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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 화악산 (華岳山 930.4m △청도21)
언제 보아도 멋들어진 정상석이다. 밤티재 건너편 남산(870m)에도 이런 정상석이 있는데 모두 청도산악회 작품이다. 화악산 하면 경기도 가평의 화악산(1,468m)을 떠 올린다만, 높이에 있어 좀 처질뿐 산세는 그에 뒤질 바 전혀 없다.
×930m
잠시 식당을 찾아 아픈다리 이끌고 남진하는 능선을 따르는데 능선이 거의 날등을 이루고 있어 쉽게 자리가 나오지 않는다. 잠깐의 내림길 다음의 봉 930봉에서 점심상을 편다. [절골, 한재 갈림길] 이정표와 돌무더기, 산악인 추모비가 있는 곳이다. (13:26~14:04 점심)
14:13 운주사 갈림길 (850m)
우측으로 [운주사→] 이정표가 있다. 비슬지맥 분기점은 직진능선으로 300m 가량 더 나가면 작은 헬기장이 있고,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떨어지는게 맞지만 큰 차이는 없다. 오늘은 운주사를 들러볼 욕심도 생겨 운주사쪽으로 내려간다.
이제 청도군계는 정면 철마산으로 간다. 그 동안 동고동락(!) 했던 청도와 이별하고 온전한 밀양 땅으로 들어간다. 20m 가량 내려오니 길은 갈라진다. 직진은 그대로 운주사 행이고 왼쪽으로 틀면 능선 바로 아래 사면길로 주능을 따라 함께 간다.
우리는 왼쪽으로 틀어 사면길로 가는데, (여기서는 잠시 마루금을 잊고 운주사로 내려가는게 좋다) 아래쪽 봉천고개 임도를 만나기까지 길도 희미하기도 해, 우리도 잠시 길을 잃고 우왕좌왕 했는데, 차라리 운주사 들러 식수나 보충하고 절구경하고 포장된 임도따라 점잖게 내려가는 편이 백번 낫다.
능선 바로 아래쪽으로, 능선과 함께 이어지는 사면길을 잠시 따르니 위 헬기장에서 내려온 희미한 길과 만나 아래로 내려간다. 이어 우측 운주암으로 들어가는 뚜렷한 길을 만나나 그대로 가로질러 내리막으로 든다. 우측으로 절집 지붕이 보인다.
14:35 시멘트 임도(607m)
우측 운주사로 들어가는 임도다. 우리는 그대로 가로질러 다시 숲으로 드는데, (여기서 임도따라 왼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그런대로 뚜렷한 길을 따라 내려서다보니 방향이 자꾸 어긋난다. 우측으로 벗어났다. 다시 올라가 확인했지만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은 없다. 도리 없이 억지로 뚫기로 하고 왼쪽으로 치고 나가니 희미하긴 하지만 마른 계곡을 하나 건너 능선을 갈아타게 된다. 이어 조은길이 나오는데 도데체 어디서 내려온 건지 알 수 없다. 내려가니 왼쪽으로 임도가 보인다.
15:02 좌측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로 갈까 정면 비탈로 오를까 잠시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곧 만날거 같아 임도로 내려선다. 잠깐 내려가니 역시나 마루금을 넘는 임도 고갯길이다.
15:06 봉천고개 (429m)
넓은 삼거리 갈림길이다. [화악산 운주암 2km] 간판이 있고, 건너편에는 합판으로 대충 만든 쉼터도 있는데 아쉬운데로 비바람은 피할 수 있겠다.
형제봉 오름길에 대비해 잠시 다리를 쉰다. 정면 비탈로 오르려 하나 길이 없다. 쉼터 우측으로 오르는 길을 따르면 사면으로 질러가며 정면 봉우리는 생략이 된다.
15:33 형제봉 (556.7m)
제법 지친 상태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으나 의외로 오름길이 짧게 끝난다. 아무 특징없는 봉우리에 준희님의 [비슬지맥 형제봉] 팻말이 걸려있다. 서쪽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오른다. 형제봉이라 봉우리가 둘인가 보다. 아니 계속 봉우리가 이어지니 삼형제 인가.
