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갈[䱅(魚+曷)] 매가리>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김려(金鑢)는 자기 시(詩)에서 버림받고 천대 받던 최하층 백성들의 생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예민한 감수성과 기질을 바탕으로, 그들의 아름답고 고상한 정신세계를 그림으로써, 우리의 시가문학을 더욱 풍부히 하는데 기여하였다. 김려가 유숙하고 있던 진해현(창원시 합포구 진동면)의 집에는 자그마한 고깃배 한 척이 있었는데, 이에 의거하여 고기들의 생김새, 습성, 용도, 그 이름의 유래 등에 대하여 쓸 수 있었다. 경이로운 어류의 세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우해이어보’를 저술할 수 있었다. 또한 ‘우산잡곡’의 경우처럼 한 지역의 특이한 어류들을 집중 조명하여 시재(詩材)로 삼은 것은 이전에는 전례가 없었던 소재이며 한문학의 외연과 한시사(漢詩史)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담정유고(藫庭遺藁)⌟ 8권 <우해이어부(牛海異魚譜)>는 김려가 1803년 유배지 경남 창원시 합포구 진동면 고현리에서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이고, <우산잡곡(牛山雜曲)>은 <우해이어부>에 함께 수록된 시집의 명칭이다. 다산 정약용이 1814년 흑산도 유배지에서 지은 <자산어보>보다 11년 앞서 지은 것으로써, <우해이어부><자산어보> 두 편은 근대 이전에 만들어진 어보로는 유일하다. <자산어보>는 여러 서적을 동원하여 고증에 치중해서 사람들의 이용(利用)에 도움이 되는 실학의 전통 즉, 어류해조류의 종류, 성질, 분포, 생태 따위를 연구하는 관점에서 기록한 반면에 <우해이어부>는 시편(詩篇) ‘우산잡곡’을 함께 수록하여 어류에 대한 기록뿐만 아니라 어보의 제작과정에다가 시인으로서의 예민한 감수성과 기질을 담고 있다.
● 우산(牛山)은 진해의 다른 이름이고 우해(牛海) 또한 진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잡곡(雜曲)은 말 그대로 ‘속된 노래’ ‘잡스런 노래’인 셈이다. 우산잡곡은 ‘진해 지방의 잡스런 노래‘인 의미이다. 이방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어류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은 그의 지적 호기심을 촉발시켜 ’우해이어보‘를 저술하였고 그의 예민한 감수성과 창의성은 이를 곧바로 시로 형상화 시켜 39수의 ’우산잡곡‘ 창작으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우해이어보’ 매갈편을 살펴보자. “매갈[䱅(魚+曷)]은 작은 고기로 길이는 5~6촌(寸)에 불과하다. 모습은 조기와 비슷하고 조금 작고 옅은 황색이다. 맛은 담백하고 달며 젓갈을 담그기에 가장 좋다. 이곳 사람들은 매갈(梅渴)이라 부른다. 해마다 고성(固城)의 어촌 아낙이 작은 배를 타고 매가리 젓갈을 싣고 와서 시장거리에 내다 판다.” [䱅(魚+曷)小魚 長五六寸 形似石首魚 稍狹色淡黃 味澹甘 最宜爲鮓 土人謂之梅渴 每歲 固城漁村女子 乘小船 載䱅(魚+曷)鮓來 賣城市間]
● <매갈[䱅(魚+曷)]> ‘우산잡곡(牛山雜曲)’ 7언절구.
固城漁婦慣撑船 고성의 어촌 아낙은 배도 잘 부려서
棙柁開頭燕子翩 키를 돌려 뱃머리를 정하자 제비처럼 날아가네.
梅渴酸葅三十甔 매가리 젓갈 서른 항아리
親當呼價二千錢 당연히 2천 냥은 불러야지.
◯ 1803년 김려(金鑢 1766~1822)의 <매갈[䱅(魚+曷)]> 7언 절구에서, 경남 해안지방인, 고성군 거제시 창원시 인근 해안지역 여인들의 강인한 생활력이 칭송되고 있다. 험한 바닷가의 환경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남도 여인의 부지런한 생업이 상세히 그려졌다. 김려 선생은 자신이 가진, 내면의 예민한 감수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어촌의 현실을 곧바로 시로서 형상화하여 창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