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더 이상 특수한 사람에게 국한된 정신질환이 아니다. 학교 성적이나 입시 부담에 시달리는 중고생, 상시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는 직장인, 주부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사회의 치열해진 경쟁 풍토가 낳은 부산물이다.
내년부터 모든 국민이 매년 정기적으로 정신과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정신과 검진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민영의료보험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신질환자에 대한 분류 기준이 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정신건강증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벼운 우울증이나 아동기에 많이 걸리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장애, 공황장애 같은 가벼운 질환은 정신질환 범주에서 제외키로 했다.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 중 정신보건 전문가가 일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사람'으로 한정된다. 환각·환청·망상 증상을 보이는 중증 정신질환자만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정신질환자의 규모가 519만명(지난해 기준)에서 3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은 환자 상태를 감안하지 않은 채 정신과 의사와 상담만 해도 정신질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낙인효과 때문에 진료기록이 남는 것을 꺼리는 환자들은 정신과 치료를 기피해왔다. 국내 정신질환자 중 전문가의 상담·치료를 받은 비율은 15.3%로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의료법을 비롯한 70여개 법령은 정신질환자의 취업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또 정신과 약을 복용해도 민영의료보험은 사실상 가입하기 어렵게 돼 있다.
정부는 또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정신건강 검진을 하기로 했다. 현재는 만 40세와 66세에 실시하는 '생애 전환기 검진'의 우울증 검진이 유일한 정신과 검진이다.
내년부터 취학 전 아동의 경우 연 2회, 초등학교 2회, 중·고등학교 1회, 20대 3회, 30대 이후 연령대별로 2회씩 검진을 받도록 했다. 진학과 입대, 취업 문제로 정신질환이 많이 발병하는 20대의 경우 검진 횟수를 연 3회로 늘린 게 특징이다.
우편으로 각 개인에게 정신과 검진에 필요한 자료를 보낸 뒤 이를 통해 검사하기 때문에 거부할 수도 있다.
이민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축소하고 검진 대상을 확대하면 신경증, 적응장애, 공황장애와 가벼운 우울증 환자 및 스트레스와 연관된 장애 환자들의 정신과 치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http://media.daum.net/society/clusterview?clusterId=605079&newsId=20120624214906314&t__nil_news=uptxt&nil_id=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