15:55 조망바위
간만에 조망이 될만한 바위가 있어 올라서니 구름이 깔린 속이나마 형제봉 능선과 그 뒤로 화악산 능선이 드러난다. 오후가 되니 바람이 살랑거려 그런대로 살만하다
16:05 돌무더기봉 (562m)
나무에 걸린 노란리본에는 532.9라 적혔다. 내려가는 비탈은 아주 급하다. 오전에 오른 천왕산 오름길과 비슷한 경사다. 나뭇가지를 부여잡으며 겨우겨우 내려선다.
16:18 505.3m (△청도342)
삼각점 봉에서 내려선 축축한 안부, 다음봉은 우측사면으로 질러간다. “이런 써비스라도 한번씩 있어야지~” 스스로 위안을 하며 사면길을 다 돌아가니 다음 봉은 좌측으로 길이 나있다. 정면으로 간 흔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둔덕을 살짝 넘으니 묵은 수렛길로 떨어지고, 우측 오름길이 마루금이다. 삼각점봉(505.3m) 이후 길은 계속 지저분하다. 웃자란 풀이 길을 덮고, 가시 넝쿨이 이리저리 뻗어 성가시게 한다. 숨은 길을 찾아내느라 레이다를 Maximum으로 가동한다.
16:46 팔방재 300m
왼쪽에서 올라온 묵은 수렛길과 만나 함께 간다. 지형도상 팔방재인데 특별히 이름 붙일만한 고개도 아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뻗는 능선이 청도면과 무안면의 경계가 된다. 숲속이라 보이는게 없다
마지막봉인가보다 하며 힘주며 오르고 보니 아직도 길은 멀다. 그나마 여기서부터 솔갈비 깔린 푹신푹신한 길이 나온다. 묘터가 자주 나오는 걸 보니 그만큼 마을과 가까워졌음이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루트가 지루하게 느껴진다.
17:20 산불초소봉 (270m)
드디어 마지막 봉이다. 출발 12시간이 다 되가는 판이라 산불초소가 더없이 반갑게 보인다. 이런 조망 오늘 처음이다. 발아래 가산저수지와 부북면의 넓은 들판, 멀리 밀양시내 아파트 단지도 보인다. 초소 앞에서 가산저수지를 향해 아래위로 홀랑 까놓고 온종일 땀에 절은 육신을 골고루 말린다. 온몸 구석구석 골바람 고루 적시니 물에 퐁당 빠지는 알탕 못지않다.
17:32 앞고개 (197m)
24번국도. 밀양 무안면과 부북면의 경계다. [부북면] 간판을 덮고 있는 자귀나무가 이채롭다. 건너편에 아침에 대놓은 우리차가 주인을 기다린다. 열두시간 산행에 발바닥이 따갑다. 다음구간 들머리를 가리고 있는 잡풀 넝쿨이 만만찮아 보인다.
비슬지맥 6구간
2007.08.25 (토)
산길 : 앞고개~△314.6~△317.2~마흘리고개
거리 : 9.4km (126.3 / 147.2km)
사람 : 조은산
(구간거리)
앞고개~(1.6)~△315..4~(2.2)~추모공원~(2.4)~골안임도~(2.1)~△317.2~(1.1)~마흘리......9.4km
Cartographic Length = 11.032 km / Total Time: 06:21:54
남은거리가 30.3km라. 마지막 구간 끊기가 참으로 애매하다. 새벽 네시쯤 붙어서, 저녁 일곱시쯤 마칠 계획을 하면 한방에 될 것도 같고, 지난주일 금북에서 쎄가 만발이나 빠지면서 “때려 죽여도 더 이상은 못 가것다”며 나자빠지던 상황은 생각만 해도 쎗바닥이 한발이나 빠져 나온다.
어차피 토, 일 연속으로 시간은 비는데, 이틀간 밀양으로 출퇴근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일찍 마치고 밀양 어디서 게기기도 그렇고... 두 번으로 나누려니 어중간하고, 한방에 끊으려니 자신이 없다. 아서라, 말아라. 내가 시방 누구처럼 철인시합 나갈 인간도 아니지 않는가. 무더운 날씨와 한여름 가시덤불 구디이 속에 뭐 먹고 살일 있다고 용천을 한단 말고. 되는대로 살자.
