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기울기·소통 모두 어긋난 착륙, 시스템 경고도 무시
제동도 자세도 놓친 채, 기체 찢어지고 날개 분리
법정으로 번진 사고… 일부 승객, 심각한 후유증 호소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지난 2월 추락한 델타항공 여객기의 사고 원인이 착륙 직전의 ‘비정상적 강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교통안전위원회가 3월 20일 발표한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기에는 착륙 약 2.6초 전 ‘급강하’ 경고가 울렸고, 1초 전에는 분당 1,110ft(약 338m)의 하강률을 기록했다. 이는 항공사 운항 매뉴얼이 규정한 ‘하드 랜딩’ 기준(600ft/min)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착지 시 항공기의 기울기는 단 1도에 불과해,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이상적인 범위(3~8도)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낮은 기울기는 항공기가 수평에 가까운 자세로 활주로에 부딪히며 충격을 더 키우는 원인이 된다.
사고 항공편은 미니애폴리스를 출발해 캐나다 토론토로 향하던 CL-600-2D24 기종으로, 델타 자회사인 엔데버 항공이 운항했다. 당시 비행기에는 승객 76명과 승무원 4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사고로 21명이 다쳤고 이 중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조사에 따르면 우측 주착륙장치는 활주로와 충돌 직후 파손됐고, 고정장치가 부러지며 착륙장치가 안으로 접혀 기체 하부가 직접 땅에 닿았다. 충격으로 날개가 기체에서 분리되며 연료가 분출됐고, 이어 불이 붙었다. 이후 항공기는 활주로 오른쪽 눈 덮인 구역으로 미끄러져 15L 활주로 인근에서 멈췄으며, 분리된 우측 날개는 215피트 떨어진 활주로 위로 튕겨 나갔다.
사고기는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시속 약 276km(149노트)로 접근 중이었고, 착지 직전에는 시속 248km(134노트)의 속도로 활주로에 닿았다. 항공기 경고 시스템은 이미 위험한 하강 속도를 인지하고 경고음을 울렸지만, 이후에도 기체 자세나 속도에 변화는 없었다.
기장이 30일 이내 실제 비행 시간이 3.5시간에 불과했고, 시뮬레이터 교육에 주력하는 이력이 있었다는 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예비 보고서는 현재 착륙기술, 훈련 시스템, 조종석 내 의사소통 및 구조, 기체 손상 원인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체 정지 직후에는 탑승객들이 뒤집힌 기내 안에서 벨트에 매달린 채로 탈출했고, 일부는 벨트를 푸는 과정에서 추락해 부상을 입었다. 사고 5분 후 구조대가 도착했으며, 기내 인명구조 완료 직후 기체 바깥쪽 좌측 날개 부근에서 또 한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민사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다수 탑승객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항공사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갔다. 특히 사고 당시 조종사 간 의사소통 부재와 항공사 차원의 조종사 배치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교통안전위원회는 추가 조사를 거쳐 최종 보고서를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