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약을 인터넷에서 파는 게 낫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매출도 좋지 않은데... 약국 접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서울 구로구 Y약사는 최근 습윤밴드를 사러 온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경험을 소개했다.
Y약사 약국은 피부과 인근에 위치해 평소에도 피부와 관련된 약국 전용 화장품 등의 판매가 많은 곳이다.
이달 초 약국을 찾은 20대 여성은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은 뒤 약국을 찾아 약을 조제하고 습윤밴드 하나를 골랐다.
"이거 얼마예요?" 환자는 습윤밴드의 가격을 물었다.
약사는 "6000원입니다"라고 말한 뒤 함께 약 봉투에 습윤밴드를 넣어줬다. 하지만 가격에 놀란 환자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배송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니 약국에서 구입하려고 했던 건데. 도대체 약국에서 얼마나 남기는 거예요? 앞으로는 이 약국 안 올래요. 해도 해도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처방전 다시 돌려주세요."
약사는 겨우 환자를 설득해 조제 받은 약을 가져가게 했지만 환자는 약국을 나가면서까지 "이러니 약국이 필요가 없다는 소리가 나오고 편의점에서 약을 팔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겁니다."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 약사는 "당시 다른 환자들도 있는데 환자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너무 부끄러웠다"며 "환자에게서 편의점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니 뭔가에 맞은 듯 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초저가 판매를 하는 거 까지 약국에서 신경을 써가면서 다른 약국들 보다 싸게 파는 게 과연 옳은 걸지 모르겠다"며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의욕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구체적인 가격을 비교한 상품평들까지 올라와 있었다.
한 구매자는 '할인받아서 3통 8730원에 구입, 약국에서는 한 통에 6000원이나 하는데... 인터넷에서 사면 3통에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어서 완전 좋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구매자도 '약국에서 하나에 5천 얼마 하던데 훨씬 싼 거 같애요!!!'라는 상품평을 남겼다.
관악구의 J약사도 이와 관련해 "우리 약국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아이가 넘어졌다며 습윤밴드를 찾던 아이엄마가 '인터넷보다 훨씬 비싸군요'라며 '일단 급하니 하나 주세요'라고 하는 말에 불쾌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7월 일반약 일부가 의약외품으로 풀리며 이런 일이 더 빈번해 지는 것 같아 속상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http://www.kpanews.co.kr/article/show.asp?idx=132735&category=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