐내며 거만하게 구는 타입입니다. 가끔 호걸풍의 웃음을 웃어대는 이런 사람을 정치가형이라고도 합니다.
3. 왜 남자는 아는 체 하고 싶어 하는가?
남성들은 한 가지를 알고 있으면 열 가지를 알고 있는 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좀 심한 경우는 알지 못하면서도 알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사람입니다. 음, 그래그래 피서를 가려면 하와의 OO 호텔이 단연 제일이고, 괌이라면 XX 호텔이 가장 좋지! 자신은 한 번도 가본 일도 묵어본 일도 없는 주제에 마치 낯익은 호텔처럼 입에 올립니다. 거기에다 관광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면 또 몰라도 그렇지도 못한 위인이 대단히 조예가 깊은 것처럼 떠벌립니다. 더욱 아는 체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병리현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우월성이랑 곧 자신의 존재성을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비평은 화제치고는 안성마춤입니다. 경청하는 입장에서는 제삼자의 위치에서 이러쿵 저러쿵 마음대로 말할 수 있을 테니까 70%는 칭찬해 주고 30%는 깍아내리면 됩니다. 남자란 여성으로부터 당신은 일가견이 있는 분이예요 라든가 당신은 원리원칙에 충실한 분이에요 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바람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애정을 갖고 있는 여성에게는 잘 보이려는 생각으로 꽉 차있습니다. 따라서 당신 앞에서 상대편 남성이 열심히 아는 체 하는 유식함을 드러내놓기 시작하면 음 저분이 나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구나 하는 감을 잡아도 크게 빗나가지를 않을 것입니다. 이때 가능하다면 말없이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몸짓을 하며 그 말에 귀를 기울어 주도록 하십시오. 자칭 인텔리라고 자부하는 족속들은 거의 90%가 사랑을 고백하는 전단계로써 한 번 정도는 교양의 정도로 표시하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특히 애정을 갖고 있는 여성에게는 잘 보이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습니다. -- 이것은 연애심리의 공리인 것입니다.
4. 왜 남자는 잘 흥분하는가?
그렇다! 오늘부터 금주금연이다 이런 식으로 남자들은 걸핏하면 흥분하는 버릇을 지니고 있는데 그건 왜 그럴까요? 왜 남자들은 그렇게 흥분을 잘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한마디로 남자라 원래 낭만주의적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면 담배를 끊는다든가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TV나 라디오의 강좌를 시청 한다든가 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인데도 어느 날 느닷없이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지난 날의 전력이 형편없고 실력도 없는 주제에 내일의 자기라는 것에 희망 을거는 것. 이것은 한마디로 낭만주의자라고 부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남자란 대체적으로 돈키호테적인 기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앞날을 생각지 않고 우직하게 돌진하는 경향이 있으며 천성이 낙천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맹세했던 일이 흐지부지 되어버려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지 않습니다. 젠장! 또 작심삼일이야... 이래선 안 되겠는데 이렇듯 머리를 긁적이며 종지부를 찍고 맙니다. 즉, 돌발성 분발증상을 나타낸데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증상을 성격학에서 말한다면 조울성 기질의 경조형 사람 중에 특히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성이란 여성보다 생활을 이론적으로 영위해가려고 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쉽게 말한다면 납득이 가는 삶을 원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하루하루를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지 알 수 없어... 이런 식의 생활을 매우 싫어합니다. 그래서 어느 훌륭한 사람의 전기나 자서전을 읽거나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순간적으로 의욕을 불태우는 것입니다. 즉 자기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5. 왜 남자는 허풍을 떠는가?
허풍성은 아무래도 여성보다는 남성쪽이 많은 듯 합니다. 왜 사나이들은 금새 들통이 날 허풍을 마구 지껄이고 싶어할까요. 그토록 사나이들은 멍청하고 바보스러울까요? 반드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모두 자기현시욕 때문입니다. 즉 자기를 과시하려는 욕망이 들통이 나고야 말 것이다 라는 냉정한 판단을 짓밟고 마비시키기 때문입니다. 허풍쟁이들은 자기의 이야기에 넋을 잃고 감탄하는 모습을 바라다보며 일종의 자기도취에 빠져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허풍이 자기도취를 몰고 온다고 하는 분석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허풍을 떠벌리는 당시의 심리상태는 상쾌하고 들뜨고 기분 좋은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또한 허풍을 떨고 있는 순간에는 공상과 현실의 영역구분이 모호해져 자기 스스로도 허풍이 진짜처럼 느껴져 이야기에 박진력이 곁들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허풍이란 대개의 경우 무해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 때 나는 엎어치기로 한 놈을 메어치고 나서는 경찰이 온다! 하고 소리쳤습니다. 이 때 세 놈의 깡패가 놀라며 큰 길쪽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나는 그 묘령의 여인의 손을 붙잡고... 이와 같은 무용담을 신나게 지껄여대는 것은 무해 이상의 서비스 정신에 넘쳐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으음.. 허어... 저런! 하는 감탄사를 이끌어냄으로써 얻어지는 쾌감이나 즐거움은 자기 자신을 만족시켜 줍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부탁도 하지 않은 자리에서 한바탕 떠들어대는 것은 주위획득욕이 왕성하다고나 할까요.