이틀 연속으로 출근할건지는 첫날 근무 해보고 결정을 하자. 호남 추령에서 하루하고 보따리 싸 지리산 골짝으로 도망친 것도 이런 날씨에서였다. 필경 그런 사단이 예상이 되더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고, 마치고 탄 택시기사 얘기도, 오늘 밀양기온이 35도가 넘어 전국적으로 가장 높았단다.
“한 여름철에는 지맥산행 하는거 아니다” 늘 하는 얘기지만, 어디 그게 그리되나. 가시덤불 속에 갇힌 채 허우적거릴 때는 후회를 하면서도, 마치고 바짓가랭이 털어 낼 때는 뭔지 모를 뿌듯함이 스며든다. 산줄기 타는 일이란게 어차피 고행을 작정한 일이 아니던가. 고생만큼 기억은 진하게 남는 법이다.
마흘리고개까지는 10km도 안되는 짧은 길이라, 이름있는 봉우리도 없고 삼각점만 둘 만난다. 두 번째 삼각점봉에서 동쪽으로 트이는 조망바우가 있을 뿐 구간 내내 조망한번 보여주지 않는 갑갑한 산길이다.
(시간표)
08:08 앞고개
08:38 첫봉 (순창설공묘)
08:47 약수암 안부
08:58 △314.6m
09:23 안부 (아스팔트 도로)
10:09 밀양 추모공원묘지
10:32 임도 (덕곡-대항지구 임도)
11:10 수레길 안부
12:11 골안마을 임도
13:54 317.2m (△창원305)
14:20 마흘리고개
앞고개 (200m)
남일농원 간판 앞에 차를 붙여놓고, 전봇대 뒤로 들머리를 확인하고는 나뭇가지 하나 꺾어 들었다. 반갑지 않은 거미줄 때문이긴 한데, 거미 입장에서 보면 반갑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어렵사리 엮어놓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그야말로 김정일이 보다 더한 놈으로 여겨질 것이다.
능선에 올라서니 길은, 있는것도 없는것도 아니다. 분명 길은 있음직 한데 우후죽순처럼 자란 가지들이 엉켜 있어 어디가 길인지 찾을 수가 없다. 산죽이 누운걸 보니 사람이 지나간 건지 산돼지의 흔적인지는 몰라도 그나마 밟을 만한 곳을 이리저리 헤치며 올라간다. “길 참 더럽네~” 초장부터 쓴말이 거침없이 나온다.
×264m
이리저리 휘저으며 15분을 오르니 봉우리 형태다. 여기저기 막걸리병과 쓰레기로 지저분해 쉬고 싶어도 못 쉬겠다. 살짝 내렸다가 왼쪽으로 꺾어 내려간다. 나무덩걸이 어지러이 자빠져 길이 보이질 않는다.
08:38 ×320m
지긋하게 올라서면 제법 너른 터에 다 내려앉은 묘가 있는 봉이다. 묘 상석을 마치 내버려놓은 듯이 삐딱하게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데 문패를 보니 순창설공이다. 320봉 내려서면서부터 헷갈리기 시작한다. 뚜렷한 길도 없이 왼쪽으로 붙는듯하다가 우측으로 휘어진다. 뚜렷한 능선은 왼쪽인데 지맥은 우측이다. 210도 방향으로 급비탈을 내려서면 능선이 살아난다.
08:47 약수암 안부
지도상 우측에 약수암이 보이는 안부에 내려서면 잡풀이 뒤엉킨 묵은 수렛길이고, 올라가면 너덜지대가 나온다. 일부러 돌을 서너트럭 갖다 부어 놓은듯하다. 가로질러 올라가면 다시 벌건 흙이 드러난 절개지가 나오고, 절개지 우측 위로 길이 나있다. 리본하나 걸었다. 난데없는 날파리떼가 덤벼든다. 거미줄 털던 나뭇가지로 이리저리 휘저어보나 그때 뿐, 집요하게 달라붙는데, 특히 두 눈을 향해 달려드는 놈들은 가미가제나 이라크의 자살특공대와 다름없다.
