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 7곡 군주의 골짜기
베르길리우스와 소르델로가 들뜬 인사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소르델로가 “그런데 당신은 누굽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베르길리우스요. 내가 천국에 가지 못한 이유는,
죄는 짓지 않았으나 신앙이 없었기 때문이오.“
이것이 길잡이가 그 영혼에게 한 대답이었다.
소르델로는 고개를 숙이더니 그분께 겸손하게 돌아서서 베르길리우스의 가슴 아래 허리, 무릎, 발을 껴안으며 존경을 표했습니다.
오, 라틴의 영광이여, 당신께서는
우리 언어의 힘을 증명한,
내 고국의 영원한 모범이십니다.
그리고는 지옥의 어느 구역에서 오시는 길인지 말씀해주라고 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고통스러운 왕국의 모든 구역을 지나 이곳에 왔는데 저 밑에는 희망을 잃은 한숨소리가 들린다고 했습니다.
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 때문에
당신이 찾고 있는 태양을 볼 수 없게 되었소.
난 그 의미를 너무 늦게 알았소.
또 세 가지 신성한 덕을 입지는
못했지만, 악습은 모르고 다른 덕은
다 알고 실행한 사람들과 함께 있지요.
세례를 받지 못해서 그리고 인간이 하느님에 대해 가져야 할 믿음, 소망, 사랑의 세 가지 덕목을 입지 못해 림보에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알고 있다면 진짜 연옥이 시작되는 곳에 빨리 갈 수 있는지 알려주라고 합니다. 소르델로는 사방으로 자유로이 다닐 수 있어 자기가 오를 수 있는 데까지 안내해 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밤에는 오르지 못하기 때문에 쉴 만한 곳을 생각해야 한답니다.
하지만 비탈 아래로는 내려갈 수 있습니다.
지평선이 낮을 가두고 있는 한
원하는 대로 산 주위를 돌아다닐 수도 있고요.
선생님께서 이 말을 듣고 즐겁게 쉴 곳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를 데려다 주라고 합니다. 그곳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비탈의 움푹 꺼진 곳이 보였습니다.
구부러진 길이 주변보다 움푹 꺼진 곳의 가장자리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반짝이는 푸른색과 갈색, 그리고 녹색의 에메랄드 조각들이 현란하게 빛을 내도 분지를 물들인 풀과 꽃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이기지 못하리라!
자연은 이곳을 색색으로 물들이고
수천의 향기로 그윽하게 감싸면서
완전히 새롭고 알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살베 레지나!” 수많은 영혼들이
잔디와 꽃밭 위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밖에서는 움푹 팬 골 때문에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만토바 사람이 저 영혼들에게 내려가지 않고 산 위에서 그들 모두의 행동과 얼굴을 보는 게 더 쉽다고 합니다.
그곳은 살아 있을 때의 지위에 따라 상하가 정해져 있어서 이곳을 ‘군주의 골짜기’라고 부릅니다. 살아생전에는 서로 원수였던 왕들이 여기서는 서로 위로하며 노래하는 모습이 새롭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는 합스부르크가 황제 루돌프 1세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소리 모아 노래를 불러도 입도 열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상처 입은 이탈리아를 버려두어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단테는 태만의 죄를 저질렀다고 봅니다. (연옥편 6곡)
보헤미아 왕 오토카르입니다. 그가 강보에 싸였을 때라도
사치스럽고 게으르기만 했던
수염 난 자기 아들 벤체슬라우스보다 훨씬 나았지요.
그리고 저 관대해 보이는 자는 나바라의 왕 엔리케입니다. 그의 계승자였던 딸 조반나가 프랑스 필리프 4세와 결혼하여 나바라 왕국은 프랑스에 귀속되었습니다.
프랑스 왕 필리포 3세는 시칠리아를 공략하던 중 아라곤의 왕 페드로 3세에 패하여 도망치다 죽어 백합(프랑스 왕가의 문장)의 치욕이 되었습니다. 그는 필리프 4세라는 아들을 두었으니 필리프 4세는 “프랑스의 악‘으로 부덕하고 썩은 삶을 살았기에 저리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샤를 앙주 1세와 아라곤 왕 페드로 3세는 샤를 앙주 뒤를 이어 시칠리아 왕이 되었습니다. 아라곤의 왕 알폰소 3세가 왕위를 이어받았더라면 그 덕이 잘 이어졌을 텐데, 아라곤 왕 하이메 3세와 페드로 3세의 셋째 아들인 페데리고 2세가 나라를 차지해 좋은 유산을 갖지 못했습니다.
페드로 옆에 앉아 있는 샤를 1세가 페드로와 같은 운명을 살았다고 말합니다. 샤를 1세의 아들 샤를 2세는 아버지보다 자질이 떨어졌습니다.
인간의 덕성이 가지들에서 다시 솟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는 분께서
그렇게 되도록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조상의 덕성을 물려받은 일은 드뭅니다. 덕성은 가문과 상관없이 개인에게 주기 때문입니다.
천국편 8곡에서 ‘어떻게 좋은 씨에서 나쁜 열매가 맺히는 것일까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간의 행위와 뿌리는 다를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다른 본성들을 지니고 있기에 서로 다른 목적들을 추구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인간의 행위와 뿌리는 다를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 한 씨앗에서 나온 에서와 야곱이 서로 달랐고, 퀴리누스는 천출이지만 사람들을 그를 마르스의 아들로 상상했다오.“ 베아트리체의 말입니다.
나무는 씨앗보다 더 뛰어나기 힘든 법이라,
코스탄차는 베아트리스와 마르게리타보다 훨씬 더
자기 남편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코스탄차는 페드로 3세의 아내입니다. 샤를 1세가 아들 샤를 2세보다 낫고 샤를 1세보다 그 아버지 페드로 3세가 낫다는 말입니다.
저 쪽에 혼자 앉아 있는 헨리 3세의 아들 에드워드 1세는 영국 법을 개혁했습니다. 그가 혼자 앉아 있는 이유는 그의 영토가 신성 로마제국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제일 낮은 곳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은 굴리엘모 7세인데 피에몬테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일어난 소요를 진압하지 못해 자기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해 나중에 철장에 갇혀 죽을 때까지 전시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