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茶禮) 뒤에
시렁에 올라앉은 버들고리
살그미 내려 보면
목화송이 부풀어 오르듯
먼 먼 추억들
하늘거리는 자색의 향연(香煙) 속에
보일 듯 보일 듯 흩어지고 말면
주섬주섬 주워 담는 동고리에
아쉬움만 가득
남실대는 옥배(玉杯)에
차(茶) 말고 눈빛 담아 마셨으니
아, 이젠 회한 말고야
입매 할 게 없네. / 졸 시 ‘차례’ 중에서
어느 대감집에 스승과 제자가 초대를 받아 갔다고 한다.
왼쪽에 앉은 스승의 상엔 어물이 올라있는데
오른쪽에 앉은 제자의 상엔 나물만 올라있었더란다.
이때 제자가 스승을 쳐다보며 질문을 했더란다.
“스승님, 차조기 소(蘇)자에
고기 어(魚)자가 오른쪽에 있나요? 왼쪽에 있나요? “
“ 그거야 오른쪽에 있어도 되고 왼쪽에 있어도 되지. “
이 말을 들은 제자가 스승의 어물접시와 자신의 나물접시를 바꿔놓고
유유히 먹고 있었더란다.
이를 본 스승은 혀를 차면서
“ 허허, 그놈 똑똑하군.” 했다는데
물론 웃자고 하는 소리겠지만
명절엔 으레 이런저런 가족들이 모여 웃음꽃도 피우게 된다.
그런데 사람인지라 이런저런 자랑도 하고 시샘도 하다가
속으로 토라지기도 하는데
승부를 가릴 건 아니니 상대를 칭찬하는 게 상선이 아닐까?
칭찬하면 내 주머니가 새나가는 것도 아니니까.
중국 한나라 때 일이라는데
그 유명한 한신 장군이 한나라 통일을 위해 공을 많이 세웠지.
그런데 한 고조는, 한신이 언젠가 자기를 배반할 것으로 겁먹고
그를 죽이려고 가둬뒀다고 한다.
그러나 죽이는 것 보다 작위를 낮추어 한직으로 보내고
감시하면 될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한다.
그래서 어느 날 한신을 감옥에서 불러내어 대화를 해봤다는데
고조 왈, “ 내가 군사를 몇 명이나 거느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고?”
한신 왈, “ 한 십만 명은 될 것이옵니다.”
고조 왈, “그럼 그대는 몇 명이나 거느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고?”
한신 왈, “신은 그보다 두 배는 더 거느릴 수 있사옵니다.”
아차, 이거 한신이 내심을 털어놓았으니 말을 잘못했으렷다.
고조 왈, “그럼 그대는 내 앞에 왜 잡혀왔는고?”
그래서 한신이 꾀를 내어 대답하기를
“폐하가 어찌 군졸을 직접 거느릴 수 있겠사옵니까?
페하는 장군을 십만 명쯤 거느릴 수 있다는 말씀이옵고
다만 신은 군졸을 수십만 명 거느릴 수 있다는 말씀이옵니다.
그러니 어찌 신을 폐하와 비교하오리까.”
그래서 고조의 마음이 확 풀어졌다고 하는데
때로는 기지를 발휘해 가족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도
가화만사성의 길일 테다.
첫댓글 다들 모인 자리에서는 언제나 칭찬을 말 하고 칭찬하지 못할 얘기는 명절 지나고 조용히 하죠.
아주 지혜로운 선비시네요.
올 추석은 아버님 돌아 가시고
첫번째 맞는 명절인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들과 둘이서 나흘째 여행중인데 그마저 내일이면 끝이 나는군요.
빨리 시골살이 정리하고 집에 들어가 정착을 해야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가질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러시군요.
아직 허전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겠네요.
나머지 일정도 잘 마치고 들어가시길~
그 제자, 총명하기가
사진속의 손주 모습이군요
많이도 차리셨네요
조상님들 드린다는 핑계? 로~~
추석석촌
즐겁게 지내시오소서 !!
아우네집에서 얻어먹고 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