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 지연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건설사의 자금조달 부담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공사비가 증액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대형 건설사의 전국 1200여 개 아파트 현장 중 절반에 달하는 580여 곳의 공사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인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의 입주 시기는 당초 올 2월에서 내년 5월로 미뤄졌다. 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부산 대연3구역 재개발 조합과 공사 기간을 기존보다 11개월 늘리기로 합의했다. 울산 KCC스위첸웰츠타워2단지는 당초 지난 4월이 입주 예정일이었으나 7월로 연기됐다 .
입주 시기가 늘어지면서 시공사와 입주 예정자들이 갈등을 겪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에선 조합과 단지 내 유치원 간 갈등으로 입주 지연 문제가 불거졌다.
이 아파트는 지난 2월 말 입주를 시작했지만, 단지 내 유치원이 강남구청을 상대로 '준공인가처분 효력정지신청'을 내고 이달 초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입주 날짜가 지연되기도 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에게 공기를 맞추는 것은 자존심인 동시에 회사의 생존과 직결된다"며 "최대한 공기를 맞추려고 하지만 최근 지체보상금이 발생하는 사업장이 생겨 난감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