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티투어/정동윤
삼월 초순의 날씨는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지라 적당히 쌀쌀하고
해가 나면 온기가 살짝 도는 날이기에
두꺼운 옷보다는 추우면 껴입고
더우면 벗을 수 있는 얇은 옷을
여러 벌 챙기는 게 좋다
이번주 내내 구속받는 약속이 없어
아내에게 바다 바람 쐬러 가지고 하니
두말없이 찬성이다. 쿵짝이 잘 맞다
어제저녁에 사 둔 떡 3 종류를 담고
내가 좋아하는 가장 맛있는 배율로
정성껏 내린 커피를 준비하고
따뜻한 물도 충분히 챙겨 집을 나서는데
몇 방울 비가 어깨를 쳐 우산까지 챙겼다
인왕산에 산수유도 노란 몽우리가 보이고
남산 주변엔 영춘화 소식도 만발하니
봄을 향한 눈길이 서쪽 바다로 뻗쳐
가기 좋은 인천으로 향하게 되었다
나의 주 목적은 을왕리 해수욕장의
젖은 모래 위의 해변 어싱이지만
인천의 여러 명소도 돌아보는 것이다
겨우내 맨발 걷기가 어려웠기에
쳇지피티에 서울에서 가까운 해변을
물으니 을왕리 해수욕장이라 대답하였다
날이 풀리면 해변 어싱을 해보려는 것은
파나마 해변의 좋은 추억 때문이다
송도 센트럴파크역의 관광안내소에서
표를 끊는데 2 사람에 만 원이다.
원래 1 인당 만 원인데
3월 1일부터 17 일까지 50% 할인이란다.
여기까지 타고 온 수도권 전철도 무료인데
2층 리무진 관광버스 요금도 5천 원이니
가는 날이 장날인 기분이다
만 원의 행복 여행은
인천시티투어 중 바다 노선을 택하였다
코스는 1.송도 컨벤시아 2.공항여객터니널2
3.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4.을왕리 해수욕장 5.무의도 입구
6.파라다이스 시티 7.G타워 8.출발점 회귀
각 정차역마다 내려서 즐기다 1 시간마다
순환하는 버스를 타면 되는 것이다.
그냥 차만 타고 돌면 2시간 반이 걸린다
거대한 2층 시티투어 버스 2층 맨 앞에
넓게 앉으니 시야가 넓다
우리 부부만 탔을까 둘러보니
30 대로 보이는 남성 1 명이
개방 좌석에 뒷좌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부부 전용 버스는 아니었다
이곳 송도 국제도시는
해상을 간척해 조성된 경제자유구역으로
40조 원의 민간 자본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도시 개발 사업으로 태어났다
상하이, 싱가포르, 두바이를 참고하여
여의도 17 배의 해안을 매립하여
도시를 만들었기에 독특한
이국적 풍경이 강하게 느껴진다.
아파트도 서울에서 흔한 판상형이 아니라
타워형으로 건물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엄청난 관광객 유치 시설을 자랑하는
인스파이어 리조트나 파라다이스 시티는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고(돈이 너무 듬)
자연친화적인 을왕리, 무의도가
내 격이라 우리가 내릴 선택은 쉬웠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전 펜싱 선수 남현희와
결혼하려던 전청조가 이곳 회장의 3세라고
사기친 적이 있는 위락 시설이다
무의도는 예전부터 여러 번 다녀온
추억의 섬인지라 편히 다녀올 수 있고
또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용유도로
이어지는 모노레일도 궁금하였다.
해외 일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노무자들이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한국의 맛이 당길 때 모노레일을 타고
용유도에 와서 황* 해물칼국수 한 그릇
먹고 간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인스파이어도 고무하다, 격려하다,
영감을 주다의 뜻인데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영감을 얻으며
호화롭게 쉬고 싶지만...
송도에서 영종도로 이어지는 인천대교는
바다 위의 고속도로로 2009.10.16에
완공된 다리로 영종대교와 더불어
영종도의 주요 간선도로가 되었다
다리 아래로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중간은
아주 높게 만들어졌는데 돌아오는 길에
거대한 기선이 다리 아래로 지날 때
우리의 버스는 그 위로 달리고 있었다
이곳을 자주 다녔던 옆자리 노인 부부도
첨 보는 광경이라며 신기해하였다
을왕리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출발 후 30 분이 걸렸다.
난 맨발로 해변으로 나섰고 아내는
해변 벤치에 앉아 가져온 음식과 음료를
마시며 유튜브를 즐기기로 하였다
급히 바닷가 젖은 모래 위로 걸었으나
발이 시릴 정도였기에 한 바퀴만
돌고 와서 나도 떡과 커피를 먹으며
변함없이 출렁이는 바다를 보았다
시간이 충분하면 근처 식당에서
해산물을 즐기며 바다 풍경에 빠질 수
있겠으나 오늘은 탐색으로 끝낼 계획이다
갈매기 떼도 마른 모래 위에서
쌀쌀한 오후의 한때를 즐기고 있었다
음식점이 즐비한 해변의 3 층 카페에서
차를 마셨던 젊은 연인이 다가와서
멀리서 바라보았던 우리들의 모습이
풍경과 너무 잘 어울려 사진을
몇 장 찍었노라고 말하였다.
초상권 침해랄까?
사진을 보여주기에 웃으며 좋다고 하였다
우리 나이는 다정한 모습도
멀찍이 떨어진 모습도
마주 보는 모습도
등진 모습도 모두 풍경이 되는구나.
이곳에서도
열정의 해변 어싱맨 두 분을 만났다.
장화에 구리 선을 감아 안으로
넣었고 등산용 지팡이에도 구리 선을 칭칭
감아 손잡이와 연결했는데 장갑을 뚫어
장갑 속에서 지팡이를 잡고 어싱 하신다
완벽한 방한으로 추운 겨울에도
매일같이 어싱을 하여 전립선암 4기를
극복한 의지를 보여주었는데
모두 행복한 얼굴이었다
무의도에 들러 바다 위로 합성목재로
만든 둘레길을 걷고 싶었으나
아내는 오늘은 전체적인 모습과
눈요기를 하자는 의견으로 무의도 걷기는
우리의 여행 통장에 저축하기로 하였다
나중에 찾아다닐 수 있는 여행 통장엔
꽤 많은 코스가 저장되어 있으니
꺼낼 건강만 유지되면
언제든지 인출하여 떠날 수 있으니
무리하게 걷기를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서로 다른 점을 수용하며 보낸 세월이
40 년을 훌쩍 넘겼으니 출애굽의
광야 생활을 끝내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서 보내는 일상이 고맙기만 하다
4시 반에 원점회귀하여
송도의 출발지로 돌아왔다
센트럴파크엔 호수와 한옥 호텔 등
다양한 시설과 걷기 좋은 길이
눈에 많이 띄었으나 나중을 기약하고
총총 서울로 향하였다
오는 길은 인천1호선과
공항 전철을 무료로 이용하니
여행 경비는 만 원으로 해결되었다.
다음엔 현지 소비를 늘릴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