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4. 25.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4월 17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정 후보자는 딸과 아들이 각각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떤 부당행위도 없었으며, (부당행위가) 가능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에서 자녀의 편입학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부당한 문제가 발견된다면 상응한 조처를 받겠다”고도 덧붙였다. 아들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어떤 특혜도 없었으며, 국회에서 의료기관을 지정해주시면 검사와 진단을 다시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도 “부정의 팩트(사실)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 지금까지 해명한 바로는 전혀 없기 때문에…”라며 정 후보자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우리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우리 국민은 대학과 병역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그 어떤 다른 문제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호영 장관 후보자 본인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국민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의혹 어린 시선이 지속된다면, 이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조국 사태를 상기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조국 사태 당시 가장 허탈해했던 이들은 다름 아닌 20대였다. 허탈감의 근본적 이유는 ‘공정’ 때문이었다. 당시 민주당이 합리성을 보였더라면, 민주당은 20대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었을 테다. 그런데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은 합리적 모습보다는 그들만의 ‘우리 의식’을 보여줬다. 그래서 20대 상당수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그런 20대가 정호영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공정 문제로 생각한다면, 20대들은 우리 사회 기득권은 여야,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모두 똑같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한마디로, 20대의 정치적 냉소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불리한 입지에 서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기간 동안 그토록 외쳤던 것이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었는데, 이런 부정적 시선이 늘어나면 윤 당선인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정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지 훼손이 발생하면, 앞으로의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것은 분명하다.
윤 당선인 앞에 놓인 최고 과제는 압도적 여소야대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다.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여론 지지를 등에 업는 것이다. 윤 당선인도 이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틈날 때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국민과 만나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유의 소탈함으로 국민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은 소통 능력이 높은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또 이를 통해 윤 당선인에 대한 여론의 지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정호영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민이 지속적으로 의혹의 시선을 보내게 되면, 윤 당선인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요약하면, 정호영 장관 후보자는 억울할지 모르나 의혹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과 감정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윤 당선인이 꼭 되새겨야 할 부분이 있다. 검사는 진실을 밝혀 정의를 구현하는 직업이지만, 정치인은 진실 여부보다는 국민적 감정과 국민이 ‘느끼는 현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일단 국민적 감정을 먼저 헤아리고, 그다음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현명한 처신이다.
정호영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그리고 다른 공직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 관련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윤 당선인이 ‘마땅히’ 끊어야 할 과거 정권의 악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름 아닌, ‘인사 검증 실패’다. 우리 국민은 과거부터 신물 나게 인사 검증 실패를 봐왔다. 민주당은 이른바 7대 기준, 즉 세금 탈루·부동산 투기·위장 전입·논문 표절·병역 기피·음주 운전·성범죄를 중심으로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지만, 본인들 정권에서 임명된 공직 후보자가 이런 기준에 모두 부합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대 기준은 정권을 초월해 공직 후보자를 선정할 때 반드시 적용돼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당연히 7대 기준을 통한 철저한 검증을 주장하는 민주당을 비웃을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로 꼬투리를 잡히는 일을 하지 않는 게 맞다. 그런데 윤 당선인이 ‘선택’한 장관 후보자 면면을 보면, 과연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인지 의문이다. 그렇지 못하면, 과거 정권과 하는 짓이 똑같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정호영 후보자의 경우, 최소한 후보자 본인에 관해서는 이런 기준에 해당되는 사항이 없을지는 몰라도 가족 관련 의혹이 이런 기준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강압적 방식의 조사 혹은 수사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윤 당선인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문제가 있으면 선제적으로 문제를 공격적으로 해결하려 해야 하고, 부당하게 당하는 일이 있으면 처절하게 당해서 국민에게 그 부당함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정호영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이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 측에 부정적 요인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은 정호영 후보자 외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화살을 돌리려 한다. 그러나 한동훈 후보자 관련 의혹이 정호영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능가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곱지 않은 시선만 민주당에 보낼 수도 있다.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적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응답률 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보면, 검수완박에 대해 52.1%가 반대하고, 38.2%가 찬성 의사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거부하거나, 한 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한다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은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날 수도 있다.
윤 당선인 측은, 특정 시점에서 정호영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결정해야 한다. 해당 의혹에 의해 야기되는 부정적 영향과 해당 의혹 때문에 본의 아니게 얻어지는 유리한(?) 점이 교차하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파악해 나름의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신율 /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6호 (2022.04.27~2022.04.2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