08:58 △314.6m
잡풀이 뒤덮은 봉우리. 삼각점은 받침만 커다라니, 다 뭉그러져 번호는 식별이 안된다. 다시 왼쪽으로 꺾어 내리는데 펑퍼짐한 능선이라 길 찾기가 만만찮다. 문득 주황색 리본이 보이는데, 주황색의 마대자루를 길게 뜯어 나무에 묶어놨는데, 이게 또 수상한 물건이라. 한전 리본에 속고, 묘터 가는 길에 메논 리본에 속고... 어디 한번 두번 속아봤어야지.
마대리본을 일부러 못 본척하며 내 갈길로 가는데, 우연인지 이 리본과 함께 간다. 첨엔 일부러 외면하며 가다보니 이 넘이 나를 따라오는 식이더만, 점점 이 넘을 신뢰하게 되고, 드디어는 내가 지를 따라간다. 주황색 붉은 마대자루(PP Bag)를 길게 찢은 리본을 보면 그대로 따르면 된다. 누가 걸었는지 몰라도 지맥리본이 맞고 이 리본은 내림이 끝나는 (왼쪽으로 아스팔트 도로가 나오는) 안부까지 20여분 이어진다.
09:23 안부 (160m)
제법 큰 정자나무 한그루가 있는 넓은 터의 안부다. 왼쪽에서 올라온 수레길이 있는데, 왼쪽 아래로 허연 뭐가 보여 내려가니 차선은 없지만 폭넓은 아스팔트 도로다. 우측으로 올라가는 형상인데 지도에는 표기가 없으나, 앞고개 오르는 24번국도 화남마을에서 남쪽으로 U자 형태의 굴곡지점에서 갈라져 나온 도로로 입구에 [밀양추모공원묘지] 간판이 있다. 추모공원은 공사중이고 도로는 아직 미개통이라 차선도 없다. (1)지점
일단은 넓은 공터로 나오니 그렇게 난리를 치던 날파리들이 저그 영역에서 쫒아냈다고 여겼는지 더 이상 달라붙지 않는다. 버릇대로 웃도리 벗어 땅바닥에 넓게 펴 놓고, 아랫도리 실실 내리는데, 옴마야~, 위에서 승용차가 내려온다. (15분 휴식)
임도 전문가(!)의 시각으로 볼 때, 필경 이 도로는 얼마안가 마루금과 만날 형상이다만, 초장부터 농땡이 치기가 거석하기도 해, 다시 고갯길 안부로 올라간다. 이 도로는 안부에서 302봉을 넘은 마루금과 30분 후에 추모공원 앞에서 다시 만난다. (도로를 따르는 편이 훨씬 수월타)
09:54 ×302m
다시 정자나무 안부로 돌아와 마루금을 잇는다. 꾸역꾸역 오르니 땀이 줄줄 샌다. 한번에 다 못오르고 두 번이나 숨을 고른 다음에야 올라선다. 이거보러 땀 빼가며 올라왔나 싶은, 조망도 아무특징도 없는 어수선한 봉우리다. 지맥은 사정없이 왼쪽으로 꺾는데 거의 8시방향이다. “무신놈의 길이 이런노~!” 점잖게 도로따라 올라갈걸 괜히 올랐다는 후회를 해대며 잡목가지를 헤친다.