6. 왜 남자는 도박성이 강한가?
얼굴이 상기되어 흥분된 모습으로 경마장을 빠져나가는 군중들의 99%는 남성들입니다. 유명한 경기나 시합이 TV로 중계되거나 하면 이 사람아 내기를 하세 라고 말하는 사람도 예외 없이 남성들입니다. 그들은 장기나 바둑을 두더라도 돈을 걸지 않으면 박진감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준석이 녀석... 요즘 애인이 생긴 모양이야 아니야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며칠 전에도 신세 타령을 하고 있던데... 그럼 우리 점심내기를 하도록 할까 ? 남의 연애문제까지도 도박의 재료로 삼습니다. 왜 이렇듯 남성은도박성이 강할까요.
첫째 이유는, 남성은 덜렁쇠의 기질이 있을 뿐만 아니라 낙천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속성으로 인하여 요행수나 우연히 행운을 믿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은 좋게 말해서 견실, 나쁘게 말해서 배짱이 없기 때문에 만일 적중하지 않으면... 하는 생각이 먼저 머리에 떠올라 눈뜨고 손해를 보게 되면 어떡하나 ! 그 돈이면 멋있는 핸드백을 충분히 살 수 있을텐데 하고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에 반하여 남자들은 네거티브 쪽으로는 머리가 돌지 않고 만일 적중이 되는 날에는 횡재를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포지티브 쪽으로 몽상하기 쉽습니다. 복권담청률이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율은 비슷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될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권담청의 행운이 내게 찾아오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도박성이 강한 두 번째 이유로는, 자신의 행운을 시험해 보고 싶다 - 그러한 심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게 행운이 따르고 있는지 아닌지, 내 육감이 과연 예리한지 아닌지 가 궁금한 것입니다. 즉 무슨 일이건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남성심리입니다. 미인을 대하게 되면 가자기 친절해집니다. 이런 태도로 혹시나... 하는 어리석은 일종의 도전행위입니다. 운명의 문을 노크해본다면 그것은 위대한 도전행위입니다만 - 유치한 예이긴 하지만 화장실에서 사용 중이라는 표지가 나왔는데도 노크하고확인하려는 심리는 일종의 쓸데없는 도전성신의 발로라고나 할까요. 이럴 때 여성의 경우라면 대부분 기다리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있습니다만... 여담은 그만두고 그 무엇에다 내기를 걸었을 때 이름 모를 흥분을 느끼며 가슴이 설레이게 됩니다. 이것이 남자들이 도박을 즐겨하는 세 번째 잉입니다.
네 번째의 이유로는, 남자들은 생활상의 변화를 희구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변화도 없는 생활에 남성은 여성보다도 빨리 따분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화끈하게 재미있는 일은 없을까... 남성들은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입에 올립니다. 그래서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하루하루의 생활에 게임적 요소를 도입하려는 욕구에서 결국 도박에 손을 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이나 그 무엇에 진지하게 몰두해 있거나 충실감에 넘쳐 있는 사람은 노름이나 도박에 열중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간혹 손을 댄다 하더라도 분위기 쇄신 정도로 끝냅니다. 없는 돈을 몽땅 없애버리거나 정신없이 노름에 빠져버리는 사람 - 이런 사람은 성격 이상자입니다. 착실히 노력하는 것은 싫고 무슨 일을 하더라고 끈기가 없으며 의지가 박약하며 거기에다가 일을 쉽게만 처리하려고 하는 성벽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7. 왜 남자는 한 턱 내기를 좋아하는가?
