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욤비 토나, 박진숙 지음
- 출판사
- 이후 | 2013-01-04 출간
- 카테고리
- 정치/사회
- 책소개
- ☞누르면 팟캐스트로 연결됩니다“난민은 불쌍한 사람도, 죄를 지은...
인터넷 웹사이트에서였나 TV에서였나 콩고 출신 "난민"으로서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욤비란 사람의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있다. 나름대로 반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히 자녀들이 한국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하고 한국을 "자기 나라"처럼 여기는 모습에서 부모가 느꼈던 이질감과 문화적 갈등을 토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 <내 이름은 욤비>는 한 아프리카 출신 난민이 어떻게 이역만리 한국에서 정착하게 되었는가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더불어 난민이란 용어 및 그 개념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한국의 난민정책의 현황과 그에 대한 비판이란 성격도 책에 드러나 있다. 책의 전반부가 욤비 토나라는 인물이 콩고라는 나라에서 탈출하는 한 편의 드라마라면, 책의 후반은 그가 한국에서 난민으로서 살아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답답하고 어려운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과거 자이르란 이름의 나라였던, 멀고 생소하고 한국인으로서 거의 관심가질 일이 없을 거 같은 머나먼 나라인데 그 나라와 주변 지역의 분쟁때문에 결국 그가 머나먼 한국까지 오게 된 인연이 기구하기도 하다.
이 책에서 (또는 방송에서) 밝힌바에 따르면 그는 콩고의 지방에 있는 小왕국의 후손이라고 한다. 부족제 전통이 강한 아프리카이기 때문에 지방마다 부족들의 小왕국들이 있는데, 그의 할아버지가 바로 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욤비씨는 사실 남부럽지 않게 살았고(주거환경만 따지면 그의 고향의 저택보다 한국의 집이 더 열악하다), 고등교육받기가 매우 어려운 그 나라에서 수도에서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 아프리카와의 교류가 그렇게 활발하진 않지만 아프리카 출신으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 있을텐데 그가 이렇게 책을 내고, 난민에 관하여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강연이나 수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였던 까닭도 있을 것이다.
책 전반부의 탈출기는 앞서 드라마라고 표현했듯이 이야기로서도 매우 흥미로우며 동시에 상당한 문화차이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있다. (정보국 요원으로서 활약해서 수배령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왜 그가 "공항"을 무탈하게 거쳐 탈출할 수 있었는가를 보면 긴박하면서도 빵터지기도 한다)
책 후반부의 욤비씨의 난민정착기는 일견 답답하면서도 매우 현실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난민협약 가입국이지만 실제 난민 인정수는 매우 적다.
이유는 심플한데 난민들이 대한민국을 잘 찾지 않고, 또 문을 두드리는 난민에게 문을 잘 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욤비씨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책으로 낸 저자와 남편은 이러한 인연으로 난민에 관한 일을 하게 되어 자신들의 인생도
바뀐 인물이다. 머릿말의 저자(박진숙)의 글을 인용해 보면
난민의 절박한 진술에도 판사는 시종일관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눈앞에 선 콩고사람이 난민이란 걸 인정해주면 그 다음날로 난민들이 떼거지로 한국에 몰려올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날 받은 인상은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라는 대목이 있는데 아마 정부당국의 난민 정책을 보는 시각이나 일반인의 시각도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욤비씨가 한국에 난민신청을 한 것은 우연히 그가 아는 인맥이 발급해줄 수 있는 비자가 중국이었고, 거기서 다시 신변에 위협을 느껴 한국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인데 말이다.
물론 난민정책은 개별 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에 신청을 무조건 다 받아줘야 할 의무는 없으며, 과도한 난민을 받아들였던 중동의 몇몇 국가들이 국내 정세가 불안할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자국국민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는 국가로서는 신중해야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다만 이 책에서 소개된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이 꽤 불합리하고 어려워서 이러한 부분은 개선되야 하는 것이 맞다.
그 나라 정부로부터 박해가 우려되어 피신한 것인데 그 나라 정부를 통하지 않고는 떼올 수 없는 서류를 요구한다든가, 필요한 서류를 구비해왔음에도 불합리한 사유로 증거능력을 인정 않는다든가, 부실한 통역이나 의사소통상의 문제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등이 잘 서술되어 있다.
사실 과거에 한국출신 "난민"이 썼던 책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바로 홍세화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이다.
만약 프랑스가 홍세화씨의 난민신청을 거부하고 되돌려보냈거나 했다면 톨레랑스란 말이 유행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난민 문제는 한국의 국제적 지위향상에 따른 인도적 차원의 의무같은 게 아닐까.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