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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서예자료[2000]포은(圃隱)선생5율-봉사일본(奉使日本)
봉사일본(奉使日本)
일본에 사신 와서
- 圃隱 鄭夢周(포은 정몽주)
水國春光動 (수국춘광동) 섬나라에 봄빛이 생동하는데
天涯客未行 (천애객미행) 천애의 나그네는 길을 못 떠나
草連千里綠 (초연천리록) 풀빛은 천리 산야 온통 푸르고
月共兩鄕明 (월공양향명) 저 달은 타향 고향 함께 비추리
遊說黃金盡 (유세황금진) 유세에 가진 황금 바닥이 나고
思歸白髮生 (사귀백발생) 귀국 생각 백발이 절로 돋아나
男兒四方志 (남아사방지) 사나이가 사방에 품은 그 뜻은
不獨爲功名 (부독위공명) 공명 때문 그것만은 아니고말고.
◈ 정몽주(鄭夢周·1337∼1392)
호(號)는 포은(圃隱), 시호(諡號)는 문충(文忠)으로
고려(高麗)와 그 운명을 함께 한 충신이다.
천품이 고상하고 호방하였으며 문장이 뛰어나
24세 때인 1360년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였다.
동방(東方) 이학(理學)의 시조(始祖)로 추앙받는다.
외교수완이 뛰어나 여러 번 신흥 명(明) 나라와의 사이에서
빚어진 국가 간의 마찰을 원만히 해결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水國春光動 (수국춘광동) 섬나라에 봄빛이 생동하는데
天涯客未行 (천애객미행) 천애의 나그네는 길을 못 떠나
草連千里綠 (초연천리록) 풀빛은 천리 산야 온통 푸르고
月共兩鄕明 (월공양향명) 저 달은 타향 고향 함께 비추리
遊說黃金盡 (유세황금진) 유세에 가진 황금 바닥이 나고
思歸白髮生 (사귀백발생) 귀국 생각 백발이 절로 돋아나
男兒四方志 (남아사방지) 사나이가 사방에 품은 그 뜻은
不獨爲功名 (부독위공명) 공명 때문 그것만은 아니고말고.
水國春光動(수국춘광동) :
섬나라에 봄기운 감도는데
天涯客未行(천애객미행) :
하늘 끝 나그네 아직 돌아가지 못 하네
草連千里綠(초연천리록) :
풀은 천 리에 연이어 푸르고
月共兩鄕明(월공양향명) :
달은 두 고을 모두 밝히네
遊說黃金盡(유세황금진) :
사행길에 비용도 다 써고
思歸白髮生(사귀백발생) :
고국 갈 생각에 흰머리만 느네
男兒四方志(남아사방지) :
세상을 다스리려는 나의 큰 뜻이
不獨爲功名(불독위공명) :
다만 공명만을 위함은 아니라오
遊說유세=자기 의견 또는 소속 정당의 주장을 선전하며 돌아다님
동문선 제10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홍무 정사년에 일본으로 사신가서 지음[洪武丁巳奉使日本作]
정몽주(鄭夢周)
물나라에 봄빛은 움직이는데 / 水國春光動
하늘가에 손은 돌아가지 못하네 / 天涯客未行
풀은 천리를 연해 푸르렀고 / 草連千里綠
달은 두 나라에 함께 비치리 / 月共兩鄕明
유세하노라 황금은 다되었고 / 遊說黃金盡
가고픈 마음으로 백발이 나네 / 思歸白髮生
남아 사방의 뜻은 / 男兒四方志
한갓 공명을 위한 것만은 아닐세 / 不獨爲功名
ⓒ 한국고전번역원 | 양주동 (역) | 1968
정포은(鄭圃隱) 봉명 사신 때 작[鄭圃隱奉使時作] / [시(詩)]
홍무(洪武) 정사년(1377, 고려 우왕 3)
봉명 사신으로 일본(日本)에 갔을 때에 지음
선생(정몽주)이 정사년 9월에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가
무오년 7월에 환조(還朝)하였으며,
이 아래 12수(首)의 시(詩)는 대체로 모두가 봄철에 지은 것이므로
제목에 정사(丁巳)를 붙인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러므로 홍무 정사(洪武丁巳)란 글자는 없애고
다만 봉사 일본작(奉使日本作)이라고만 하는 것이 좋겠다.
