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은 사람의 많고 적음만 다르지 비슷한 원리가 작동된다. 리더가 구성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려고 할 때 관계가 삐걱거린다.
"우리가 원하는 진짜 어른은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볼 수 있다고 믿고, 자신들이 모르는 걸 우리가 알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_112쪽
진짜 리더는 구성원들을 믿고 신뢰하며 인정하는 사람이다. 직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믿고 인정할 때 리더십이 작동된다. 자발적 참여는 조직에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배우려고 하고 경청하려는 자세는 리더십을 강화시킨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목소리에 힘이 생기게 한다. 리더십의 역설이다.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페인트』는 아이가 부모를 선택한다는 가상의 소설이다. 『페인트』는 '부모를 인터뷰한다'라는 영어 발음인 parent's interview에서 가지고 왔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도 기르는 것도 기피하는 시대에 국가가 부모가 외면한 아이들을 관리하고 일정한 나이에 이르렀을 때 부모가 될 만한 사람들을 엄격한 면접 과정을 통해 매칭시킨다는 이야기다. 있을법한 이야기다.
초저출산 시대에는 아이 한 명 당 국가에서 지급되는 혜택이 늘어날 것이다. 국가가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슬로건도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앞으로 미래도 그렇지 않을까? 『페인트』에서는 아이 한 명을 입양하는 대가로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엄격한 부모 면접 과정인 페인트를 감수하고서도 입양하고자 하는 어른이 줄을 잇는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페인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사랑을 넘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맨날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 아니 아이를 양육하면서 웃는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직접 낳고 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다워지라고 말한다. 부모 공부를 한다고 해서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부모는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되어 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누구는 되어 가는 것이 더딜 수가 있다. 과정 속에 힘듦이 더 많이 새겨질 수 있다. 부모가 되어 아이를 가르치려 하기보다 차라리 아이와 함께 놀고 즐기는 것이 부모 되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아이는 도구가 아니다. 대리 만족의 대상이 아니다.
관리자가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관리는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된다. 관리자는 시스템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관리자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진작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관계다. 리더십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성장도 관계가 좌우한다.
부모 되어 가는 것, 리더 되어 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관계의 어려움 때문이다.
『페인트』에서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듯이 학교에서도 교직원들이 학교 관리자를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