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일상에서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들꽃 공세현
“지금은 WC(With Corona)의 시대다.” 이진오 목사(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 운영위원)의 말이다. 가슴에 와 닿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일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일상의 변화는 변혁된 새 세상을 향해간다. 이러한 변화에 교회도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코로나19 이 후 시대와 한국교회의 과제』(이도영, 새물결플러스)는 현 상황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다. 이것은 저자가 10번에 걸쳐 온라인 예배에서 설교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책의 내용 중에 1장 “코로나19 팬데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공동체- 재난 유토피아를 보여주는 공동체”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도영목사는 20대를 공동체 운동에 헌신했고, 30대 이후엔 대형교회를 섬겼으며, 40대에 개척하여 11년째 한 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페어처치』(새물결플러스)와 『성자와 혁명가』(새물결플러스) 등의 책을 통해 위기의 한국교회가 살기 위한 신학적, 신앙적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글의 구조를 보면, 6개의 소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님의 심판이 아니다’가 4쪽, ‘지금이 하나님의 주권을 말할 때인가?’ 10쪽, ‘기독교는 자유와 책임의 종교다’ 9쪽, ‘왜 신천지에 열광할까?’ 5쪽, ‘초기 교회가 부흥한 이유’ 4쪽, ‘이 폐허를 응시하라‘ 3쪽으로 이루어져, 전체 30쪽을 차지하고 있다.
글의 내용은 기독교 내의 일반적 관점인 ’하나님의 심판과 주권‘ 사상을 반박한다. 특히 존 파이퍼의 『코로나바이러스와 그리스도』(개혁된실천사)의 내용을 비판한다. 저자가 말하기를,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을 구별하지 못하고, 내세 중심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어 인간의 책임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하였다 .
저자는 인간의 본질은 하나님의 형상에 있다고 한다. 그것은 ’사람‘, ’사랑‘, ’사명‘의 세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종합해보면, 인간은 자유를 지닌 인격이지만, 이웃에 대한 사랑과 사명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존재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세상을 향해 책임지는 종교이며, 이를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회는 그렇지 못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히려 신천지를 통해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는데, 그들에게는 풍부하지만, 기성 교회에 부족한 것이 있다. 자기 효능감과 소속감이다. 비록 거짓이지만 신천지는 불안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리고 엄격한 입교 과정을 통해 소속감을 준다. 그러나 기성 교회는 이러한 요소들이 매우 부족하다.
원래 교회는 달랐다. 로드니 스타크의 『기독교의 발흥』(좋은씨앗)을 보면, 기독교는 전염병이 확산 되는 시기에 급성장했다. 그들은 당시에 희망이 되어 주었고, 공공성과 공동체성을 지닌 대안, 대조사회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교회는 세상을 향해 사랑의 책임을 감당했고, 위기의 세상을 구해내었다.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펜타그램)는 ’대재난 속에 혁명적 공동체가 출현하고, 재난 유토피아가 건설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대재난의 시대에 교회가 과연 혁명적 공동체, 재난 유토피아를 만드는 일에 일조할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책을 통해 배운 점과 공감한 부분이 있다. 첫째, 재난이나 재앙의 문제를 논하는 경우, 기독교 일반에서 말하는 ’심판과 주권‘ 사상이 가볍고 위험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관점이 교회의 공공성과 인간의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음에 공감하였다. 둘째, 교회가 위기의 시대에 세상을 향한 연대와 책임지는 태도가 필수적임을 알게 되었다. 셋째, 지금까지 교회가 세상 위에서 심판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넷째, 공공성과 공동체성, 공교회성의 회복이 없으면 한국교회는 망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존 파이퍼의 책을 비평하면서 “복음주의자들은 모든 상황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내세우는 말을 한다.”라고 했다.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글이다. 그런데 자칫 이 문구만 보게 되면 모든 복음주의자들이 그렇다고 오해할 수 있다. 복음주의권 내에도 다양한 부류가 있고,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복음주의자들도 존재한다.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한 지 오래되었다. 교회가 망할 것이다는 말도 곳곳에도 들린다. 그 와중에 찾아 온 대재난이 한국교회를 완전히 무너지게 할 수도 있지만, 혁명적 공동체로 바꿀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저자의 견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회의 공공성, 공동체성, 공교회성의 회복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목회자 개인이 하기엔 힘들다. 개교회로도 어렵다. 먼저 지역 내의 목회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With Corona’ 시대에 ‘With God’, With World’, ‘With Church, With People“ 하는 교회들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