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지 못한 시작
어릴 때부터 ‘사회’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다. 중,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하는 교과과목은 단연 사회였고, 지금 대학교에선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다. 사회라는 단어만 들으면 왠지 모르게 머리 속은 궁금증으로 가득차고 가슴 속은 뜨거운 감정으로 뒤섞인다. 그 이유는 ‘사회’라는 단어 안에 있는 ‘우리 모두’라는 따뜻하면서도 역동적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누군가가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해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장 멋있는 일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사회복무요원이란 단어는 이상적으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말 그대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를 함에 있어 기대함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뛰던 가슴이 무뎌지고 기대를 저버리는 나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거나 많은 매체를 보다 보면 사회복무요원들은 그저 ‘시간 많고 사무일 보조하는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면사무소 또는 동사무소의 심부름꾼이며, 군 복무를 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자율적인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에 너무나도 아쉬웠다. 더더욱 아쉬웠던 것은, ‘사회복무요원이면 그 복무를 할 때 가장 빛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진 내가, 사회복무요원의 이상적인 모습과 사회가 주는 선입견과의 차이를 받아들려 사회복무를 그저 거쳐야 하는 관행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도 감사하려고 했다. 군에서 열심히 복무하는 사람들과는 조금은 육체적으로 덜 힘든 일을 감당하고 자율적인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은 큰 감사이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적인 감사였을 뿐 어디서도 사회복무요원 자체의 특별함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게 나의 첫 시작이였다.
2014년 7월 군사 훈련을 끝내고 첫날, 지정된 곳을 배정 받기 위해서 시청으로 갔다. 많은 복무요원들이 있는 가운데 나를 가장 먼저 부르시더니 ‘너는 보건소로 가서 일하면 돼’ 라고 하셨다. 조금은 놀랐다. 내 선입견에 의하면 어디 면사무소나 동사무소로 발령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건소로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2년 동안 이거 공부하고 저거 공부하면 되겠다”라고 말이다. 정말 딱 그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나의 초점은 퇴근 이후로만 치중 되어 있었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배울 많은 것들을 퇴근 이후로만 기대하는 내 모습이. 그러나 보건소를 들어 가기 전까지만 해도 몰랐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몰랐으리라. 우리가 사회복무요원임을.
더 미션 “여수시의 모기들을 제거 하시오”
보건소 건강증진과 실에 들어가 과장님 그리고 과 주무관님들께 인사 드리고 담당 주무관님이 따라오라 하셔서 보건소를 돌며 각과 직원들께 인사 드리고 난 다음 아무 말없이 지하 창고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창고 문을 열고 불을 켜는 순간 왠 약품들이 꽉 진열되어 있었다. 그러고는 한마디 하셨다. “너의 주임무는 방역이다”. 나는 되물었다 “방역이 정확히 뭡니까?”. 그러고는 하시 는 말씀이.. “모기 잡는일. 너 어릴 적에 방구차 안 따라 다녀봤니? 그 일이야.”
순간 멍했다. 방구차는 낯설지 않았지만 그것의 또 다른 이름 ‘방역’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어색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흘러가고 있어서 당황했다. ‘나는 지금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그날부터 나에게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앞으로 2년 동안 나의 미션은 여수시의 모든 모기와 유충들을 제거하는 일임을. 이미 첫날부터 난 여수시 방역의 최전선에 뛰어 들어야 했다. 이 특별한 미션을 소개하겠다.