바닷섬이 오랜 세월 동안 군읍을 열었기로 / 海島千年郡邑開
배 타고 여기 와서 오랫동안 배회했네 / 乘槎到此久徘徊
산승은 매번 시 지어달라고 찾아오고 / 山僧每爲求詩至
지주는 이따금씩 술을 보내오는도다 / 地主時能送酒來
인정은 그래도 힘입을 수 있어 기쁘니 / 却喜人情猶可賴
물색 가지고 서로 시기하지 말자꾸나 / 休將物色共相猜
타국이라고 그 누가 좋은 흥취 없다 하랴 / 殊方孰謂無佳興
날마다 견여 빌려 타고 이른 매화를 찾노라 / 日借肩輿訪早梅
적막한 나그네살이 한 해를 지나는데 / 僑居寂寞閱年華
덧없이 창가엔 해 그림자 지나가네 / 苒苒窓櫳日影過
봄바람 향해 서면 손된 느낌 멀어지니 / 每向春風爲客遠
호기가 사람 그르친 줄 비로소 알겠네 / 始知豪氣誤人多
복사꽃 오얏꽃 울긋불긋 수심 속에 고와라 / 桃紅李白愁中艶
땅 낮고 하늘 높아 취중에 노래하노라 / 地下天高醉裏歌
나라에 보답할 공도 없이 몸만 병들었으니 / 報國無功身已病
고향으로 돌아가 남은 여생을 보내는 이만 같지 않으리 / 不如歸去老煙波
섬 나라에 봄빛이 감도는데 / 水國春光動
저 하늘가를 나그네 되어 가지 못하네 / 天涯客未行
푸른 풀은 천 리를 연했고 / 草緣千里綠
예서 밝은 달 고향에도 비치리 / 月共兩鄕明
유세로 황금은 다하고 / 遊說黃金盡
돌아갈 생각에 백발이 돋누나 / 思歸白髮生
사나이 되어 사방에다 뜻을 둔 것이 / 男兒四方志
공명 그것만을 위함은 아니라네 / 不獨爲功名
평생을 남북으로 다니다 보니 / 平生南與北
마음 먹은 일이 갈수록 어긋나네 / 心事轉蹉跎
고국 땅은 바다 서쪽 언덕인데 / 故國海西岸
외로운 배는 하늘 한 가로 떠 가네 / 孤舟天一涯
매화 핀 창가엔 아직 봄빛이 이르고 / 梅窓春色早
판자집이다보니 빗소리가 유난하다 / 板屋雨聲多
홀로 앉아서 긴 날을 보내려니 / 獨坐消長日
괴로운 집 생각 견딜 수가 없구나 / 那堪苦憶家
꿈속에도 고향의 옛집을 맴돌건만 / 夢繞鷄林舊弊廬
해마다 무슨 일로 돌아가지 못하느뇨 / 年年何事未歸歟
괴롭다 반평생을 뜬 이름에 얽매인 것이 / 半生苦被浮名縛
만 리의 타국에서 그 풍속과 같이 살다니 / 萬里還同異俗居
바다가 가까워 고기는 나그네 식탁에도 오르고 / 海近有魚供旅食
하늘은 멀고 멀어 고향 편지 부탁할 기러기가 없어라 / 天長無鴈寄鄕書
뱃머리 돌리거든 매화 한 그루 얻어가서 / 舟回乞得梅花去
시내 남쪽에 심어 두고 아른거리는 그림자 보련다 / 種向溪南看影踈
낡은 집에선 초구의 뜻을 펼 수 없지만 / 弊廬貂裘志未伸
말솜씨를 소진과 비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羞將寸舌比蘇秦
장건의 배 위엔 하늘이 바다를 연했고 / 張騫槎上天連海
서복의 사당 앞엔 풀잎이 스스로 봄을 띠었네 / 徐福祠前草自春
시절에 느낀 눈엔 눈물 쉽사리 흐르고 / 眼爲感時垂淚易
나라에 허락한 몸은 멀리 놂을 자주하네 / 身因許國遠遊頻
고향에 손수 심어둔 새 버들은 / 故園手種新楊柳
응당 동풍 향해 주인을 기다리고 있겠지 / 應向東風待主人
산과 내 우물과 고을은 예나 이제나 동일한데 / 山川井邑古今同
땅이 부상에 가까우니 새벽 해가 붉노메라 / 地近扶桑曉日紅
신선은 바다 위에 산다고 말하지만 / 但道神仙居海上
민사가 동쪽에 있는 줄을 뉘 알랴 / 誰知民社在天東
아롱진 옷맵시는 진동의 영향인 듯 싶고 / 斑衣想自秦童化
물들인 이빨 모습은 월속이 일찍 통했나 보다 / 染齒曾將越俗通
생각하면 삼한의 그 시대가 멀지 않으니 / 回看三韓應不遠
