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다름이란 무엇인가]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Erencrolems]

artificial intelligence

[Eren crolems]

[part.1]




나른한 햇살이 침대 속으로 스며들 듯이 부드럽게 비친다. 눈을 감고 있어도 햇살이 어느 방향에서 비쳐 오는지 알 수 있을만큼, 포근한 햇살이다.

봄인가? 아니다. 봄이라기엔 조금 시린 공기가 방안을 채우고 있다. 조금 전의 따스함은 단지 햇살의 손길일 뿐이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가을 특유의 시린 공기가 이불 밖으로 드러난 손에 전해진다.


누워있던 내 몸을 일으킨다. 침대를 내려와 안경을 끼자, 어질러진 방의 풍경이 망막에 맺힌다. 푸른빛을 띄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는 기계 조각들, 그리고 인체 구조에 관한 여러 가지 그림들….

그제서야, 어젯밤도 하얗게 새버렸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난다.


"쳇, 이번에도 실패인건가…."


허탈한 내 목소리만이 푸른빛을 띄는 백색의 삭막한 공간 속에 잠시의 여운을 남기며 흩어진다.

매일 계속되는 일상.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그렸던 도면에 따라 실험했었던 많은 것들이 이렇게 실패를 맞이한다.
매일 밤을 그렇게 새고도 내가 얻는 건 이러한 허탈함.


"Rrrrrrr…Rrrrrrrr…."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시끄럽다.
내게 아무런 용건도 없으면서 그저 세상의 눈을 따라 무미건조한 시선을 내게 돌리는 작자들의 전화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울어대는 전화를 버려두고 방을 나간다. 두꺼운 방문을 닫아버리자, 전화기 소리가 나른한 환상 속에서 아련하게 들리는 기계음과도 같이 느껴진다. 귀찮다는 것 외엔 그것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으며, 나는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계단을 올라간다.


지하실에서 빠져나와 좁은 내 방, 그리고 작은 거실을 거쳐 주방으로 가는 것이다.

단칸방에 살지만 지하실은 이 곳-형식적으로 '집'이라고 불리우는 곳-이상으로 넓기 때문에 실험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집이란 곳은 사실, 밥을 먹기 위해 잠시 올라오는 것일 뿐, 실제로는 거의 모든 시간을 지하실에서 보내고 있다. 심지어 자는 시간까지도.


가볍게 식사를 끝낸 나는, 깊은 심호흡을 한번하고는 다시 지하실로 향한다. 불이 들어와 있기에 어둡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이 지하실이란 곳은,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장소다. 지하실치고는 햇빛도 잘 들어온다는 것 또한, 내가 이 장소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자아- 오늘도, 위대하신 하나님과 겨뤄보실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조금 미끄러져 내려온 크고 투명한 안경을 조금 들어올리며 책상에 앉는다.
하하, 설마 오늘밤도 새는 건 아니겠지?






[part.2]


"크라시, 이것 봐! 신기종인가 봐. 이야아- 인공지능이라… 요즘에 나온 컴퓨터들은 다들 기능이 좋은데? 그리고 인공지능이란 거, 장착하기가 굉장히 힘든 걸로 알고있는데…컴퓨터 원래의 기능에다가 인공지능을 관리할 프로그램까지 넣어야 하니까… 용량하나는 끝내주게 많아야 겠구만!"


"아마도"


"우와, 크라시! 저 옷, 멋지지 않아?"


"그렇군, 깔끔해서 좋은데."


바람은 차지만 햇살만큼은 너무도 포근하게 내리쬐는, 가을 특유의 날씨가 이 녀석을 기분좋게 만들었나보다.

에르녀석, 깔끔한 천연 금발을 바람에 맡기며 거리의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닌다. 오랜만에 시내에 나왔더니 신이 난 모양이다.

누가 믿겠는가.

저 순진한 외모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닌 소년이 나와 같은 나이, 17세라는 것을 말이다. 누가 봐도 15세 이상으로는 보기 힘든 완벽한 동안인 것이다.

