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지구가 둥글단 증거가 많이 밝혀졌지만 예전에는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는 사람도 많았다.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단 걸 어떻게 알아냈을까. 1519년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세계 일주에 성공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지구를 제대로 한 바퀴 돌아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는 사람도 많았다.
18세기 초 조선에서 만들어진 ‘천하도’라는 지도를 보면 세상의 모습이 넓고 편평한 원반 모양이다. 이를 통해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편평하다고 생각했으리란 걸 알 수 있다. 천하도는 그 당시 알려진 세상 전체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지도에 그려져 있는 땅과 바다의 모양, 지도에 표시된 나라의 이름과 위치도 모두 실제와는 다르다. 천하도는 전설이나 다른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세상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 지도이다.
옛날 사람 모두가 지구는 편평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2400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집트에서 잘 보이는 별이 훨씬 북쪽에 있는 다른 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런 일은 땅이 공 모양으로 휘어져야만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또 월식이 일어날 때 지구가 달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둥근 모양인 걸로 보아 지구가 공 모양일 거라고 추측했다.
약 100년 후 학자들은 공 모양을 가진 지구의 크기를 아주 정밀하게 잴 수 있게 되었다. 철학자 에라스토테네스는 당시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갖고 있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관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이집트 남쪽 끝의 아스완이라는 도시에 관한 신기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 도시에는 깊은 우물이 있는데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인 하짓날 정오에 이 우물 안쪽을 들여다보면 그 우물에는 전혀 햇빛이 들지 않고 깜깜하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과 우물이 뚫린 방향이 완전히 같아서 햇빛이 우물을 보는 사람으로 완전히 가려지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에라스토테네스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지내던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하짓날 정오에 햇빛이 어떻게 비치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당시 땅의 크기를 정밀하게 재던 전문가에게 그림자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술자는 땅 위에 곧은 막대기를 하나 세우고 그림자의 길이를 쟀다. 하짓날 정오의 알렉산드리아에 비치는 햇빛이 막대기와 이루는 각도는 약 7이었다.
에라스토테네스는 이 사실을 통해 지구의 중심에서부터 알렉산드리아와 아스완에 각각 선을 그으면 두 선이 이루는 각도도 역시 7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각도와 알렉산드리아에서 아스완까지의 거리를 안다면 지구의 둘레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에라스토테네스가 계산한 지구의 크기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값과 고작 2%밖에 차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확했다. 이렇듯 에라스토테네스는 막대기 하나로 지구의 크기를 알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