천 년 기자의 그 유풍이 있으메라 / 千年箕子有遺風
나그네 되어 올 때만 해도 이미 멀리 왔건마는 / 客子來時已遠遊
또 색다른 풍속을 바다 동쪽에서 찾는고야 / 又尋風俗海東頭
행인은 신 벗고 높은 어른이라 맞이하고 / 行人脫履邀尊長
지사는 칼을 갈아 선대의 원수 갚겠다 하네 / 志士磨刀報世讐
약포엔 눈이 쌓여도 신록이 번지고 / 藥圃雪深新綠嫩
매촌에 달 솟으니 그윽한 향기로세 / 梅村月上暗香浮
알았다 색다른 그것에 우리나라 아닌 줄을 / 自知信美非吾土
어느 날에나 돌아간다고 일엽편주 띄우려나 / 何日言歸放葉舟
고향 소식을 듣지도 못한 채로 / 故國無消息
겨울 지나서 봄까지 지났네 / 經冬又經春
응당 저 하늘 저 달만은 / 只應天地月
고향의 가족들도 비쳐 주겠지 / 分照兩鄕人
시구는 매화를 닮아 담담하다마는 / 句帶梅花淡
시름이 풀빛에 닿아 새롭구나 / 愁連草色新
이번 이 걸음은 전혀 뜻밖이므로 / 此行眞不意
꿈속의 몸인가 도리어 의심하노라 / 却訝夢中身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겠노라 / 今日知何日
봄바람에 나그네 옷자락 살랑거리는 것을 보니 / 春風動客衣
나는 천 리 먼 길을 떠나왔건만 / 人浮千里遠
기러기는 고국산천을 지나 날아가누나 / 雁過故山飛
나라에 바친 몸이라 촌심이 고닯고 / 許國寸心苦
시절을 느끼니 두 눈에 눈물 흐르노라 / 感時雙淚揮
다락에 올라서서 머리 돌려 보노라니 / 登樓莫回首
꽃다운 풀빛은 무성하기도 하여라 / 芳草正菲菲
봉명사신 되어 동쪽 나라 유람와서 / 奉使遊桑域
종인에게 지방 풍속을 물었노라 / 從人問土風
이빨에 물들인 자태 이것이 귀한 것이고 / 染牙方是貴
신 벗는 그 모습 그것이 공손이라네 / 脫履是爲恭
새해 들자 버들은 어김없이 푸르르고 / 柳入新年綠
고국처럼 꽃만은 붉네 / 花如故國紅
나그네의 처소 너무도 적막하기로 / 客居殊寂寞
발자국 소리 듣는 것이 기뻐라 / 喜聽足音跫
[주-D001] 소진(蘇秦) : 중국 전국(戰國) 때 모사(謀士)며 유세객(遊說客). 연횡책(連衡策)을 주장한 장의(張儀)와는 반대로 합종책(合從策)을 주장, 성공하였다.[주-D002] 장건(張騫) : 중국 전한(前漢) 시대의 외교가. 그는 전한 무제(武帝) 때 서방의 대월지(大月氏)와의 동맹에 노력하였다.[주-D003] 서복(徐福) : 진(秦) 나라 때의 방사(方士). 시황(始皇)의 명을 받들어 동남(童男)ㆍ동녀(童女) 3천 명을 데리고 불사약(不死藥)을 구하러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일본으로 들어갔다 함.[주-D004] 부상(扶桑) : 해가 뜨는 동쪽 바다 속에 있다고 상상한 신성한 나무.[주-D005] 민사(民社) : 인민(人民)과 사직(社稷). 곧 나라를 뜻함.[주-D006] 진동(秦童) : 진(秦) 나라 때의 방사(方士). 시황(始皇)의 명을 받들어 동남(童男)ㆍ동녀(童女) 3천 명을 데리고 불사약(不死藥)을 구하러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일본으로 들어갔다 함. 서복이 데리고 간 동남ㆍ동녀를 가리킴.[주-D007] 월속(越俗) : 월(越) 나라 풍속. 월은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이 지방에 염치(染齒)의 풍속이 있었다 함.[주-D008] 삼한(三韓) : 마한(馬韓)ㆍ진한(辰韓)ㆍ변한(弁韓).