10:10 밀양추모공원묘지 입구(292m)
날파리 쫒으랴, 잡목가지 헤치랴. 온갖 욕을 해대며 내려오니 앞이 훤히 트이며 계단식 절개지로 내려선다. 우측에 외벽공사가 끝난 건물이 보인다. 화장장인지 납골당인지는 몰라도 신설 공원묘지다. 아래쪽에서 올라온 아스팔트 도로가 마루금과 다시 만나는 지점. 로타리 형태의 갈림길이다. (2)지점
올라온 아스팔트는 우측으로 꺾어 추모공원으로 들어가고 지맥은 좌측 봉우리(×338m H)이나, 정면으로 향하는 잔자갈이 깔린 임도가 훤히 열려 있는데 갈등을 아니할 수가 없다. 지맥 마루금도 좀 우아하고 고상하게 탈 수 없나...? 도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로터리 나무그늘에 퍼질러 앉아 쉬는데 공사용 차량이 들락거린다. (15분 쉼)
10:32 임도 (257m) [덕곡-대항지구 임도]
날파리 쫒던 파리채도 던져버리고 스틱을 뒤로 돌려 뒷짐 진 자세로 임도행이다. 가다보니 우측 뒤로 추모공원 건물 앞모습이 보인다. 좀 지긋하게 가나 싶은것도 잠시, 10분이 채 안되어 다시 마루금이 넘는 고갯길을 만난다. [임도이용안내문]과 풀숲에 [덕곡-대항지구 임도시설] 표석이 있다. 왼쪽 덕곡리쪽으로는 시멘트 포장까지 되어있다. (3)지점
자갈깔린 임도는 정면으로도 계속 가는데, 한 구비 요령 피웠다고, 계속 똥배짱 내밀 수는 없어 산길을 택한다. (임도를 따랐어야 했다). 고갯길 정점인 마루금을 찾아 정면으로 쳐다보니 노란 리본 두개가 팔랑거린다만...
그 리본보고 올라섰는데, 그리고는 끝이다. 도무지 들이밀 엄두가 안난다. 이리저리 찔러봐도 진행한 흔적이라고는 없다.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봐도 매 한가지다. 빽빽한 가시덤불 뒤쪽은 마치 도랑처럼 꺼지는 형태다. 도저히 안되어 임도로 나와 우측으로 돌아 들어간다. “이 사람들, 리본만 폼으로 달어놓고 임도로 간게 분명혀~...”
여기서라도 포기하고 임도를 따랐으면 될 일을, 무슨 오기가 작동을 했는지 기어코 비탈을 헤치며 올랐다. 거진 지맥길을 개척하는 수준이다. 엎드리고 수구리다 자빠지고, 걷어내고 벌리며 올라서니 ×298m봉이다.
10:47 ×298m
이 봉우리는 숫제 지옥이다. 억지로 올라서기는 했다만, 내려설 길은 더 없다. 조망도 안되니 방향도 쉽지 않다. 돌아서 임도로 내려갈까 싶은 생각도 들다가, 저무디기만 뚫으면 뭔 길이 안나오것나... 용감무쌍하게 가시덤불을 밀어붙이다 결국 청미래덩쿨의 날카로운 가시에 손가락이 찔렸는데, 검붉은 피가 퐁퐁 나온다. (3)지점 출발 40분 후 다시 임도(4)를 만나므로 임도를 따르는게 나았다 괜히 올라 피 본다.
11:10 수렛길 임도 (261m)
지도상 덕곡에서 운정으로 넘는 임도로 보이는데, 아까 (3)지점부터 임도를 따랐으면 피 볼일도 없고 양반걸음으로 ‘우아하게~’ 왔을걸 그야말로 사서 고생했다. 지난 임도와는 달리 수렛길 형태의 잡풀이 수북한 묵은 임도다. 배낭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빤쓰바람으로 퍼져 앉는데 우찌이리 무풍지대인지, 가만 앉았어도 땀이 마르기는커녕 계속 흐른다. (~11:36 휴식) (4)지점
건너편 들머리에는 소나무 한그루 독야청청하고 뒤는 벌목지로 잡초무성한 비탈이다. 다소 쉬울듯해 보이더니 막상 올라붙으니 키 높이의 억새와 싸리나무 숲에 빠져버린다. 못보던 일반 산악회 리본이 보이고 산길도 제법 흔적이 나온다.
265쯤 되는 봉우리. 올라서는 길은 그런대로 흔적이 있으나 그 길은 다음봉 (225봉)에서 곧바로 뻗어 내려간다. △205.3봉을 거쳐 운정리 장곡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지맥은 225봉에서 남동으로 꺾이는데... 또 길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눈 닦고 봐도 없다.
