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김유정신인문학상
딸기의 축지법 / 양사강
땅에 닿을 수 없는 날씨를 딸기꽃이라 부르자
구름에서 돋아난 날개 새파랗고
젖은 발자국에서 봄눈 냄새가 난다
눈사람이 봄에 죽는다는 것
꿀벌은 알고 있다
온실 속 물방울로 맺혔다가 딸기나무 속으로 스민다는 것도
빛의 자취를 따라 자라나는 딸기 알
점점이 박혀 가는 푸른 씨앗은
때 이른 희망일까
우리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부칠 수 없는 편지라 부른다
온통 초록뿐인 딸기나무
초록에서 빨강까지가 꿀벌의 세계라고 하자
춤을 추듯이 자란다
새벽이면 공중에 뜬 달이 가까워졌다고 한다
잎사귀 돌돌 말려 있어도
날아갈 것이라 믿는 딸기 알
새의 날개를 빌리지 않아도 날아갈 기세다
출렁거리는 세상으로 한발 성큼 내민
저 겉뿌리의 배후는 누구일까
붉어지는 알 속으로 침참해 들어간 까만 씨앗은
어떤 마음일까
딸기나무는 살얼음이면서
입술에 닿으면 녹아내릴 선물을 매달고 있다
보셨나요
흰 접시 위에 찍힌 붉은 발자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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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공모전 당선 詩 소개
제30회 김유정신인문학상 딸기의 축지법 / 양사강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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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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