ⓒ 한국고전번역원 | 이재호 (역) | 1974
포은집 제1권 자헌대부(資憲大夫) 지중추부사 겸 동지경연춘추관사 홍문관제학 오위도총부도총관(知中樞府事兼同知經筵春秋館事弘文館提學五衛都摠府都摠管) 신(臣) 유성룡(柳成龍)이 하교를 받들어 교정(校正)하다. / 시(詩)
홍무 정사년(1377, 우왕3)에 사명을 받들고 일본에 갔을 때 지은 시〔洪武丁巳 奉使日本作〕 교정:이하 12수는 모두 봄날에 지은 것이어서 제목을 정사년으로 붙인 것은 온당하지 않으니 응당 ‘홍무정사’라는 글자를 없애고 ‘사명을 받들고 일본에 갔을 때 지은 시’라고만 해야 할 것이다. 〈연보고이〉 무오년(1378) 조에 상세하게 보인다.
바다 섬에 천년토록 군읍이 열렸으니 / 海島千年郡邑開
뗏목 타고 여기 와서 오래도록 머무네 / 乘桴到此久徘徊
산승은 번번이 시를 구하러 찾아오고 / 山僧每爲求詩至
고을 원은 때때로 술을 보내오기도 하네 / 地主時能送酒來
그래도 기쁜 것은 인정이 믿을 만함이니 / 却喜人情猶可賴
풍물이 다르다고 서로 꺼리지 말았으면 / 休將物色共相猜
타국에 좋은 흥취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 殊方孰謂無佳興
날마다 가마를 빌려 이른 매화 찾아가네 / 日借肩輿訪早梅
적막한 타국살이로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 僑居寂寞閱年華
뉘엿뉘엿 창살에는 해그림자가 지나가네 / 苒苒窓櫳日影過
매번 봄바람 속에 먼 곳 나그네 되고 보니 / 每向春風爲客遠
호기가 사람 많이 그르침을 비로소 알겠네 / 始知豪氣誤人多
붉은 복사꽃 흰 오얏이 시름 속에 고우니 / 桃紅李白愁中艶
땅 낮고 하늘 높음을 취한 중에 노래하네 / 地下天高醉裏歌
보국할 공로도 없이 몸 이미 병들었으니 / 報國無功身已病
고향에 돌아가 강호에서 늙느니만 못하리 / 不如歸去老煙波
섬나라에 봄빛이 이미 감돌건만 / 水國春光動
하늘가 나그네 돌아가지 못하네 / 天涯客未行
봄풀은 천 리를 연이어 푸르르고 / 草連千里綠
달빛은 타향과 고향에 함께 밝네 / 月共兩鄕明
유세하느라 황금 모두 바닥나고 / 遊說黃金盡
돌아갈 생각에 백발이 생겨나네 / 思歸白髮生
사나이 사방을 유람하려는 뜻 / 男兒四方志
공명만을 위한 것이 아니리라 / 不獨爲功名
평생토록 남과 북을 오고 가지만 / 平生南與北
마음먹은 일은 갈수록 어긋나네 / 心事轉蹉跎
내 고향은 바다 서쪽 언덕이요 / 故國海西岸
외로운 배는 하늘 끝에 있도다 / 孤舟天一涯
매화 핀 창엔 봄빛이 빠르고 / 梅窓春色早
판잣집에는 빗소리 요란하네 / 板屋雨聲多
홀로 앉아 긴 날을 보내노니 / 獨坐消長日
집 생각 괴로움 어찌 견딜까 / 那堪苦憶家
고향의 오두막집을 꿈속에도 맴돌건만 / 夢繞鷄林舊弊廬
해마다 무슨 일로 돌아가지 못하는가 / 年年何事未歸歟
반평생을 괴롭게도 헛된 명성에 얽매여 / 半生苦被浮名縛
만리타국에서 도리어 이속과 함께 지내네 / 萬里還同異俗居
바다가 가까워서 밥상에 오를 물고기 있지만 / 海近有魚供旅食
하늘이 멀어서 고향 편지 부칠 기러기 없네 / 天長無雁寄鄕書
고향으로 배 돌아갈 때엔 매화를 얻어 가서 / 舟回乞得梅花去
