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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욕주의의 핵심은 무엇인가?
즉자를 대자화하는 노동의 본질을 깨달은 의식, 보편적인 형식부여를 통해 사유와 존재의 동일성을 깨달은 의식, 이러한 금욕주의의 의식은 결국 인간 역사의 끝, 인류의 노동을 통해 완성될 동일성을 개념적으로 미리 선취한 의식이다.
삶으로서 많은 것을 이루어도 삶의 끝인 죽음 다시 삶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는 것, 모든 노동이 결국은 자기동일성으로 회귀한다는 것을 깨달은 의식이다. 그래서 결국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모든 것이 헛되며, 해서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는 것을 미리 아는 의식이다.
이런 노동의 본질을 깨달음으로써 노동의 강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식이다.
여기서 자기의식은 모든 구체적 활동성을 부질없는 것으로 부정하고, 선취된 형식에서의 자유, 즉 사유에서의 자유에만 안착한다. 사유 속에서 나는 자유롭다 - 헤겔 '정신현상학'
그러나 의식은 사유함으로써만 자유로우며, 이 때의 자유는 내가 나 자신 안에 머물러 있기에 가능한 자유이다.
이처럼 모든 개체적 의존성에서 해방된 채 선취된 자기동일성 안에서 금욕주의적 자유를 누린다. 차이와 구별성, 운동성이 특징인 개체성에서 풀려나서 사유의 보편성과 동일성에 머무르는 자유이다.
한계
그러나 이 자유는 생동적 자유가 아닌 단지 사유의 자유일 뿐이다. 이 자유는 순수한 사유로만 머무를 뿐이며, 생의 충족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런 자유는 자유의 개념일 뿐이지 생동적 자유 자체가 아니다.
금욕주의 태도는 생으로부터 사유로 물러남, 내용으로부터 형식으로 복귀한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생의 다양한 규정성으로부터 자신을 추상하고 분리하여, 형식만을 취할 뿐이다. 이렇게 의식이 자기의 내용적 전개와 확장을 제거했기에 결국 권태에 빠지게 된다.
/ 한자경 ‘헤겔 정신현상학의 이해’
삶의 구체적인 내용, 역동성에서 벗어난 추상적인 의식은 더 이상 전개됨이 없이 멈춰버리고, 결국 지루하고 공허한 답보 상태가 계속되기 마련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