“시동! 조준! 발사!, 열어! 투척! 닫아!” 방역 업무는 단순히 모기잡이가 아니다. 생각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방역업무는 여름과 겨울로 나뉜다. 여름에는 분무방역을 실시한다. 보건소가 소지하고 있는 ‘초록색 긴급방역차’를 타고 여수 전 지역을 돌며 분무방역, 말 그대로 살충제를 물과 섞어서 발포하는 방법으로 실시한다. 여기서 내가 타고 다니는 이 초록색 자동차가 기가 막히다. 여수시에 단 한대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굉장히 특이하게 생겼다. 소방차를 연상시키는 외형에 뒤에 는 큰 대포가 장착되어 있다. 이 대포에서 물을 쏘는 것이다. 더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그 대포를 조종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이다. 미션은 오전과 오후로 나뉜다. 미션이 시작되면 물로 희석한 약을 채운 차를 끌고 전쟁터(주로 공 공장소)로 나아간다. 그곳에서 대포를 상하좌우 각도를 맞추어 분사기능 또는 소방호스 기능으로 약을 살포하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주 정교한 곳에서 미션을 수행할 때에는 분사 총으로 방역을 한다. 대포 밑에 위치한 기계 트렁크를 열면 소방호스처럼 호스가 돌돌 말아져 있다. 이것을 빼서 살포 총으로 연결하면은 총으로 분사되어 더 정교하게 약을 살포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정말 신기한 자동차라는 타고 다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총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언뜻 재미있는 일일 것 같지만 여름방역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총으로 해야겠다’라는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전신을 덮는 전투복(하얀 위생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 쓴 다음 일을 해야 한다. 더위를 잘 타는 나에겐 정말 이 시간이 힘들다.
겨울이 되면 미션 전략이 달라진다. 그것도 아주 많이. 겨울방역은 정화조 유충 구제이다. 여름에는 모기나 유충들이 깨어나는 계절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전쟁터로 가서 때려잡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겨울이 시작되면은 이 불청객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 따뜻하고 물이 고인 음지로 찾아간다. 그래야 자기네들의 군대를 양성하고 재정비 할 수 있으니까. 그곳이 바로 정화조다. 정화조는 쉽게 말하면 ‘똥물 있는 곳’이다. 집이나 아파트들에 있는 화장실의 폐수나 거름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마지막 안식처이다. 그곳은 물이 고이기 때문에 유충들이 잠복해 알을 낳기 쉽다. 그래서 내 미션은 그곳에 잠입해 문을 열고 폭탄을 투척하여 사살 하는 일이다. 물에 가루 또는 액체 약을 넣는다는 말이다. 그래야 군대형성을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담당 주무관님께서 나에게 말씀 하시기를 ‘혁아~ 1000가구다’. 1000가구? 무슨 말인지 파악도 하기전에 1,000개나 되는 주소가 적힌 종이를 책상 앞에 놓아주었다. 언뜻 보니 상가며 주택이며 여러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렇다. 이미 전수조사가 되어있는 1,000가 구를 돌며 각 가구에 있는 정화조에 유충을 없애는 약을 넣는 것이다. 일일이 주소를 찾아서 말이다.
포털사이트 지도 어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고마운 줄 처음 알았다. 각 상가, 가계, 집 또는 아파트를 일일이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고, 설명하고, 정화조를 찾고, 도구로 정화조 뚜껑을 열고, 물을 떠서 유충들이 한 컵당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 약을 투여하고, 뚜껑을 닫고, 정보를 상세히 기록한 다음, 인사드리고 나온다. 이것이 겨울 방역 미션이다.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그렇다. 처음에는 너무나 새로웠다. 내가 예상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음에 신기하였다. 방역을 언제 해보겠냐는 심정으로 ‘이것도 경험이다’ 라고 생각하며 일하기 시작했다. 확연히 사회복무요원이 하기에는 조금은 특별한 일인 것 같았다. 그 영역의 특별함에 겨워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역에 서 오는 기술적인 특별함은 머지않아 나에게 공허함을 주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을 아무도 모른다. 방역을 할 때는 사람과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전적인 육체적 업무이다. 그러나 아무리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해도, 그 힘듦을 아는 것은 일을 하는 나 밖에 없다.
“이 일이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될 때면 힘이 빠졌다. “왜 내가 이곳으로 보내졌는지”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 어느 날, 한 사회복무요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복지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였는데, 그는 복지의 최전선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만나고,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지혜를 배우고 있었다. 너무 부러웠다. 너무 멋있어서 가슴이 먹먹했다. 언뜻 보면 그냥 봉사활동 하는 것 같다고 할 수 있는 그의 말에서 난 왜 그렇게 그를 부러워했는지 그때는 잘 몰 랐다. 나는 내 미션을 이행함에 있어 여수에 온지 1년도 안 되었지만 열심히 여수지리를 익히고 더 나아가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방역이라는 업무를 위해 내가 실질적으로 관리를 하지 못하지만 어떤 약품은 물을 타도 되는지, 연기로 사용해도 되는지, 얼마를 넣어야 하는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를 파악하며 열심히 일 해보아도. 이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 방역이란 일을 하기 때문에 전혀 드러나지가 못한다. 이 이유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공허한 나날들은 지나가고 있었다. 아주 특별한 날이 오기전 까지 말이다.
