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대부분을 헤엄을 치며 보낸다. 파란 바다 깊숙한 곳에는,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가 가득하다. 팔을 살짝 움직일 때마다 또 다른 세상의 낯선 사람, 낯선 소식을 만나게 된다. 미처 알지 못한 이야기들을 대문 가득 걸어두고 읽을 수 있게 배려하는 누군가의 마음이 고맙다.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빠른 속도로 다른 장소로 나아간다. 빛의 속도감과 심장을 울리는 소식들이 가득한 인터넷의 바다에서 인터넷 공간이 점점 오염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확인되지 않는 루머와 비방의 말들, 정확하지 못한 정보들로 어지럼증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철학처럼 깊은 삶의 향기가 곳곳에 밴 바다는 아직은 소통과 정보, 인정의, 황금어장이다.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과 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난 금융위기 등의 우울한 소식들은 체증을 일게 한다. 이런 중에 부산에서는 죽은 지 일 년이 다 되어 발견된 남자에 대한 뉴스도 끼어있다. 그는 미라 상태로 발견되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죽은 남자의 집을 경매로 경락받은 주인은 두 번이나 방문해서 베란다 환풍구에 목을 맨 남자의 시신을 보았지만, 마네킹인 줄 알았다고 한다. 지난 가을쯤에 목을 맨 남자의 시신은 건조한 가을과 겨울을 보내며 환기까지 잘 되면서 천연적인 미라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기사이다.
미라는 고대 이집트나 잉카제국 등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미라는 내세에 영혼이 잠들 육체가 있어야 한다는 신앙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집트에서 특히 성행했다. 미라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피라미드 안에는 각종 부장품을 넣어 이승의 가장 좋은 시절을 재현시켜 준다. 내세에 부족함이 없게 생활하게 위해서이다. 고대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내세의 길을 가는 죽은 자에게 이승에서와 같은 행복을 누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자살한 시신이 사람들의 외면 속에 미라고 발견되었다니 믿기조차 싫은 얘기다
다음 기사를 클릭한다. 참돌고래의 장례식 장면이 세계 최초로 카메라에 포착이되었다. 동영상을 열자 감포 정자 앞바다에서 죽어가는 참돌고래 한 마리를 다른 고래들이 숨 쉴 수 있게 수면 위로 밀어 올리는 장면이 보인다. 입을 맞추고 가슴을 스킨십하며 동료를 계속해서 밀어 올리는 행동을 두어 시간은 족히 계속되었다. 끝내 동료가 하얀 배를 보이며 물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자 아쉬운 듯 주변을 한참이나 배회하다가 무리들은 떠나갔다.
두 기사를 읽고 나니 많은 생각들이 밀려온다. 돌고래의 장례의식 동영상과 기사를 보면서 마음에 큰 감동과 함께 인간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다. 인간보다 하등하다는 동물들은 죽어가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이타적 행동을 하고 죽음 앞에서 아쉬운 이별의식을 치른다. 하지만 한 남자는 혼자서 최후를 맞이하고 그 후에도 일 년 정도의 시간을 목이 졸려 매달려 있었다. 아무도 없이 누구도 모르는 풍장의 세월이 근, 일 년여라니.
떠남과 보냄이란 단어는 소리만으로도 가슴이 아려지는 말이다. 요즘 사회·경제적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도 들지만 그렇다고 자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미라로 발견된 그는 먼길을 혼자서 떠날 작정을 하며 삶의 미련을 조금도 갖지 못했을까. 그는 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주변의 사람들이나 가족들도 사람이 오랜 시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방법을 취했어야 옳다. 배웅하는 이 하나 없이 먼 길을 간 사람은 얼마나 그 길이 쓸쓸하고 두려웠을지 서늘해진 가슴을 누른다.
외톨이 증후군, 혹은 히키코모리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세대. 사이버 세상이 한몫을, 한다. 게임의 중독에 빠지기도 하고 외설적인 동영상을 보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동반 자살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런 올바르지 않은 인터넷 문화는 부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타인을 안타깝게 여기는 측은지심, 이타적인 감정이 누구에게나 있다.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서로의 감정을 나누면서 위안을 받으며 힘을 얻는다. 물질적으로 힘들다고 물질만으로 도울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마음을 위로하고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벼랑 끝에 선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자연 미라가 된 남자의 쓸쓸한 풍장. 마지막 입김을 나누며 숨진 참돌고래의 수장은 조회 횟수가 가장 많은 기사가 되었다. 사람 냄새나는 인정의 바다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두 이야기는 오래오래 회자될 듯하다. 짙푸른 바다. 수수께끼처럼 비밀스럽고, 촌철살인(村鐵殺人)할 이야기가 있는, 감성과 이성을 박제 당하지 않으려는 논객이 설전을 벌이는 공간을 벗어나고 싶지는 않다.
클릭! 클릭! 손이 쉴 새 없이 바쁘다. 유영이 시작된다.
첫댓글 고래의 이별 의식이 감동적입니다. 사람보다 뒤떨어진다고 평가되고 있는 동물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있어요. 남 작가 님, 감기 조심하시길.........
남태희 선생님!
감동적인 글 잘 보고 갑니다.
오랜만에 들리셨네요. 가네 두루 평안하시지요? 김 선생님 께서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