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생명이 살아가는 데는 그것을 위협하는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물고기에게는 그물과 낚시가 덫이 되고, 사람에게는 남을 헐뜯는 말과 교활한 꾀가 덫이 되기도 한다. 짐승에게는 목숨을 앗아가는 함정과 올가미가 있으며, 남북으로 갈라진 휴전선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지뢰가 묻혀 있다.
사람이 두려워하는 생명의 덫 가운데 하나는 암이다. 한때 암은 불치의 병으로 여겨졌지만,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이제는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암은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만, 일찍 발견하면 그 위험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나 역시 그 덫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했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한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두려워지는 것 가운데 하나가 외로움이라고 한다. 친구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어느덧 혼자 남게 된다. 마음을 나눌 사람도, 말 한마디 건넬 이웃도 없이 쓸쓸히 지내다 보면 외로움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된다. 문득 외로움에 관한 한 일화가 떠오른다.
한 노인이 외롭게 살고 있었다.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레이니 씨는 임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 에모리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걸어서 출퇴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 혼자 지내는 노인을 만났다. 이후 그는 퇴근길에 노인을 찾아가 말벗이 되어 주고, 함께 커피를 마시며 정을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이 보이지 않아 찾아갔더니 전날 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레이니 교수는 곧장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조문했다. 그곳에서 유족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건네받았다. 놀랍게도 그 노인은 코카콜라 회장을 지낸 인물이었다.
편지에는 노인이 자신에게 외로움을 잊게 해 주고 따뜻한 우정을 나누어 준 레이니 교수에게 막대한 유산과 코카콜라 주식의 5퍼센트를 남긴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노인은 재산보다 더 소중한 것이 사람의 정과 우정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레이니 교수는 자신에게 남겨진 막대한 재산을 개인의 부를 위해 쓰지 않고, 자신이 몸담은 에모리대학교의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훗날 그는 그 대학의 총장까지 지냈다. 한 사람의 따뜻한 관심이 외로운 노인의 삶을 위로했고, 그 선의가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일화를 떠올리니 군 복무 시절의 기억도 되살아난다. 작전이 있을 때면 며칠씩 산속에서 방어 진지를 구축하며 훈련하곤 했다. 간혹 멧돼지를 잡기 위해 파놓은 덫을 발견하기도 했다. 땅을 깊숙이 파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꺾어 덮어 놓은 함정이었다. 멧돼지가 지나가다 빠지면 제 힘으로는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우리는 그 덫을 발견하면 그 위에 거적을 덮고 잠을 자며 훈련했던 기억도 있다.
삶에는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덫이 곳곳에 놓여 있다. 어떤 덫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어떤 덫은 마음을 병들게 하며, 또 어떤 덫은 외로움과 절망 속에 우리를 가두기도 한다. 그러나 시련을 기회로 삼으라는 말처럼, 덫에 걸렸다고 해서 삶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 안에서 벗어날 길을 찾고 한 걸음씩 나아가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삶의 덫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덫에 걸렸다는 사실보다 그곳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 하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어려움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시련은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오늘도 삶의 덫을 넘어 희망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