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60) - 국제걷기에서 만난 사람들
국화향기 그윽한 계절, 곳곳에서 가을축제가 한창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한국체육진흥회와 송파구가 주최하는 국제걷기대회도 그 중의 하나, 10월의 마지막 주말을 걷기 동호인들과 함께 즐겼다. 국제친선의 밤으로 열린 전야제를 시작으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진 걷기행사의 개요를 소개한다.
10월 26일(금) 저녁 6시 반, 을지로 5가에 있는 서울동대문 라마다 호텔에서 국제친교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일본과 러시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과 국내동호인들 100여명이 함께 한 친교의 자리다. 지난 3월의 제주일주 국제걷기행사, 7월의 블라디보스토크 인삼걷기행사 등에서 만난 얼굴들이 반갑고 한 동안 뜸하던 이들과의 재회도 뜻깊다.
걷기행사의 전야제로 열린 국제친교의 밤 공연 모습
10월 27일(토) 오전 9시, 송파구장지동 가든파이브 광장에서 제24회 국제걷기대회 개막행사가 열렸다. 개막식에 앞선 식전행사가 분위기를 돋우고 어린이로부터 청장노년에 이르는 참석자들의 모습이 활기 있다. 개막행사에서는 2021년에 세계시민스포츠연맹이 주관하는 국제적 스포츠행사를 서울에 유치한 것을 기리며 참가자 모두 즐겁고 행복한 걷기에 동참한 것을 환영하였다. 이와 함께 걷기에 열심인 동호인들을 격려하는 메달을 여럿 달아주었는데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 광장에서 열린 걷기힝사 개막식 장면
걷기는 5km, 10km, 25km, 42km 중에서 자유선택, 나는 25km 걷기행렬에 합류하였다. 강남구 세곡동과 성남시 서울공항을 지나 탄천을 따라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약 6시간 코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가 걷기에는 쾌적하여 걸음에 힘이 붙는다. 주변의 곱게 물든 단풍이 아름답고 바람을 가르며 천변을 달리는 자전거 행렬이 멋지다. 오후 4시경, 열심히 걸어 골인하니 체육진흥회 선상규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박수로 무사완주를 축하해준다. 속속 들어오는 건각들의 발걸음이 씩씩하고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봉사자들의 손길이 부산하다. 더러는 행운권이 당첨되어 푸짐한 상품을 받기도.
단풍이 아름다운 세곡동 길
오후 5시에 일본 및 러시아 참가자들과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이 호스트다. 같은 식탁에 앉은 일본여성들 중 몇 분이 초면이다. 호놀룰루 마라톤에 참석한 역전의 용사들이라는 소개,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달리고 걷는 모습이 보기 좋다.
10월 28일(일), 아침부터 비가 내린 탓인지 전날보다 참가자가 적다. 다행히 출발시간에는 비가 그치고 약간 쌀쌀한 날씨, 장지동을 출발하여 탄천을 지나 한강을 끼고 올림픽공원을 따라 걷는 코스다. 참가자들과 한데 섞여 나누는 대화가 즐겁고 풍광이 아름다운 강변 길이 운치 있다. 잠실의 롯데월드를 지나며 한 컷, 곁에 걷던 가족이 덩달아 스마트폰을 내민다. 가족 앨범에 담을 즐거운 추억이어라.
둘째 날 출발에 앞서 몸 풀기, 평소에도 몸 관리 잘하자
이틀간의 걷기가 끝나고 오후 4시 반에 외국참가자들을 위해 치킨 파티를 연다는 선상규 회장의 귀띔, 모처럼의 서울나들이 기회라 선약이 있어서 같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함께 걸은 동호인 여러분, 다음 기회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 걷기에 동참한 여러 분들이 제주도와 블라디보스토크, 닛코 걷기의 기행록을 잘 읽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 중의 하나, ‘교수님, 기행록 잘 보았습니다.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네요. 교수님 믿고 이번에는 메모도 하지 않았어요.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호인의 메시지, '짧은 만남인데도 반갑고 좋았습니다. 건강 유지하시는 모습 뵙고 많이 반성하였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자주 뵙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고바야시 가츄이치 씨가 3주 전 일본 걷기 때 최종도착지인 닛코의 동조궁(東照宮,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당과 묘소가 있는 곳)에서 살핀 도쿠가와의 유훈(遺訓) 전문을 한글로 번역하여 건네준다. 이를 덧붙인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 부자유를 일상이라고 생각하면 부족함이 없다. 마음에 욕심이 생기면 곤궁했던 때를 생각하라. 참을 인(忍)은 무사 장구의 원천, 분노는 적이라고 생각하라. 승리만 알고 패배를 모르면 그 해는 자신에게 미친다. 자신을 탓하고 남을 탓하지 말라. 모자라는 것은 지나친 것보다 낫다.’
옆에서 걷던 나카니시 하루요 씨가 거든다. 닛코에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는 시신을 옮겨 간 것이 아니라 유물만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후손들은 시즈오카(나카니시 씨가 살고 있는 도시로 도쿠가와의 생장지)의 묘소(?)에서 해마다 추모제를 지낸다. 선상규 회장의 논평, ‘고려 말 공양왕의 묘소가 삼척과 경기도 양쪽에 있는 것과 같은 상황, 어느 한 쪽이 옳다고 우길 일이 아니다.’ 명쾌한 변론, 솔로몬의 지혜가 따로 없도다.
밝은 표정의 식사 자리, 뒷편 4명의 여성이 풀 코스 마라톤도 뛴 건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