생김이 그렇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는… 나이에 비해 너무도 밝고 천진스런 모습이, 짧고 깔끔한 스타일의 옅은 금발과 어울리며 조금 더 어린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에르의 특유의 천연 금발은 어딜 가나 눈에 띈다. 그러한 이유로 거리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그 사실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 이 녀석. 그러한 아이 같은 모습이 더 많은 시선을 끌어버린 다는 게… 부담스럽다.

물론 이 시선이 꼭 그 녀석 때문에 모인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내가 더 잘 안다. 너무도 검어서, 오히려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나의 머리색도… 그다지 평범하지는 않다는 게 바로 그 이유다. 결국 나와 에르는 비슷한 이유로, 한번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의 시선을 이렇게나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결코 이유 없는 일이 아니다. 아무렇게나 생각하기 시작한 것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회상의 과정을 거친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가 있었던가… 회상의 과정 속에서 내 머릿속에 어느 한 장면이 포착된다.


그것은… 오래 전의 일인 것 같다.




[part.3]



"당신이 11세에 석사학위를 땄다는 것이 사실입니…"
"‥이쪽의 제의에 동의해 주신다면, 우린 당신에게 10억의…"



-시끄럽다.




"크라시님, 내일 오후 시간 어떠세요? 저희 『루에르』잡지사의 인터뷰를…"




-시끄럽다. 거슬린다. 많이.




"…가 ‥님의 인터뷰를… 어떠하… 습니…."



그들의 말이 조금도 들리지 않는다. 이젠 너무도 익숙해진 그 소리들을, 내 의지대로 무시해버리기 때문이다. 다들 관심 있는 척 하지만, 사실 그 중 누구도 진심으로 내 곁에 있길 원하지 않는다.

내게 관심 주는 이가 많아 항상 내 주위는 떠들썩했지만, 정작 나라는 인격체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기에…

난 항상 외로웠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그런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아무리 '천재'소릴 듣는 녀석이라해도, 결국 12세의 작은 소년이 견뎌내기엔 너무나 힘든 것이다.


결국, 나는 나를 닮았지만 성격은 판이하게 다른 에르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많은 실패를 겪은 끝에 말이다. 이 것은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는 사실이다. 에르에게도 그를 만든 이가 나라고 밝힌 적이 없다. 심지어 에르는 자신이 '인공지능을 가진 인조인간'이라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다.

나 이외엔 그것을 아는 자가 없으니 에르가 이 사실을 알 수는 없다. 그래, 나 이외엔 그에게 그 사실을 알려줄 이가 없을테니까.

처음에는 비록 인형이라도, 그저 내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달려들었다. 하지만…막상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 나는 이 녀석이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수많은 어려움과 실패가 있었지만, 어차피 이런 것 외엔 할 만한 일이 없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실험에 착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만들어 낸 에르의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만들어 냈던 그 어느 것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언어구사력의 면에서건, 사고능력 면에서건… 인간과 너무도 비슷했던 것이다. 그것이 성공한 열쇠는 '망각'이었다. 너무도 완벽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과 너무 다른 분위기를 풍겼던 예전의 기종들과는 달리, 이 녀석은 실수도 잘하고, 뭔가를 잊는 것도 인간과 비슷했다. 게다가 녀석은 웃을 줄도 알았고, 울 줄도 알았다.

감정 프로그램을 따로 지정하긴 했지만… 주관적인 의사에 따라 감정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단 하나의 전선을 끊어놓았다는 것 때문에 말이다.


그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대로 '에르'라고 지은 나는, 그의 기억을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고 항상 내 곁에 두었다. 그의 어릴 적 기억은, 고아였다는 것과 간간히 느낀 외로운 감정들 뿐이다. 내가 설정한 대로….

그리고 내가 그를 만들어 낸 그 순간… 즉 13세부터는 나와 함께 지내는 사이로 지정해 놓았다. 어쩌다 우연히 만나 이렇게 친해진 친구라도 되듯이 말이다.




하지만….
처음의 단순한 호기심이나, 혹은 인형이라도 좋다던 그 감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어느 순간, 나는 그에게 가지는 내 감정은 단순히 실험체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마침내 그를 사랑하고 말았다.







