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두달전에야 “침수 등 대비”… 조직위, 21억원 예산 뒤늦게 편성
[잼버리 폐막 이후]
올해 3차례 걸쳐 152억 추경
폭염-해충 대비 예산도 막판 마련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지난 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대원들이 야영지로 이동하고 있다. 2023.8.1. 뉴스1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잼버리 개막 두 달 전에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영지 침수에 대비한 예산 21억 원을 뒤늦게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예산에는 일부 영지의 쇄석(자갈) 포장 외에는 영지 침수 대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조직위가 대회가 임박해서야 야영장의 취약점을 파악하면서 개막 뒤 야영장 곳곳에 물웅덩이와 진창이 생기는 데 속수무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동아일보가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을 통해 확보한 152억 원 규모의 2023년도 조직위 추경 예산을 분석한 결과 영지 침수에 대비한 예산 21억 원이 이달 1일 개막 시점이 임박한 6, 7월에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은 올해 4월과 6, 7월 세 차례 이뤄졌다. 조직위는 4월 1차 추경 때 대회장 준비와는 관계 없는 홍보 예산 6억1800만 원을 확보했다.
조직위는 지난달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에 ‘영지 침수 대비 토사도로 공사 긴급 발주’ 명목으로 토사도로 설치 예산 3억 원을 추가 신청했다. 조직위는 “물자와 식자재 보급을 위한 운반 차량이 연약한 지반 위로 이동하기 위해 보강된 도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달았다. 해당 도로는 개막을 20일 앞둔 지난달 10일 설계, 같은 달 11일 발주 등 긴박한 일정을 거쳐 설치됐다.
조직위는 6월에는 ‘집중 호우 시 배수 처리와 침수 예방을 위한 비상·응급 대책’이라며 이동형 간이펌프차 3대 임차 예산 6600만 원을 받았다. 텐트 침수에 대비한 플라스틱 팰릿 임차 예산도 6월 2억4200만 원, 7월 8억7318만 원을 받았다. 일반인 방문 구역의 침수 방지를 위한 쇄석 포장 예산 6억6400만 원도 6월에야 확보했다.
폭염에 대비한 물품 예산도 뒤늦게 마련했다. 조직위는 6월 “행사 기간 폭염특보 발령이 3일 정도 예상된다”며 탈수 예방 염분 구입비 2100만 원, 7월 물 13만 병 등 구입비 2억3200만 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대회 내내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충분한 수분 공급이 불가능했다. 방충 예산도 대회 준비 막바지에 추가됐다. 조직위는 6월 개인용 해충기피제 1만7150개 구입비로 6000만 원과 태양광 포충기 임차비 7000만 원을 편성했다.
조직위가 이 같은 예산을 제대로 사용했는지 실집행률을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위의 올해 예산은 세 차례 추경을 통해 358억 원에서 510억 원까지 늘었다. 정우택 의원은 “6년여 준비 기간과 막대한 예산이 있었음에도 대회 개막 직전에 뒤늦게 기본 사항을 준비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했다.
조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