시내 남쪽에 심어 두고 성근 그림자 보리라 / 種向溪南看影疏
담비 갖옷 다 해지도록 뜻 펼치지 못했으니 / 弊盡貂裘志未伸
한 치 혀를 소진에게다 견주는 게 부끄럽네 / 羞將寸舌比蘇秦
장건의 뗏목 위에는 하늘이 바다와 통하고 / 張騫査上天連海
서복의 사당 앞에는 풀이 절로 봄빛이로다 / 徐福祠前草自春
시절에 감개한 눈이라 쉽게 눈물 흐르고 / 眼爲感時垂泣易
나라에 바친 몸이라 자주 멀리 유람하네 / 身因許國遠遊頻
고향 동산에 손수 심어 놓은 새 버드나무 / 故園手種新楊柳
응당 봄바람 속에 주인 기다리고 있으리라 / 應向東風待主人
산천과 촌락이야 고금에 다름이 없건만 / 山川井邑古今同
부상과 땅이 가까워서 새벽 해가 붉구나 / 地近扶桑曉日紅
신선이 바다 섬에 산다고 얘기할 뿐이더니 / 但道神仙居海上
하늘 동쪽에 민가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 誰知民社在天東
얼룩 옷은 진나라 동자로부터 변했을 것이고 / 斑衣想自秦童化
물들인 치아는 월나라 풍속과 교류한 것이라 / 染齒曾將越俗通
고개 돌려 보면 삼한은 먼 곳에 있지 않으니 / 回首三韓應不遠
기자가 남긴 좋은 풍속이 천년토록 전해 오네 / 千年箕子有遺風
이 나그네 근래에 이미 멀리 유람했는데 / 客子年來已遠遊
또 바다 동쪽 머리에서 풍속을 탐방하네 / 又尋風俗海東頭
행인은 신발 벗고서 존장을 맞이하고 / 行人脫履邀尊長
지사는 칼을 갈아 누대의 원수를 갚네 / 志士磨刀報世讎
약초밭에 눈이 깊어 새싹이 연하고 / 藥圃雪深新綠嫩
매화촌에 달이 떠서 암향이 감도네 / 梅村月上暗香浮
참으로 아름답지만 내 땅 아닌 줄 아니 / 自知信美非吾土
어느 날에나 돌아가는 조각배 띄울런가 / 何日言歸放葉舟
고국에서는 소식이 없는데 / 故國無消息
겨울을 지나 또 봄을 맞았네 / 經冬又見春
응당 천 리 밖에 떠 있는 저 달이 / 只應千里月
두 고향 사람을 나누어 비추리라 / 分照兩鄕人
시구는 매화를 띠어 담박하고 / 句帶梅花淡
시름은 풀빛을 이어 새롭구나 / 愁連草色新
이번 행차 참으로 뜻밖이기에 / 此行眞不意
도리어 꿈속 몸인 듯 의아하네 / 却訝夢中身
오늘이 무슨 날이던가 / 今日知何日
봄바람이 나그네 옷에 불어오네 / 春風動客衣
사람은 천 리 바다 건너 먼 곳에 와 있고 / 人浮千里遠
기러기는 고향 산을 지나서 날아가네 / 雁過故山飛
나라에 몸을 바쳐 마음이 고달픈데 / 許國寸心苦
시절에 감개하여 눈물 줄줄 흘리네 / 感時雙淚揮
누각에 올라서 고개를 돌리지 말라 / 登樓莫回首
방초가 참으로 향기롭고 향기로우니 / 芳草正菲菲
사명을 받들고 일본 땅 유람하며 / 奉使遊桑域
사람을 통해 이곳 풍습 물어보니 / 從人問土風
치아를 물들여야 바야흐로 귀한 것이고 / 染牙方是貴
신발을 벗어야 비로소 공경함이라 하네 / 脫履始爲恭
버드나무는 새해가 되어 푸르고 / 柳入新年綠
꽃은 고향과 마찬가지로 붉도다 / 花如故國紅
나그네살이 몹시도 적막한지라 / 客居殊寂莫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기뻐지네 / 喜聽足音跫
[주-B001] 유성룡(柳成龍) : 1542~1607.