[part.4]




"왜 가르쳐주지 않았습니까."

원망하는 듯한 말투다. 무언가를 억누르듯이, 떨리면서도 침착한 그의 어투가 웬지 듣기 어색하다.

이런 모습의 에르는 내가 아는 에르가 아니다. 얼마 전, 함께 쇼핑을 나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던 귀엽고 순수한 모습의 에르도 아니고, 항상 나를 편한 친구로 대하던 상냥한 에르도 아니다.

지금의 에르는… 자신이 인공체임을 "자각"해버린 기계다.


"실험자는 실험체에게 그 실험의 목적 따위는 가르쳐주지 않아."

차가운 나의 말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나온다. 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내 생각과는 너무 틀린, 차가운 말투가 그의 가슴을 짓밟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건 내 진심이 아니지만… 변해버린 그를 보고 당황한 나는 상황을 수습할 새도 없이 또다시 의지와는 상관없는 말을 내뱉는다.



"너는 실험체일 뿐이잖아?"



웃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웃어버린다.

하지만 그에겐 다르게 보이겠지. 실험체 따위가, 라고 비웃는 듯이 보이겠지. 가슴이 아프다.
...쓰려온다.

한참을 무거운 침묵으로 대신하던 그가 입을 연다.


"…후우, 하지만, 당신 역시 실험체 일지도 모르죠. 제가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따라 나타나는 저만의 특이 능력을 가지는 것과도 같이,

당신 역시 어떠한 장치나 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진 개성대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오히려 당신이 실험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으셨나요?"


"……!!"


"[다름]이라는 것은 그 판단을 내린 인격체의 주관적 기준에 따른 나누기 놀이와도 같은 것.

결국 다름이란 어떤 공통된 기준 하에 다른 성질의 것이라고 나뉘어 지는 것일 뿐이죠. 즉, 어느 하나라도 결국은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에' 그 공통된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여,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성질들로 구분하는 것일 뿐인 겁니다."








…나를 미워해 줬으면 좋겠다, 에르.
난 나를 만든 자가 신인지 뭔지…아무것도 모르거든.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누구에게도 불평을 살 수 없는 나의 삶, 인간의 삶처럼…

너까지도 그런 답답한 삶을 살게 되는 건 나도 싫어. 나는 기꺼이 네 분노의 대상이 될 수 있을거야.

네 말, 결국 너도 실험체, 나도 실험체 일수 있다는 거겠지. 그런 점에서 우린 다른 것도 많지만 또 공통점도 많아질테고…. 결국 네가 말하고 싶은 건, 너를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정도로만 생각해서 차이를 두려하지 말라는 거겠지?

그렇게 여러 가지로 에르에게 전하는 독백은 그냥 삼켜버렸다.




뭐, 어때…? 생각 해볼 것도 많지만, 또 이러한 내용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가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당장이라도 에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기에, 이 말들을 모두 삼켜버린다.

상처받은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저 투명하고 푸른 눈동자에 물기가 배어오는 것을 감추는 에르의 모습을 보며,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꼬옥-.

그렇게, 안아주는 것이다.









-너와난 많이 다르지만, 어쩌면 너무 똑같아서 슬픈 거겠지.








"…사랑해"









…우리의 다름은 그런 것….


아끼는 사람이 자신과 너무 다르다고 느낄 때, 서로의 다른 점을 조화시켜 완전한 삶을 얻는 계기가 되는 것….


그리고, 수많은 '차이'중에서 둘만의 공통점을 찾아 낼 수 있다는 것….

네에…

결국, 닫혀버린 글짓기란의 커다란 문을 바라보며
쓰린 눈물을 흘리다…결국 이곳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_ㅠ 흑흑.

휴대폰 시계가 어떻게 됬나 봅니다.
제건 1분 늦었어요.
덕분에 몇시간짜리 소설이 물건너 갔죠. 후후후…

너무 슬프지만.

그래도 한 1주일 후엔 다시 판랜으로 돌아올겁니다.

으흑-_ㅠ


즐감 해주시구요.




에라이…다들 상이나 받아 버려욧!! [괜히 화풀이를…;;;]

endless wheel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