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시의 효가 진정한 孝이다.
효에 대한 시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정철
父兮生我(부혜생아)하시고 母兮鞠我(모혜국아)하시니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시니
哀哀父母(애애부모)여 生我劬勞(생아구로)삿다
아아 애닯다 부모님이시어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 애쓰고 수고하셨다.
欲報深恩(욕보심은)인대 昊天罔極(호천망극)이로다
그 은혜를 갚고자 하나 넓은 하늘처럼 끝이 없어라. 시경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나무는 그대로 있으려하나 바람이 내버려 두지 않고,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자식은 효도하려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濁酒(탁주) 한 잔.....
“죽은 후 천추만세까지 이름이 전해지는 것 보다는
살아생전에 탁주 한잔만 못하다”
(死後千秋萬歲之名 不如生時濁酒一杯)는 말이 있다. 이규보
사후의 세계보다
살아생전이 더 소중하다는 뜻이다.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李奎報)가
아들과 조카에게 준 시(示子姪)를 보면 노인의 애틋한 소망이 그려져 있다.
죽은 후 자손들이 철따라 무덤을 찾아와 절을 한들
죽은 자에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세월이 흘러 백여 년이 지나 가묘(家廟, 祠堂)에서도 멀어지면
어느 후손이 찾아와 성묘하고 돌볼 것이냐고 반문했다.
찾아오는 후손 하나 없고 무덤이 황폐화되어 초목이 무성하니
산 짐승들의 놀이터가 되어 곰이 와서 울고
무덤 뒤에는 외뿔소가 울부짖고 있을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산에는 고금의 무덤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넋이 있는 지 없는 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탄식하여 사후세계를 연연하지 않았다.
자식들에게 바라는 소망은
“조용히 앉아서 혼자 생각해 보니(靜坐自思量)
살아생전 한 잔 술로 목을 축이는 것만 못하네(不若生前一杯濡)
내가 아들과 조카들에게 말하노니(我口爲向子姪噵)
이 늙은이가 너희를 괴롭힐 날 얼마나 되겠는가(吾老何嘗溷汝久)
꼭 고기 안주 놓으려 말고(不必繫鮮爲)
술상이나 부지런히 차려다 주렴(但可勤置酒)”
살아 있을 때의 삶이 더욱 소중함을 깨닫고
한잔 술로 목이나 축이게 부지런히 술상을 차려주는 것이 효도이다.
노인은 서산에 지는 태양과 같은 신세인지라
자손들을 괴롭힐 날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힘들게 고기 안주 장만하려 하지 말고
나물 안주와 탁주라도 좋으니
날마다 술상을 차려 달라고
쓸쓸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晩年의 이규보가 간절하게 바란 것이었다
쌀밥에 고기반찬의 진수성찬도 아니요
부귀공명도 아니며 불로장생도 아니다.
자식들아
“살아생전에 목이나 축이게
술상이나 부지런히 차려다 주는 것 뿐이었다.
소박한 노인의 꿈인가?
이 시가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은
노인들의 한과 서러움이 진하게 묻어 있고
꾸밈없는 소망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후의 효보다
생시의 효가 진정한 孝이다.
밝은 아침햇살이 비치면
인생 소풍길 꽃을 만나면
때마다 밥을 대할 때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늘 생각나는 것이 부모이다
뒤 늦게 깨달은 불효자
후회 한들 무엇 하리
고려조 이규보
조선조 정철의 효시를 한번 읊어 보며 부모님을 그리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