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6연속 금리 동결 3.5%와 일본 버블이 터지던 순간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원영킴 ・ 2023. 10. 19. 13:16
금리라는 게 보통 기축통화국인 미국을 어느 정도 따라갑니다만, 한국은 현재 왜 금리가 동결되고 있는 건지 궁금한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2022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증시에 큰 타격을 입혔다 보니 금리 동결을 호재로 보는 요상한(?) 시각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지금 한국은 금리를 '못 올린다'에 가깝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버블이 터지던 순간을 필수적으로 언급을 해야 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차트가?
일본 국민들은 모두 이것이 버블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나 같은 공무원도, 언론인들도, 정치인도 모두가 말이다. 그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니시무라 요시마사 (와세다 대학 경제학부 교수, 전 대장성 은행 국장)
1980년대 일본은 경제 성장세가 둔화됐습니다만, 돈이 흘러넘쳤습니다. 기업들이 일본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5.00%에서 2.50%까지 떨어뜨렸기 때문이죠. 주식은 불장을 맞이했습니다.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자본이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개미들은 물론 거대 자본인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자유롭게 뛰어들다 보니 주식은 불장을 맞이했고 기업들은 더욱 큰 대출을 내어 주식에 투자하기에 이릅니다. 1985년 투금계정 (기업들이 주식 투자하는 계좌)의 잔액은 9조엔, 1989년에는 40조 엔까지 부풀었으니 주식은 뛸 수밖에요. PER이 67을 찍었고 (미국은 25가 넘어도 거품으로 봅니다)
그리고 현금이 시장에 날뛰면 주식과 함께 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이죠.
"오르긴 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일본인들의 광기 앞에 기업과 개인 모두가 대출 경쟁을 벌이며 부동산을 사들였고 매수한 부동산을 담보로 다른 부동산을 다시 사들이고 그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또 그것을 담보로 더 큰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이며 부동산 광풍이 휘몰아칩니다.
이때 당시 LTV(담보 인정 비율)는 200%에 달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가진 아파트 가격이 10억이라면 20억까지 대출이 나온다는 소리죠. 도쿄 지가는 광풍이 몰아치던 1981년부터 1990년까지 5배 이상 상승합니다. 신바시, 아사쿠사 등의 도쿄 메트로 긴자선 연선 지역은 10배, 아오야마는 15배나 부동산이 폭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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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을 살펴봅시다.
서울 20년간 5배
일산 지난 10년간 3배
한국은 LTV가 60~70%에 불과한데도 서울의 지난 20년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도쿄의 버블 시절과 비슷하죠. 이건 한국의 전세 문화와 매우 연관이 깊은데, 사실상 아파트를 담보로 70% 대출을 받고 80% 정도 전세가로 책정한다면 LTV는 150%를 받아 갭투자가 가능한 것입니다.
때문에
역전세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습니다. 갭투자에 레버리지로 활용된 사람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죠.
지금 금리를 조금 더 올렸다가는, 저금리에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채무 부담은 막중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부실채권이 쏟아지며 골로갑니다. 이건 개인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출 규모가 큰 기업,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이 더 위험합니다.
금리를 올리는데 기업들은 대출을 더 받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부채 상환능력 지표인 DSR을 살펴보면, 한국 기업들의 대출 상환능력은 코로나 이후 더 떨어졌는데 말입니다. (DSR은 높을수록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표입니다)
80~90년대 자산 시장 광풍이 버블이라 판단한 일본은 89년부터 3%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새로 만들고 동시에 금리까지 올려버립니다. 88년 9월부터 90년 말까지 2.5%이던 금리를 6%까지 급격하게 스텝을 밟아버린 것이죠. LTV도 70%로 다시 제한해버리고, 현금 유동성은 메말라버립니다.
금리를 올렸다며 야쿠자들은 쉽게 큰 대출을 내주었던 일본 은행원 2명을 살인을 저지르며 보복했고, 홋카이도의 대표은행 타쿠쇼쿠 은행이 파산, 대표 증권회사인 야마이치 증권도 파산합니다.
높아진 금리로 막대한 이자를 물던 기업들은 돈을 못 갚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회수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재대출을 내줍니다. 기업이 파산하면 빌려준 돈은 영영 받지 못하기 때문이죠.
당장 부실채권이 늘어납니다만, 어떤 기업 하나가 무너지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지금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리가 말이 3.5% 이지 2022년부터 금리가 7배 늘어난 겁니다. 일본이 인상했던 금리인 6%보다 낮습니다만 종전 금리가 2.5%였죠. 일본은 2.4배가량 금리를 올리고 버블이 터져버렸고, 한국은 7배를 올렸습니다.
일본의 파탄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기가 94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88년부터 90년 말까지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약 4년의 기간 동안은 기업들이 그토록 빠른 속도로 무너질 줄은 아무도 상상을 못 했던 겁니다.
한국도 앞으로 5년이 향후 50년을 좌지우지할 고비라고 봅니다. 일본보다 버블의 크기가 크지는 않다고 보입니다만, 동시에 전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저출산을 기록하고 있고 갭투자로 인한 전세 파탄의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한국은행 6연속 금리 동결 3.5%와 일본 버블이 터지던 순간|작성자 원영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