Special Day
여름방역의 거의 막바지 시즌이였다. 그날은 시작부터 좋지가 않았다. 여름방역은 공공지역이나 모기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특수한 지역들을 나열해 반복 주기적으로 실시하는데, 우리가 주기적으로 방역을 하는 지역에 사시는 분이 연락이 와서 ‘자기가 방역하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라는 식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구나 라는 익숙해진 씁쓸한 생각을 하며 오전 방역을 위해 출격했다. 장소는 돌산지역이였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인지 '그래 한번 제대로 해주자'라는 마음을 먹고 방역차를 타고 기사님과 돌고 돌았다. 거의 끝나갈 무렵이였다.
넓은 들판 지역을 방역하고 있었다. 약을 더 멀리 확실히 뿌리기 위해 대포에 달린 소방호스를 사용해 약을 멀리 날렸다. 막 가려고 하던 차에 저 멀리서 50대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아주 격하게 손을 흔들어댔다. 순간 기분이 좋았다. 나는 ‘여기도 해주세요’라고 알아들었다. 그런데 손을 더 격하게 흔들며 우리가 있는 쪽으로 아주 급하게 뛰어오셨다. 우리를 향해 모자를 던지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그리고는 생전 처음으로 초면인 사람에게서 육두문자를 들었다. ‘내려봐 이 개○○들아’. 굉장히 무서웠다. 싸움에 휘말릴 수 있겠다 라는 상황을 처음 맞닥뜨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일단 한대 맞을 각오로 아저씨를 타일렀다 그리고 대화했다. 그제서야 아저씨 목소리 속에서 화가 아닌 슬픔을 들었다.
목소리가 겁먹은 아이처럼 떨렸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양봉을 하시는 분이였다. 그리고 방역약은 벌한테 아주 치명적이다. 자기의 생계수단의 위협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작년 양봉사업을 화재로 잃어 버린 아저씨에겐 그 상황이 긴박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였다. 다행이 양봉에는 문제가 없었다. 약이 그곳까지 닫지 않았다. 아저씨와의 일을 마무리 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복잡미묘한 감정이 솟구쳤다. 상황은 잘 마무리 되었지만 사회복무요원인 내가 지금 하는 이 일들이 정말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일을 맡고 있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특별한지 알수 가 없었다.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사무실에 들어와 생각없이 컴퓨터에 앉아서 자료를 검색하던 도중에 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에서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통계를 보게 되었다. 매년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종(Specie)이 바로 모기라는 것이다. 순간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나는 인간 생명의 가장 치명적인 천적인 모기를 퇴치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놀라운 의학연구를 접하였다. 그 연구에는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사람의 수명을 급속도로 증가시킬 수 있었던 가장 주된 원인을 의학(Medical) 기술의 발전이 아닌,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되었던 감염성 질병을 잘 대처할 수 있는 위생적 기술의 발전이라고 하였다. 그리곤 주된 발전의 원인을 감염성 질병 확산의 매개체인 오물과 폐수 들을 관리하는 화장실 시스템과, 모기와 같은 유충들을 제거하는 기술들 덕분이라고 서술했다. 즉, 내 미션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뛰었다. 누군가에게 ‘네가 하는 일이 참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말을 들어서도 아닌 ‘감사합니다’라고 들어서도 아닌, 그저 ‘내가 하는 일이 도움이 되는 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슴뛰게 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이 날은 무슨 날이였긴 했는가 보다. 그날 오후 방역을 하는 도중 가계 아저씨가 차 문을 두드리며 “아이고 더운데 고생 하시네!”라고 말하시며 창문넘어 음료수를 주셨다. 격한 감사함에 잠시 쉬어 갈까 해서 운전 주무관님과 잠시 내렸다.
