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유미경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임시휴관이 결정되었다. 도서관을 갈 수 없다. 안 가는 것과 못 가는 것이 이렇게 다를 줄이야. 임시휴관 안내 문자가 왔다. 급히 나는 아이를 들쳐 엎고 도서관에 갔다. 한가득 책을 빌렸다. 소리를 낼 수 없기에 아이는 밖에 나가자고 졸라댔다.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급히 보이는 책을 쓸어 담아 빌렸다. 집에 와서 보니 내가 보고 싶어하는 책은 아니었다. 언제 도서관을 개방할까. 금방 개관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임시휴관은 계속됐다. 도서 반납일 연장 문자가 왔다. 더 늦게 개방하겠구나. 예약 대출 서비스 실시 문자가 왔다. 그거라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도서 예약을 하고 도서관에 갔다. 낯선 풍경. 007작전 시행하듯 행동했다. 문은 한 개만 개방하여 빙 돌아서 들어갔다. 열 감지 카메라 지나가기, 손 소독과 마스크착용 필수. 방명록 작성. 모든게 낯설었다. 도서관에 앉아 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책을 대여 할수 있는게 어딘가. 감지덕지하다.
나는 도서관이 좋다. 책 냄새가 좋다. 조용한 곳이라 좋다. 사람이 있어서 좋다. 아는 이가 없어서 좋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좋다. 언제부턴가 나는 도서관에 가면 마음이 놓이고 편안함을 느꼈다. 어렸을 때 친구를 따라 도서관에 처음 갔었다. 책을 빌릴 때는 카드에 이름을 적었다. 사각사각 연필소리내며 카드에 이름을 적었던 기억이 난다. 카드에는 이 책을 그동안 누가 빌렸는지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름 보는 재미로 이책 저책 꺼내 카드를 빼 보았다. 아는 이름이 나오면 반가웠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책장 사이로 도서관에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보는 게 그렇게 좋았다. 좁은 틈 나 혼자만의 공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니 몸은 불편해도 마음만은 자유로웠다. 막상 책을 빌려 집에서 읽으면 그때 느꼈던 재미는 나지 않았다. 14살 때 학교 도서부에 들어갔다. 책을 제자리에 꽂는 일도 좋았고 함께 하는 부서 친구들도 좋았다. 그 후로도 중학교 고등학교 계속 도서부를 했다. 학교 시험 기간에 교과 공부를 하다 지겨울 땐 도서관에서 요리책을 봤다. 맛있는 음식을 보며 요리법도 익히고 맛있겠다고 생각하며 침도 꿀꺽 삼켰다. 바쁜 와중에 보는 책은 더 감질나고 좋았다. 어른이 되어 아이를 임신했다. 배부른 배를 안고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가면 그렇게 멀미가 났다. 하지만 도서관 안에 들어갔을 때 기분이 참 좋아서 꾹꾹 참고 갔다. 쇼파에 앉아 책을 보면 스르르 잠이 왔다. 도서관에서 잠이 들어도 그렇게나 좋았다. 단잠이었다. 지금은 그 아이가 태어나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간다. 아이는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는다. 청개구리 처럼 ‘쉿, 조용히 해!’ 하면 일부러 더 큰소리를 내고 웃으며 장난을 친다. 그래도 도서관 추억이 많이 쌓이는 것 같아 좋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공간 도서관. 내 아이에게도 선물해 주고 싶다.
도서관이 문을 닫아 카페를 찾았다. 도서관 같은 느낌의 카페가 있을까. 창밖 풍경도 바라볼 수 있는 그 곳. 2층으로 된 카페를 찾았다. 주차장이 협소했다. 불편했다. 주차장이 넓은 카페를 찾았다. 그런데 카페 안이 좁았다. 도서관 같은 카페는 없었다. 나주에 있는 북카페를 찾았다. 거기도 문을 닫았다. 허탕을 쳤다. 책에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그곳에 가고 싶다. 나는 갈 곳이 없어, 집에서 도서관처럼 분위기 내 보려고 했다. 하지만 도서관처럼 되지 않았다. 먹을 수 있고 누울 수 있어 자꾸만 딴짓을 했다. 도서관처럼 약간의 긴장감이 있고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곳을 원하는데 없다. 내가 책을 본땐 곁에 책을 보는 이가 있으면 좋겠다. 밖으로 나갔다. 공원 벤츠에 앉아 책을 보았다. 햇살을 따사로웠지만 테이블이 없어 자세가 불편했다. 도서관이 그립다. 도서관 개방을 기다려 본다. 코로나19가 지나가길 바란다. 도서관 창가에 앉아 읽고 싶은 책을 쌓아놓고 읽고 싶다. 배고프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쉬고 싶으면 의자에 앉아 쉬었다 언제든 책이 보고 싶으면 들어와 책을 볼 수 있는 그곳. 너무나 그립다. 그 순간은 나의 최고의 행복이다. 내가 무기력해졌을 때,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을 때 나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오늘 뿌듯한 하루를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서관과 가까이 가까이 더 가까이 살고 싶다. 내 집에서 도서관이 보이면 좋겠다. 지나가다 불 켜진 도서관만 보아도 힘이 난다.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구나.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봐도 그 열정이 나에게도 전달된다. 지칠 땐 한 번씩 들리곤 한다. 내가 좋아는 곳이 있어 나는 참 좋다. 평생 도서관 가까이에 살고 싶다. 코로나19는 나에게 내가 가장 소중한 공간이 어딘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첫댓글 도서관과 연애하는 것 같아요. 뭐든지 좋아서 해야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런데 제목이 슬퍼하지 않을까요? 단락이 바뀌어도 한 줄을 비우면서 글의 얼굴은 푸대접한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둘째 단락에서는, 좀 과장하면, 문장마다 '좋다'로 끝내고 있어요. 다른 말로 바꿀 수는 없을까요? 이렇게요. 예 하나 들게요.
"도서관에서 잠이 들어도 그렇게나 좋았다. 단잠이었다."
"도서관에서는 잠도 달콤했다."
말과도 사랑을 나누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