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노조가 경찰총기휴대를 막아? -경찰노조의길18-

[경찰개혁연대]

경찰노조가 경찰총기휴대를 막아?

-경찰노조의 길 18-

문 성 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일선경찰에 따르면 순경 경장 경사계급, 그것도 파출소나 지구대 근무자들만 권총을 휴대한다. 서단위에선 강력팀 직원들만 휴대한다. 과거 파출소장과 지구대장도 권총을 휴대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2~3일간 실시하다 그만 두었다. 그런데 파출소장이 권총을 휴대하지 않게 된 이유가 가관이다. “관내순찰하다 주민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게 이유였다. 파출소장과 단둘이 소내근무하다 칼을 휘두르며 대항하는 흉악범을 만나면, 총을 휴대하지 않는 파출소장은 어떻게 대처할까? 물론 cctv가 인명을 보호해주진 않는다.

법원판례를 보면, 경찰의 총기휴대 근무가 과연 가능한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총기사용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인명살상 무기므로 마땅히 그래야 한다. 어쨌든 일선경찰은 눈앞에서 강도가 칼을 휘두르고 대항해도 총을 쏘기는 커녕 도망가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 비간부는 긴급체포권도 없으면서, 긴급체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면 고시출신 조현오청장이든 경찰대 출신 간부든, 범죄현장에서 총을 쏴볼 근무경험조차 없다. 이들의 총기사용권장 지시에 일선경찰은 콧방귀만 뀐다. 파출소와 지구대 직원들은 총기휴대를 본인들 자유재량에 맡겨달라고 한다. 이미 영국경찰이 그렇게 하고 있다. 어차피 조직이나 법에서 보호해주지 않는 총을 벗어던지고 싶어한다. 현장경찰들 목소리이다(chadorii.com 2003.4.27. 게시글)

영국경찰은 어떤가? “경찰관은 모두 비무장이 원칙이고 순찰도 경찰봉만으로 수행한다. 범인체포에 수갑을 사용하지 않으며 특별히 지명된 자 외에는 총기휴대가 금지된다.”(브리태니커사전) 지금도 경찰봉, 페퍼스프레이, 거친 훈계 목소리 등이 고작이며, 잘해야 총 대신 테이저건이다. 그런데 2009년 총기전담경찰부대인 CO19(1966년 창설) 측은 브릭스턴, 해린지, 토트넘 등 우범(?)지역에서 조폭들을 제압한다는 명분으로 일상적인 순찰 업무에 총기를 소지하도록 하는 전례 없는 최초의 실험을 시작한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신고된 사건에 국한하여 무장경찰을 내보냈다.

마침내 2011년 8월 두간이라는 청년이 ‘정지수색’ 불심검문 도중 바로 이 무장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진다. 그리고 영국 전역을 휩쓴 도시폭동의 신호탄이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에선 극히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이루어진 경찰총기휴대조차도 논란이 뜨겁다. 당시 사망한 청년은 총은 가지고는 있었지만 전혀 쏘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본토(잉글랜드와 웨일즈) 15만여 경찰 중 6,868명만 총기면허가 있으며, 3만 3천여 명에 달하는 런던자치경찰 중에선 고작 2,700여 명만 총기면허가 있다(2009년). 이들도 미국경찰과 달리 일상적 경찰활동에서는 총기를 휴대하진 않는다.

영국경찰노조는 1995년 조합원대상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전경찰이 사실상 경찰노조 조합원인데 당시 60%인 7만3천여 명이 응답하였다. 경찰총기휴대 반대가 79%, 그렇지만 사격훈련은 필요하다는 게 40% 나왔다. 전경찰 총기휴대 정책이 결정되어 시행된다면, 43%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수용하겠다, 반면 6%는 경찰직 사표를 내겠다고 응답하였다. 지금도 80% 이상 경찰총기휴대를 반대한다. 경찰총기휴대는 시민들은 물론 경찰관 자신의 안전에도 결코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논쟁이 생길 때마다 경찰노조가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1900~2006년 106년 동안 영국경찰이 총격으로 사망한 것은 67명에 지나지 않는다(북아일랜드 제외). 우리나라는 오히려 이보다 적다.

미국은 헌법상 일반 국민들에게 총기소지가 보장되어 있으나 그만큼 일상적으로 총기범죄가 발생할 위험이 크며 실제로 그렇다. 영국과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일반인 총기소지가 금지되어 있다. 조현오청장의 총기사용 권장지시는 이를 무시한 것일뿐더러 현장실정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영국과 달리 왜 우리나라는 현장과 괴리된 경찰정책들이 활개를 칠까? 핵심은 경찰노조 유무이다.

<노동과 세계>에 게재 예정입니다.  8일 초고를 넘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