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이 그르면 결과 또한 그르다.
‘성불(成佛)’은 보살행을 닦아 마침내 부처님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성불’이라고 하면
우리 중생들이 석가모니 부처님과 똑같아지는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으로 규정을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성불을 그렇게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한두 생 쌓은 공덕으로 부처님이 되신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부처님의 전생록을 보더라도, 세세생생 쌓아 올린 복덕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셨습니다.
우리 또한 어떤 목표를 하나 설정하여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그 목표를 달성하면 그것이 하나의 성불입니다.
하나의 일을 마무리하면 하나의 성불이요 또 하나의 일을 마무리하면 또 하나의 성불입니다.
이렇게 하나를 이룩하고 또 하나를 이룩하는 것이 성불입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쌓아 올린 복덕과 쌓아 올린 지혜가 세세생생 쌓이고 쌓여서,
우리도 석가모니 부처님과 같은 완전한 인격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학문적으로도 모자라고 인격적으로도 모자라는 우리가 ‘진리의 불빛을 조금 보았다’라고 해서
어떻게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과 같은 완전한 차원의 성불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세세생생 쌓아 올린 복덕과 지혜 없이,
금생(今生)에서 내 마음의 불빛을 조금 본 것만으로는 전체적으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불교를 바로 이해해야 합니다.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실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염불(念佛), 주력(呪力), 화두(話頭), 간경(看經) 등의 공부를 하되, 자기가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불자들에게 말합니다. “정성 ‘성(誠)’ 자가 부처입니다.”
지성껏 불교를 믿는 사람에게 불교는 하나도 어려울 게 없습니다.
모두 이해가 되고 답이 나오고 실천이 되는 것이 불교입니다.
불교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은 내가 일상생활에서
정성 ‘성(誠)’을 벗어나 내 욕심으로 내 감정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정성(精誠)이라는 이름으로, 지성(至誠)이라는 이름으로 살 때 불교는 조금도 어려울 게 없습니다.
정성으로 불교를 믿는 사람은 절대 옆길로 빠지지 않습니다.
지성으로 불교를 믿는 사람은 절대 불교를 착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우상 숭배를 하지 않는 불교를 믿으면서
스스로 우상을 만들어 내는 잘못을 쉽게 저지르게 됩니다.
‘내 마음, 내 생각’이라는 우상을 가지고 내 멋대로 생각해버리면
불교는 이미 불교가 아니요, 부처도 이미 부처가 아닙니다.
부처님이 복을 주고 벌을 주는 불교는 불교가 아닙니다.
복도 내가 심어서 내가 거두는 것이고 죄도 내가 심어서 내가 거두는 것입니다.
모든 일은 내가 심어서 내가 열매를 거둡니다.
불자들이 부처님께 하는 절은 ‘미완성인 내가 완성된 나에게 하는 절’입니다.
지금의 나는 아직은 모순덩어리이지만, 내 수행의 결과는 부처님처럼 저렇게 거룩합니다.
부처님은 누구든지 합장하고 절을 할 수 있는 미래의 내 모습입니다.
법당의 부처님은 내가 완전한 인격자가 되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내가 완전한 인격자가 될 때 주위의 사람들이 내 앞에 와서
부처님께 절을 하듯이 절을 하게 되는 것처럼,
미완성이고 덜 영근 내가 완전히 영근 나를 쳐다보고 하는 절입니다.
결코 절을 하는 나와 부처님을 따로 갈라놓아서는 안 됩니다.
날마다 나를 뒤돌아보면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참회할 것은 참회하면서 자기 공부를 정성껏 지어나가야 합니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나 자신을 자꾸 뒤돌아보면서
나를 채찍질할 수 있어야 참된 불자입니다.
엉뚱한 생각을 갖고 엉뚱한 길을 가면서,
‘아이고, 부처님. 저에게 복을 주시고 우리 집안에 복을 주십시오.’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합니다.
불교를 착각하여 엉뚱한 생각을 갖고 엉뚱한 기대를 걸면 옆길로 가게 마련입니다.
원인이 바르면 결과 또한 바르게 나옵니다.
내가 좋은 씨앗을 뿌려서 정성스레 가꾸어 나가면 그 열매는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진리입니다. 이것이 대우주 법계의 이치입니다.
좀 더 지혜롭게 좀 더 너그럽게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행동 하나하나를 말 한마디,
한 마디를 조심하고 조심하면서, 자기의 목표를 향하여
정성껏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참된 불자의 길입니다.
- 우룡 스님 - 월간 [법공양] 5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