남자들은 누구든 인색하다고 낙인찍히는 것을 최대의 치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금전에 집착하는 것은 사나이답지 못하다는 이제까지의 관습(?)이 있습니다. 셋째로는, 한 턱 낼 때의 그 형용할 수 없는 우월감과쾌감 - 쩨쩨하고 인색한 여성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왕자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뭐라고요? 인색하고 쩨쩨하게 만든 건 누군데요. 제대로 월급도 갖다 주지 못하는 주제에... 백 번 천 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만 , 넷째로, 그는 쥐꼬리만한 급료에 매어달리는 월급쟁이이기 때문에 더욱 한 턱 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즉 평소에 여유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때로는 분수에 넘치는 짓을 해보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는 억압에 대한 보상심리이며 행위인 것입니다. 보잘 것 없고 하찮은 자기 자신을 망각하고 떨쳐버리고 싶다는 자아확대 작용기도 합니다. 그 증거로써 정말 돈이 많은 사나이는 함부로 한 턱 내거나 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들은 굳이 허세를 부리지 않더라도 누구나가 다 유복함을 인정해 주고 있으며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갖지 못한 자는 훗날 쪼들릴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허세를 부리는 것입니다. - 생각해 보게 되면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약간 서글픈 피에로적인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8. 왜 남자는 프로야구를 좋아하는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게 된 여사원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사회 진출하여 뭇남성들을 대하고 나서 환멸을 느꼈어요. 이들의 화재라면 거의 한결같이 프로야구에 관한 이야기뿐이에요. 투지도 없고 지성도 없고... 저런 사람들이 대학 출신인가 하고 생각하면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러한 관찰은 좀 피상적이 아닐까요? 생각해 보십시오. 직장에서 난 근로의욕에 불타고 있다! 난 이렇게 보여도 앙드레 지드의 애독자다! 라는 식의 표현을 어떻게 겸연쩍게 해 보일 수가 있겠습니까.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부드럽게 처신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유치할 정도로 행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따라서 풋내기의껍질을 벗어 던지고 여러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통적인화제를 선택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통성과 무장성이라는 점에서 프로야구의 이야기는 진정 안성마춤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광경을 너그럽게 보아줄 관용도 아쉽습니다. 현대 샐러리맨들의 하루의 생활을 눈여겨 봅시다.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하는 만원전철에 시달리면서 직장에 출근하게 되면 틀에 꽉 짜인 일거리의 노예가 됩니다. 일과시관 동안에는 사면팔방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윗사람으로부터의 꾸중도 감수해야 하며 동료로부터의 힐난도 참아야 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했듯이 아니꼬운 비애도 가끔 맛보게 됩니다. 울화가 치밀거나 한심한 일이 있어도 관리사회체제에 있어서는 감정의 노출은 금물입니다 도대체 일개인의 감정 따위는 무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거대한 기구 아래서는 일개인의 존재가치는 작은 톱니바퀴, 작은 톱니바퀴, 작은 나사못 한 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현대인은 심한 무력감, 소외감, 고독감을 뼈저리게 맛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늪에서 헤어나려고 친근감이 넘쳐흐르는 군중 속에 몸을 내어 맡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입니다. 가끔 야구시합의 야간경기 관전은 이런 점에서 최적이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관람석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가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므로 자기 자신을 무명성의 세계에 적나라하게 노출시켜 마음껏 몰입하고 해방감을 만끽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서로가 같은 구단의 팬이라는 친근감도 맛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홈런이 터져 일제히 환성을 울릴 때 일종의 협동감마저 용솟음칩니다. 현대인은 거의 모두가 욕구불만이라는 벽에 머리를 부딪쳐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이렇듯 지친 상태에서의 야구구장은 어떤 의미에서는 도피 작용의 구실을 해주고 있습니다.
9. 왜 남자는 놀이에 열중하는가
여러 종류의 놀이를 알고 있는 사람, 즉 잘 노는 사람을 여성들은 불성실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남성들은 오히려 그런 것을 뽐내거나 자랑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남자들은 놀이도 하지 못하는 녀석은 멋이 없고 융통성이 없어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경멸하는 심리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심리를 더욱 합리화시키기 위하여 잘 노는 사나이는 일도 잘한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일터에서는 성실하게 일도 잘하지만 술자리에서는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추는 활량으로 통한단 말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첫째 이유는, 우리나라의 남성들은 어떤 일에 있어서나 빨리 뜨거워지며 빨리 식어버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 진기한 것은 빨리 열을 쏟아 붓습니다. -- 이와 같은 일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저명한 아동심리학자 져실드라는 사람은 그의 저서에서 어린이의 발달원리의 하나로서 전심과 이행의 원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어린이는 주행능력이 발달되는 초기에는 술래잡기라든가 뛰어 다니는 놀이에 전념하게 디며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뛰어 다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그러한 놀이도 차차 흥미가 식어지게 되면 다른 놀이로 흥미가 이행되어 뛰어 다니는 것은 단지 급할 때 이동하는 수단으로 밖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남성이 골프에 열중하게 되는 까닭은 남성이 여성보다 돈과 여가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더 깊은 데 있습니다. 여성들은 돈만 있으면 백화점에 찾아가 지하층에서부터 최상층까지 오르내리며 이것저것 구경을 하면서 쇼핑을 합니다. 취미와 실익을 겸한 단조로운 것에 몰두합니다.
10. 왜 남자는 못된 꾀를 피우는가.
11. 왜 남자는 화장실에서 신문을 읽는가.
IV.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여성심리와 남성심리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기에 여성주의적인 시각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후 우리는 남성심리에서 남성 우월적인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지 않았는지, 여성심리에서는 혹시 여성비하적인 시각이 개입되지는 않았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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