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이 하느님의 어린양을 노래하는 동안 사제는 축성된 빵을 쪼개고 작은 조각을 떼어 성작 안에 넣은 다음,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고 구원을 얻도록 속으로 기도하며 준비합니다. 미사 경본에는 두 개의 기도문이 제시되어 있고, 사제는 둘 중 하나를 바칩니다.
①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께서는 성부의 뜻에 따라 성령의 힘으로 죽음을 통하여 세상에 생명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이 지극히 거룩한 몸과 피로 모든 죄와 온갖 악에서 저를 구하소서. 그리고 언제나 계명을 지키며 주님을 결코 떠나지 말게 하소서.
②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이 제게 심판과 책벌이 되지 않게 하시고 제 영혼과 육신을 자비로이 낫게 하시며 지켜 주소서.
두 기도문 다 중세 전례문에서 유래하는데, 공의회 이전 경본에 수록되었다가 약간의 수정을 거쳐 현행 미사 경본으로 이어졌습니다.
첫째 기도문은 장엄하고 공식적인 어조로 시작하여, 주님의 기도와 그 후속문에 나오는 청원과 같은 맥락에서, 영성체를 통해 죄와 악에서 지켜 주십사 기도합니다. 기도문은 사제의 삶 모든 순간에 주님과 일치되어 있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마치는데, 그 방법이 아주 구체적입니다. 언제나 계명을 지키는 것, 그것이 주님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확실하고 안전한 길입니다.
두 번째 기도문은 첫 번째 기도문보다 더 단순하고, 영성체에만 집중합니다. 이 기도문에는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부당하게 주님의 빵을 먹거나 그분의 잔을 마시는 자는 주님의 몸과 피에 죄를 짓게 됩니다. 그러니 각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 보고 나서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셔야 합니다. 주님의 품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1코린 11,27-29).
이 전례문들은 사제가 영성체를 준비하며 혼자 바치는 개인 기도입니다. 사제가 기도하는 동안 신자들도 침묵 가운데 기도하면서 같은 준비를 합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84항). 이 순간은 미사를 거행하는 사이사이 들어있는 침묵의 자리 중 하나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품위를 지키며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전 예식들, 곧 사제가 축성된 빵을 쪼개고, 작은 조각을 성작에 넣는 예식, 교우들이 하느님의 어린양을 노래하는 예식을 적절한 시간 안에 잘 마무리하고, 사제가 영성체 준비 기도를 하는 동안 교우들도 침묵 중에 함께 기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제가 바치는 이 기도는 사제의 개인 기도라서 소리 내어 바칠 수 없지만, 그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워서 교우들도 알고 있으면 각자의 영성체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