자는 이현(而見), 호는 서애(西厓), 본관은 풍산(豐山),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문인이다. 1566년(명종21) 문과에 급제하여 요직을 두루 역임하였고, 임진왜란 때 영의정으로 군무(軍務)를 총괄하여 국난을 극복하였다. 저서로 《서애집(西厓集)》, 《징비록(懲毖錄)》 등이 있다. 1584년(선조17) 선조가 유성룡에게 《포은집》을 교정하고 발문을 짓도록 명하였다. 이에 관한 전말은 유성룡의 〈포은집발(圃隱集跋)〉에 자세히 실려 있다. 《西厓集 卷18》[주-D001] 이하 …… 보인다 : 〈연보고이〉에 의하면, 포은이 정사년(1377, 우왕3) 9월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가 이듬해 무오년(1378) 7월 고려로 돌아왔다.[주-D002] 유세하느라 …… 바닥나고 : 전국 시대 유세객인 소진(蘇秦)이 진 혜왕(秦惠王)을 만나 유세하고 10차례나 글을 올려 설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입고 있던 검은 담비 갖옷이 해지고 가지고 갔던 황금 100근도 바닥나서 진나라를 떠나 낙양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戰國策 秦策1》[주-D003] 성근 그림자 : 북송(北宋)의 처사(處士) 임포(林逋)의 〈산원소매(山園小梅)〉에 “성근 그림자는 맑고 얕은 물 위에 비껴 있고, 은은한 향기는 황혼의 달빛 아래에 떠다니네.[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라고 하였다.[주-D004] 담비 …… 부끄럽네 : 전국 시대 유세객인 소진(蘇秦)이 진 혜왕(秦惠王)을 만나 유세하고 10차례나 글을 올려 설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입고 있던 검은 담비 갖옷이 해지고 가지고 갔던 황금 100근도 바닥나서 진나라를 떠나 낙양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戰國策 秦策1》[주-D005] 장건(張騫)의 …… 통하고 : 한(漢)나라 장건(張騫)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장건이 한 무제(漢武帝)의 명을 받고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나가 황하의 근원을 찾았는데, 이때 뗏목을 타고 은하수로 올라가 견우와 직녀를 만났다고 한다. 《荊楚歲時記》[주-D006] 서복(徐福)의 …… 봄빛이로다 : 서복은 진 시황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하여 동해로 떠난 서불(徐巿)을 가리킨다. 서불이 진 시황에게 글을 올려 말하기를 “바다 가운데에 삼신산이 있으니, 그 이름이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洲)인데 선인(仙人)이 살고 있습니다. 청컨대 재계하고 동남동녀와 함께 찾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니, 진 시황이 서불로 하여금 동남동녀 수천 명을 데리고 바다에 들어가 선인을 찾도록 하였다. 《史記 卷6 秦始皇本紀》 지금 일본 규슈의 사가현, 가고시마현 등지에 서복과 관련된 유적지가 전하고 있다.[주-D007] 참으로 …… 아니 : 삼국 시대 위(魏)나라 왕찬(王粲)이 난리를 피하여 형주(荊州)에 있을 때 성루에 올라 고향을 생각하며 지은 〈등루부(登樓賦)〉에 “참으로 아름답지만 내 고향이 아니거니, 어찌 족히 잠깐이나마 머무를 수 있으랴.[雖信美而非吾土兮, 曾何足以少留.]”라고 하였다. 《文選 卷11 遊覽》
ⓒ 한국고전번역원 | 박대현 (역) |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