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 연휴엔 등산을 해온것 같다.
지난 추석때는 백운산휴양림에서 2박을 보냈었고
이번 설 연휴에는 암석으로 이뤄진 8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 고흥의 팔영산이다.
고흥을 대표하는 고흥10경 중 으뜸인 팔영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내려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산으로 해발고도 608미터이다.
당초엔 덕유산의 설경 트레킹을 염두에 뒀는데 곤돌라 예약이 마감되어 팔영산으로 급변경했는데 나중 생각하니 잘한 일이었다.
남편과 아들을 동반하니 어찌 안좋겠는가.
설 음식을 싸들고 한껏 들떠서 1시간 반을 달려 417년에 창건, 호남의 4대 사찰인 능가사에 도착,
멋진 담장이 인상적인 절은 둘러볼 새 없이 주차장에 내리니 잘 갖춰진 야영장이 우릴 맞는다.
뒤늦게서야 알았는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00대 명산 인증코스이기도 한 팔영산은
봉과 봉 사이가 멀지 않아 멀리서 보기에도 오밀조밀 예쁜 모습이다.
소망탑에서 무사귀환을 빌며 팔영산은 과연 어떤 인상을 남겨줄까 기대하며 드디어 등반 시작!
1봉인 유영봉을 향해 오르막길을 쭈욱 가다보니 흔들바위가 나온다.
설악산의 흔들바위 규모로 장정 대여섯명이 밀면 진짜 흔들릴것같다.
크고 작은 바위가 유독 많구나 느끼며 군데군데 얼어 붙은 바윗길을 힘들게 올라서니 문지기 1봉인 491미터의 유영봉이다.
사방을 둘러볼수 있는 조망권이 매우 좋아 오래 머무르고 싶었으나 2봉인 성주봉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
50도 각도는 족히 넘을 가파른 철제 계단을 조심스레 지나니 그나마도 없어 밧줄과 쇠발판만 있는 클라이밍 수준의 암벽을 타야했다.
안전이 최우선인지라 정신 바짝 차리고 올라서니 2봉이다.
올라야 할 봉우리가 많은지라 인증컷만 찍고 또 다시 출발,
선녀봉이 뒤로 보이는 3봉 생황봉이다.
봉우리마다 시가 적혀있어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열아홉 대나무통 관악기 모양새로
소리는 없지만 바위 모양 생황이라
바람결 들어보세 아름다운 생황소리......
4봉인 사자봉은 장갑 없인 오를수 없는 곳이다.
네발로 기어서 오르다시피 한지라 미끄럽지않는 장갑이 필수다.
역광이지만 사진도 찍고 5봉인 오로봉이다.
신선의 놀이터답게 경관도 수려하고 시야도 넓어 많은이들이 쉬어가는 곳인듯하다.
바위에 걸터 앉아 하나하나 지나온 봉우리들을 바라보는 맛도 일품이다.
6봉을 바라보니 숨이 턱 막힌다.
가파른 계단이 어찌나 아슬아슬 길게 이어졌는지 저 계단을 무사히 오를수 있을까 겁이 났지만
건곤이 맞닿은 곳 하늘문이 열렸으니
하늘길 어디메뇨 통천문이 여기로다.
두류봉 오르면 천국으로 통하노라...
그렇다!
제 7봉인 천국으로 가는 길 통천문을 가보자.
엄청난 경사에 후둘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애써 오르니 멋진 주상절리로 둘러 싸인 포토존에서 찰칵,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에서 찰칵.
칠성봉에서 이어진 마지막 8봉 적취봉이다.
날씨가 맑으면 아름다운 다도해를 눈이 시리도록 보련만 아쉽게도 미세먼지로 희미할뿐 다음을 기약하며
여덟봉을 다 거치고 마지막 정상인 깃대봉이다.
어마무시한 암릉길을 벗어나 편안한 숲속길을 걷는다.
한숨 놓으며 편안하게 힐링하며 깃대봉에 도착,
걸어 왔던 봉우리들을 차례차례 눈으로 더듬으며 한없는 희열을 느낀다.
저 길을 다 건너 왔구나.
마치 인생사처럼 고비고비 길을 잘 넘어 왔구나.
암벽을 오를때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켜야하고
내리막길을 내딛을땐 무사히 잘 안착하도록 정신을 집중해야하고
푹신한 흙길을 걸을땐 편안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그 길들을 잘 넘겼을땐 땀을 닦고 큰 숨을 내쉬며 무사함에 스스로 애썼구나 어깨를 토닥여주는 우리네 인생사처럼...
산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각성과 성찰과 현재에 충실하고 있는가, 보다 나은 미래를 구상하고 생각케 한다.
깃대봉 언저리에서 준비해간 점심을 달게 먹고 하산길은 돌길과 유순한 편백숲길을 지나 날머리에 도착.
4~5시간이면 충분한 짧은 코스지만 재밌고 강한 인상을 남긴 고흥 팔영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다시 한번 뒤돌아보며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팔영산의 정기가 모아져 내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좋은일이 있을것이라 확신한다.
첫댓글 아~보기만 해도 아찔하네요. 가파르게 경사진 계단.더우기 얼음이 녹지도 않았을 미끄러운 바위. 여덟의 봉우리를 아슬아슬 돌고돌아 천국을 만끽하셨네요. 팔영산의 정기가 똘똘 뭉쳐져있으니 올해의 희망사항들이 잘 풀릴것입니다. 대단해요.~~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멀리 건네다보기만 한 팔영산인데, 직접 발로 밟고 오셨네요! 언니의 실행력 정말 대단하십니다. 훈남 아드님과 함께였다니 더욱 부럽습니다.
여수에서 백리섬섬길 따라
차량으로만 지나가며 봤던 산.
여덟 개의 봉우리를 넘어가는 길이
참 힘드셨네요.
산행의 기운 모아서
힘든 일 무탈히게 지나고
좋은 일 쫘~악 펼쳐지시길
기원합니다❤️
대단합니다 !!
아주 오래전 친구들과 그곳에 갔다가
고소공포증에 혼자 중도 포기하고
돌아온 기억이 이한씨의 글을보니 새롭고
사진보고 힐링이되어 반갑네요~
한해의 시작이 좋은기운을 모아지게
할것같네요~
1봉 2봉 3봉... 제 숨이 턱턱 막히며 다리까지 후들후들.
결론은 '팔영산! 나도 가고 싶다. 꼭 오르리라.'
고비고비 험한 길 뒤돌아보며 인생사 감회에 젖어봄도 정상에 닿아 안은 희열 못지않겠지요.
팔영산의 정기 흠뻑 받아 오셨으니 leehan202 언니 가정에 아주 상서로운 기운 가득할 것입니다. 가고 싶으나 아직 오르지못한 팔영산 등반기 실감나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팔영산의 정기를 '하하문화'에
나눠주시군요 . 멋진 기행문에
팔영산 8봉의 기운이 전이됩니다
5시간 쉽지않은 암벽 산행에
아드님과 가족 오붓한
새해 연휴 덩달아 흐뭇합니다
2024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