12:08 다시 임도
그나마 아까와는 달리 잡목 대신 잡풀이라 긁히지는 않는다. 웃자란 풀밭을 헤집고 내려서니 계단식으로 묘가 조성되 있다. 발아래 보이지 않는 축대 끝에서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아래층으로 곤두박질 칠 장면이다. 맨 아래쪽 묘에서는 길이 나있다. 길 따라 내려오니 자연스레 왼쪽의 잔자갈 깔린 임도로 떨어진다. 아까 그 임도(4)와 연결은 안되는 것 같은데, 알 수가 없다.
12:11 골안마을 임도 (190m)
잔자갈 깔린 임도따라 잠깐 내려오면 왼쪽 큰 나무아래 바닥을 반듯하게 시멘트로 포장한 쉼터가 있고, 곧이어 임도는 왼쪽으로 돌아 내려간다. 골안마을 행이다. 이제 임도와는 이별이다. 정면 전봇대 뒤로 들어가니 폐블록 부스러기를 갖다 버려놨다.
12:57 TV 안테나봉 (276m)
길 흔적은 있지만 잡풀이 지맘대로 웃자라 명확히 구분이 안되는 길이다. 얼마 안되는 비탈이라도 한번에 오르지를 못하고 배낭 내릴만한 터만 있으면 멈춘다. 멈췄다하면 여지없이 배낭 내리고 자동으로 윗도리 벗고, 아랫도리까지 푼다. 날파리는 또 얼마나 집요한지 오늘 같은날 뭐하러 여기를 왔나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풀에 덮힌 묘가 한 두기 나오고 녹쓴 TV안테나가 있는 봉을 지나고는 다소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우측 아래로 차소리가 조금씩 들린다만 한달음에 갈 거리는 아니라 점심 자리를 찾는다.
13:05 점심 (~13:40)
거의 평탄하고 바닥도 잔디밭 수준이다. 옷이란 옷은 다 벗어 널어놓고 -그래봤자 석장이다-, 올 사람도 없겠지만, 이 상황에서는 누가 오더라도 배째라 할 심산이다. 보든지 말든지, 뭐라 하든 말든... 체면 찾다 떠 죽을라. 도시락 밥을 반토막만 물에 말아 털어 넣는다.
13:54 317.2m (△창원305)
다시 비스듬히 이어지는 오르막 끝에 왼쪽으로 툭터진 넓은 조망바위가 나온다. 밀양 시가지의 아파트 단지가 그리 멀지않게 보인다. 암반지대라 나무가 없으니 조망이 나오는데 오늘 처음보는 조망이다. 삼각점은 뒤쪽 풀숲에 숨어있고, 준희님의 삼각점봉이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14:03 마지막봉
삼각점봉이 마지막이려니 했더만, 역시나 봉우리는 이어진다. 320정도 되는 봉인데 정점에 함몰된 듯한 구덩이가 있고, 다시 잠깐 오름봉을 넘고서야 고도를 떨구기 시작한다.
마지막 가시는 길 고이 보내줄려는지 솔갈비가 푹신하게 밟히는 내림길이다. 어차피 마흘리고개 다음은 적당히 끊을데도 없지만 더 이상은 생각도 하기싫다. 능선은 곧장 뻗는데 지맥은 우측 비탈로 급히 떨어져 내린다. 절개지 위에서 우측을 택해 도로로 내려서니 [죽림정사, 도원사] 절간판이 보이고 왼쪽에 마흘리 버스정류장이 있다.
14:20 마흘리고개 (馬屹里, 날뒤고개, 106m)
버스정류장 그늘 아래에서 행장을 수습하고 있노라니 버스가 올라온다. 무안에서 밀양으로 들어가는 버스다. 미련없이 올라타고 밀양터미널에 내려 앞고개행 버스를 물어보니 이미 막차가 출발했단다. 밀양에서 앞고개는 ‘구기’행 버스를 타면 된다.
밀양시내 공기는 찜질방 그 자체다. 택시로 앞고개로 가는데 기사님 왈, 강원도는 수해로 난리인데 밀양은 비가 안와 다 말라죽는 판이고, 오늘 날씨는 ‘전국에서 최고 높은’ 그런 날씨란다. (앞고개까지 8,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