아저씨께서 말씀하셨다. “혹시 몇급 공무원인가? 8급? 7급? 굉장히 젊네!”내가 말했다. “저는 사회복무요원입니다.” 그리곤 그가 말했다. 와~ 멋지네 멋져! 복무요원이 이런 일도 하고! 여수시를 위해 일하는데 공무원도 맞는 말이지. 안 그래?”. 가슴이 벅찼다. 그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 힘든 방역을 다 마치고 보건소로 복귀할 때까지 벅참에 조용히 하고 있는 내 눈을 보며 운전 주무관님이 이야기 하셨다.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누구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가장 외롭지만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그 일을 함에 있어서 자기 자신을 외롭게 만들지 아니면 아름답게 만들지는 그저 그 일에 깃들어진 큰 사명감을 인지하고, 얼마나 즐겁게 일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아름답게 만들수만 있다면 언젠간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를 사람들이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네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Mosquito Philosophy : 모기 잡는 “사회복무요원”
그 순간 깨달아 버렸다. 내가 왜 그렇게 그 사회복무요원을 부러워했는지 말이다. 그때는 그가 하는 일이 나보다 더 사람들에게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는“내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꽃이라면 내가 그들에게 거름이 되어 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내가 미칠듯이 부러워한 이유는, 그가 하는 일이 내가 하는 일보다 더 보여지기 때문도, 더 영역적으로 특별하기 때문도,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그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맡은 일 속에 깃든 아름다운 가치를 찾아내어 언제나 남을 위해서 일하며 스스로를 빛내는 진정한 사회복무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던 나는, 사회가 주는 편견과 기대에 휘둘려 사회복무요원의 진정한 또 다른 이름을 잊어버리고 있을 때 그는 그 참된 이름을 스스로 찾아내고 기억해내며 나아가는 모습에 무뎌져 있던 나의 마음이 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지금은 나도 정말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나의 일이 특별한 이유는 특별한 영역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내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찾아내고 인지 했기 때문에 그 특별함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은, 나만 특별한 것이 아닌 사회복무요원들이 하는 모든 일들이 특별한 것이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가 ‘사회’를 위해서 ‘복무’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다. 단지 우리가 일하고 있는 영역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 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더욱 특별해 진다.
모든 일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는 것 같다. 일을 행함에 있어서 확연히 보여지고 들어나는 일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 들과 많이 접하고 일의 결과가 확연하게 들어나는 일들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일들도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지만 아주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방법을 가지고 사람들을 위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영역도 있다. 나 또한 아주 특별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이다.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은 잘 모른다. 보이지 않아서 때로는 인정 받지도 못한다. 그렇다. 그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잘 안다. 나도 그래왔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사회를 지탱해 주는 한 기둥임을 인지하기에, 내가 방역을 하고 있다는 영역적인 특별함 때문이 아닌 사회복무요원 그 자체가 주는 특별함에 감사하며 일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의 참된 의미를 다시 얻을 수 있음에 기쁘다. 들리십니까? 나도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메르스가 한국을 덮은 이 시간에도 나는 여전히 방역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분명 사람들은 보이는 것으로 평가할 것이다. 내가 미션을 수행을 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만 평가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더라도 그 일에 깃든 ‘남을 위한 봉사’의 가치를 찾아내어, 그 가치를 가지고 묵묵히 즐겁게 일하는 것이, 그 가치가 주는 짜릿함에 일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내가 지금까지 적은 이 글은, 나의 보이지 않은 영역을 알아달라는 탄원서도, 시간이 남아서 생각없이 나열해 보는 경험담 에세이도 아니다. 그저 보이지 않는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사람들과,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일을 함에 있어서 얻는 즐거움과 감사함에 겨운 나의 소리침이다. 지금도 여러 곳에서 남을 위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자기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을 너무나도 멋진 사회복무요원들의 어깨를 잠시나마 두드려 “나도 함께하고 있다”라고 얘기해 주고픈 마음이 담긴 작은 격려이다. 그리고 복무 기간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힘찬 발걸음이다. 나의 소리침이 특별함을 찾지 못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들어 할 많은 이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고 그들이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작은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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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청춘예찬 원문보기 글쓴이: 굳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