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6
김남국, 이해충돌·정자법 위반 소지… 입법로비 확인땐 수뢰죄 핵폭탄
金, 공직자 청렴의무 짓뭉개고 전문가 뺨칠 코인 거래… 檢, 위믹스 127만개 구매자금 규명이 1차 과제
‘P2E 합법화’ 대가성 드러나면 정치권 풍비박산… 전방위 대국회 로비 여부 밝힐 의원 전수조사 필요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의 끝은 어디일까. 김 의원은 위믹스·마브렉스·메타콩즈·젬허브·클레이페이·폴리곤 등 40여 종의 다양한 코인을 거래했다고 한다. 코인과 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스와프, 코인으로 이자를 받는 스테이킹 등 투자 방식도 코인 거래 전문가의 뺨을 칠 정도로 전문성을 내보였다.
최근 P2E(Play to Earn) 업계의 국회 로비 의혹마저 불거지면서 김 의원 코인 논란은 헌법상의 청렴의무나 공직자윤리법상의 이해충돌 금지 규정 위반을 넘어 정치자금법과 뇌물죄 위반 논란으로까지 이어진다. 김 의원은 14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나 윤리 감찰은 중단됐다. 진실을 밝힐 수단은 검찰 수사뿐이다.
◇ 정치자금법(政治資金法)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정치자금’이란 ‘정치활동을 위해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 등 일체’를 의미한다.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 의원이 보관하던 약 127만 개 위믹스 코인의 구매 자금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의 키가 된다. 자신의 돈으로 위믹스 코인 127만 개를 매수했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타인 혹은 기업으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를 무상으로 기부를 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월 21일부터 2월 14일까지 매일 자신의 빗썸 지갑에서 클립 지갑으로 위믹스 코인 41만7000개, 업비트 지갑으로 85만5000개 등 약 127만 개(시세 약 100억 원)를 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1월 19일 빗썸이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옮길 때 실명과 지갑 주소를 사전에 등록하도록 하겠다’고 공지한 직후의 일이자, ‘트래블 룰(Travel rule)’ 시행(2022년 3월) 직전의 일이었다.
이를 이상거래로 보고 업비트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했고, FIU 역시 이상거래로 판단해 검찰에 정보를 제공했다. 이후 검찰은 그해 10월 김남국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하고, 빗썸 계좌에 있었던 127만 개의 위믹스 코인의 명의자 및 계좌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수사의 첫 단추가 끼워지지 못했다.
올 들어 김 의원의 코인 거래 과정에 의문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은 비로소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벌였다. 누구로부터 어떠한 방식으로 위믹스 코인 127만 개가 김 의원의 빗썸 지갑에 들어왔는지가 검찰이 1차로 밝혀내야 할 사안이다.
◇ 뇌물죄(賂物罪)
뇌물죄는 공적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는 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범죄이다. 형법에 규정된 수뢰, 사전수뢰, 제3자 뇌물, 수뢰 후 부정처사, 사후수뢰, 알선수뢰, 뇌물공여 등이 이에 속한다. 수뢰죄는 뇌물액이 1억 원을 넘는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재 P2E 게임은 불법이다. P2E 게임 합법화는 게임업계의 숙원 사업으로 불린다. 국회의원이 입법을 조건으로 코인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했다면 수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업계가 집단적인 대국회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정치권이 풍비박산이 날 수도 있는 셈이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10일 한국게임학회는 성명을 통해 P2E 업계의 국회 전방위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대량으로 갖고 있던 위믹스 코인은 P2E 관련 코인이다. 김 의원은 2021년 12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면서 ‘게임머니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를 말한다’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P2E 합법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었던 내용이었다. 그는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 시절 수행실장 겸 온라인소통단장을 맡으면서 이 후보의 “P2E 게임 허용” 발언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라는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은 이번 코인 수사에서 P2E 업계의 입법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를 엄밀하게 살펴야 한다. 뇌물죄는 정치자금법 위반과는 ‘존재의 평면’, 즉 범죄의 경중이 완전히 다른 범죄다. 검찰은 김 의원의 수뢰죄 위반 여부와 함께 입법 로비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진행됐을지를 엄정하고 면밀하게 수사해야 한다.
◇ 자본시장법(資本市場法)
김 의원이 진행한 코인 투자는 일반인이 흉내 내기 어렵다.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을 한 종목에 투자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를 놓고 비공개 주요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주장하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에는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자본시장법은 ‘법률에 의해 직접 설립된 법인이 발행한 출자증권’을 ‘지분증권’으로 보고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코인을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에 코인을 포함할지 다양한 견해가 있다.
이들 견해 중 ‘투자성 코인’에 대해선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투자성 코인’은 발행한 코인에 회사의 이익이 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투자성 코인’은 자본시장법상의 ‘투자계약증권’으로 볼 수 있어 규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보유한 위믹스 코인은 회사 이익이 위믹스 코인에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다. 그냥 전매차익을 노린 코인이다.
위믹스 코인을 ‘투자계약증권’으로 포섭한다 할지라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엔 ‘비공개 정보 위반’은 적용되지 않는다. 즉 현행법 체계로는 김 의원의 코인 거래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회가 ‘가상자산법’을 제정하고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할 이유다.
◇ 도덕적 해이
김 의원이 쏘아 올린 코인 논란이 사회에 던지는 파장은 매우 크다. 과거 정치자금의 범위는 ‘금전 일체’였다. 그러나 이제는 코인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였다. 비실명 해외 코인 계좌를 개설해 타인으로부터 거액의 코인을 기부받아 ‘콜드 월렛’에 갖고 있다면 사실상 누구도 알 수 없는 완전범죄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걸 떠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의 도덕적 해이일지도 모른다. 광범위한 해이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및 공직자에 대한 코인 관련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그것을 안 받겠다고 한다면 의심스럽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문화일보
■ 용어설명
‘P2E’, 즉 ‘Play to Earn’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개념. 이용자가 게임 속에서 얻은 재화나 아이템을 가상화폐나 가상자산 등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만큼 사행 행위 논란을 불러일으킴.
‘트래블 룰’은 송금자의 정보 등을 기록하는 자금 이동 추적 시스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2019년 트래블 룰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했고 한국은 2022년 3월 25일부터 정보 기록을 의무화.
■ 세줄요약
정치자금법 문제 : 김남국 사태는 P2E 업계의 로비 의혹과 맞물려 청렴의무·이해충돌 금지를 넘어 정치자금법과 뇌물죄 위반 가능성 내보임. 정자법 위반은 초기 127만 개 위믹스 코인 구매자금 성격 규명이 관건.
뇌물죄 여부 : 국회의원이 입법을 조건으로 코인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했다면 수뢰죄가 성립할 수도. 집단적 대국회 로비가 확인되면 정치권에 핵폭탄 될 것. 현행법 체계로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기는 어려워.
도덕적 해이 :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대리인인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 공직사회 내 광범위한 해이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국회의원 및 공직자에 대한 코인 관련 전수조사를 해야 할 필요성 대두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