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만 관객이 넘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해 개봉 첫날 1만 관객이라는 흥행을 기록한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이야기다. <제8요일>, <미스터 노바디> 등으로 우리나라 관객에도 친숙한 자코 반 도마엘의 도발적인 신작이다. 영화는 신(브뉴엘 뽀엘부르드)의 딸 에아(필리 그로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에아가 묘사하는 신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엄청난 알콜 중독자에 꼴초다. 게다가 심심해서 벨기에를 창조한 주제에 상표도 없는 맥주를 마신다. 둘째, 극단적일 정도로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여성혐오적 태도는 덤. 아들 J.C.(지저스 크라이스트!)와 에아를 출구도 없는 집 안에 가둬 놓고 산다. 신은 자신의 아내를 집안일 기계처럼 대한다. 셋째, 심심해서 천지창조를 했다. 심심해서 브뤼셀을 창조했다고 한다. 심지어 인간을 만들기도 전에 도시를 만들고 침대에 호랑이를, 극장에 닭을 풀어놓는 독특함을 선보인다. 신인 주제에 “하나님 맙소사!”, “하나님 염병할!”같은 대사를 입에 달고 지내는 것을 보면 꽤나 띨빵한 신이다. 아담과 이브는 정말 늦게 만들어진다. 그들의 자손이 대를 이어가는 과정을 표현한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다. 넷째, 재미로 인간들을 괴롭힌다. 차량추돌사고, 열차탈선, 비행기 추락 등의 사고를 손수 미니어처로 만들어 시뮬레이션까지 해가며 일으킨다. 또한 짜증유발법칙이란 것을 만든다. 예를 들면, ‘내가 선 줄의 옆줄은 항상 빨리 줄어든다.’라던가, ‘물 받은 욕조 안에 들어가면 전화벨이 울린다.’와 같은 머피의 법칙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 모든 것은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이 생각한 하나님은 코딩의 신인가 보다.
이에 반발한 에아는 오빠 J.C.의 뒤를 따른다. 집을 탈출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오빠에 조언에 따라 세탁기 속 비밀통로로 탈출을 결심한 에아는 탈출하기 전, 모든 사람의 남은 수명을 핸드폰으로 전송해준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알렉스. 남은 수명: 0년 0개월 0일 0시간 3초’ 3초 뒤에 그는 사고로 죽는다. 물론 사람들의 남은 수명은 몇 시간부터 많게는 102년까지 다양하다.(102년이 남은 청소노동자는 SNS스타가 된다) 그리고 인간들의 세상으로 내려간 에아는 오빠가 12사도를 모았듯, 자신의 사도들을 모은다. 신이 아이스하키를 좋아하기 때문에 12사도였지만, 에아는 엄마가 좋아하는 야구의 스쿼드 18명을 맞추기 위해 오빠의 사도 12명에 더해 6명을 더 찾는다. 신의 서재에서 랜덤으로 골라간 사도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지하철 사고로 왼팔이 날아간 여자, 독신 워커홀릭, 성도착자, 부잣집 사모님, 자신을 암살자라고 생각하는 남자,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자아이. 에아는 우연히 만난 노숙자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신약성경을 쓰기 시작한다. 괴팍한 신인 아버지에 반항하기 위해서이다.
영화는 종 9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신의 모습과 생활실태가 담긴 창세기, 에아가 집을 탈출하는 과정을 담은 출아파트기, 에아의 사도 6명의 이야기가 담긴 6개의 복음, 영화를 마무리하는 찬송가 중의 찬송가. 괴팍한 신의 장난을 담은 코미디라고 생각되었던 영화는, 신의 활약(?)은 창세기에 담아 빠르게 훑은 뒤, 에아와 6명의 사도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사도들은 남은 수명을 전달받은 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첫 복음서의 주인공인 팔 없는 여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살아간다. 독신 워커홀릭은 일을 그만두고 공원 벤치에서 멍하니 시간을 때운다. 성도착자는 그 동안 모은 돈으로 매일 창녀를 찾아가고, 부잣집 사모님은 일로 바쁜 남편과 사이가 멀어진다. 자신을 암살자라고 생각하던 암살자는 길거리에 총을 들고 나선다. 자신이 쏜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어차피 그날 그 시간에 죽을 운명이기에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논리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자아이는 여자가 되기로 결정하고 원피스를 입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여생을 보내던 그들은 에아를 만나고 변한다. 암살자는 팔 없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성도착자는 첫사랑을 만나고, 사모님은 고릴라와 사랑에 빠지며, 독신 워커홀릭은 새의 매력에 빠져 새 탐방에 나선다. 시한부 소년은 에아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에아를 돕는 노숙자에 의해 새로운 신약성경으로 기록된다.
영화의 마지막, 에아에 어머니는 우연히 컴퓨터를 재부팅시킨다. 신이 에아를 찾아 인간 세계로 내려왔으니, 신의 집에 있는 존재는 에아의 어머니가 유일하다. 그녀는 컴퓨터를 초기화하고 다시 부팅해 에아가 친 사고를 바로잡는다. 사람들의 남은 수명은 다시 알 수 없게 된다. 에아가 뿌린 수명은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하늘을 자신이 좋아하는 꽃무늬로 바꾸고, 샹송으로 세상을 물들인다. 에아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찾아 주었고, 어머니는 비로소 찾은 삶의 의미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시니컬한 시작과는 다르게 희망적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괴팍한 신이라는 발칙한 설정과, ‘출아파트기’ 등 기발한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진부하고 무난한 엔딩은 다소 아쉽다.
이제 연말이다. 완전히 따뜻한 코미디라고 할 순 없지만,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기엔 적당한 영화가 아닐까. 시니컬하게 되돌아보면 삶의 의미를 찾을지도 모른다.
첫댓글 모바일인데 옆이 짤려서 보이네요 ㅜㅠ 나만그런가
저도 그러네요ㅜ집에가서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