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무려 12시간을 잤다.
뭐가 그리도 피곤한지 깨도 금새 또자고...
백수생활이 힘들긴 힘든 모양이다.
잠이 보약은 보약인 모양이다.
학교도서관에서... 졸지도 않고 딴 생각도 안하고...
무려 두시간이나 열심히 공부했다.
아마, 올해들어 그런 적이 없지 않았나 싶다.
그 여세를 몰아 공부를 더 했으면 매우 훌륭했겠지만...
친구가 사주는 저녁을 먹으러 일산의 식당가로 향했고...
저녁을 먹은 후, 공부를 하러 학교로 돌아가자는 친구를 꼬셔서
파주로 쐈다.
파주...
경기도 북부에서 아버지가 곤란을 겪으신 적이 있어서...
그쪽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았다.
5년전 물난리가 났을 때 TV에서 물난리난 곳, 복구작업을 하는 모습 등등을 보고,
당시는 고등학교 졸업 후 2년도 채 안되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좀 팔팔하던 나는 복구작업에 동참하고 싶었다.
물난리도 꼭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만 타격이 되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복구작업에 내 조그만 힘을 보태고 싶었다.
당시에도 물난리가 난 지역은 경기도 북부였지만, 경기도북부사람들 미웠지만...
개인적인 감정과 물난리와는 별개의 상황이었고...
어떻게 하면 복구작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우리학교 동아리에서 파주에 봉사하러 간다고 하길래 따라가기로 했다.
기독교동아리라서 좀 싫긴 했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따라가긴 했는데...
의과대학 동아리에서 봉사를 간다는 것은 역시나 의료봉사의 수준이었다.
나는 뭔가... 힘쓰는 노가다를 하길 바랬는데...
의료봉사에 쭐래쭐래 따라간 예과2학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었다.
의료봉사 왔다길래 약이라도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번호표 나눠주는 일 정도?
그것도... 여러사람이 그짓을 동시에 하는 꼴이라니...
조금 짜증나긴 했지만...
(나는 좀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인력이란 말이다!)
별 수 없어 피해당한 사람들의 사정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간 산골짝은... 계곡이었는데,
떠내려온 나무에 집한쪽벽이 완전히 무너져있었다.
한밤중에 자던 중에 나무가 집을 덥치고 물살에 휘말려서,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딸은 몇 km를 쓸려내려가서 다행히 구조되었는데,
온몸에 쓸린 상처였다.
아버지는 어딘가가 부러져서 기브스를 하고 있었는데...
눈도 멍해보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집이 가장 산쪽에 붙어 있어서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은 거다.
정말 말도 안되는 것 같았다.
저렇게 밑바닥에 흐르는 물이 그 높이 있는 집을 덥쳤단 말이냐?
한편, 유리핀은 복구작업을 하겠다는 주제에 벌을 보고 피해다니느라 호들갑...ㅡㅡ;;
파주에는 또... 용미리라는 곳에 공동묘지와 납골당들이 많이 있다.
사랑하는 내 할머니의 분골이 모셔져 있는 추모공원이 있다.
할머니...
오늘은 용미리에 갔었다.
친구를 태운채로..
저녁 7시도 넘어서 도착했는데...
'추모의 집'은 저녁 6시까지만 참배를 허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냥 밖에서만 보고 돌아오는데,
차 더럽게 막히더라...
그 근처에 골프장이 많아서...
무슨 골프를 친다고 거기까지들 기어들어가서 내가 할머니 만나고 오는 길을 어지럽히는 것들이냐...
그런 환경파괴적인 오락은 없어져야 한다... 씨불씨불...
더군다나 목요일저녁에 그길이 왜 막혀야 하는데?
왕짜증이다.
목요일에 골프를 치는 던많고 할일없는 것들이 그렇게 많단 말이지...
바로 옆에 파주의 산골에서는 또 수재민들이 발생했을 텐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