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단, 이차전지 기업 '북적'…1만 가구 수변도시 탄력
"새만금이 미래의 땅이라고요? 아니요, 새만금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새만금 국가산단을 소개하는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청이 새만금으로 온 2013년부터 기업 유치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이 마침내 빛을 발했다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5월31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국토교통부 출입 기자단과 함께 국정과제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최근 산단 내 공장을 준공한 이차전지 기업 이피캠텍과 인근 '남북도로', '수변도시'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새만금 국가산단에 입주한 이차전지 기업 이피캠텍 공장 전경 / 사진=새만금개발청
새만금, 이차전지 기업으로 '북적'
이날 현장 점검은 전북 군산 새만금개발청에서 시작했다. 김규현 청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새만금을 소개했다. 새만금은 총 409㎢ 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지역이다. 2050년까지 4단계에 걸쳐 개발하며 총사업비는 22조8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국가산단은 18.5㎢ 규모로 조성된다. 총 9개 공구 중 1·2공구가 조성 완료됐고, 5·6공구가 연내 완료될 예정이다. 현재 34개사가 임대, 29개사가 분양 조건으로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
김규현 청장은 "작년 5월까지 9년간 전체 면적의 25%를 겨우 팔았는데, 최근 1년 만에 거의 다 계약을 체결해 남은 땅이 없다"며 "매립 예정 용지를 예약하겠다는 문의도 빗발친다"고 최근 상황을 소개했다.
실제 작년 4월까지 입주 계약 체결 건수는 33건으로 1조4740억원 규모에 그쳤다. 이후 지금까지 1년간 28건의 계약이 추가로 체결됐고, 이들 계약 규모는 4조1760억원에 달한다. 지난 4월 투자협약을 체결한 LG화학·절강화유코발트를 포함한 수치다.
투자 열기를 견인한 건 이차전지 기업들이다. SK온·에코프로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고, 양극재·음극재·전해액 등 이차전지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기업들이 골고루 입주했다.
새만금을 소개하는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 사진=새만금개발청
입주 기업이 홍보대사 자처…새만금 매력은
이날 시운전 중인 공장을 공개한 이피캠텍 역시 이차전지 기업이다. 이피캠텍은 리튬전지 등의 제조기업이다. 지난 4월 이차전지 기업 중 처음으로 산단 내 공장을 준공했으며 오는 10일부터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
푸른 잔디밭을 앞에 둔 공장은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다. 4층부터 1층까지 탑다운 방식으로 공정이 진행되는 탓에 높이가 36m에 달한다. 처음엔 액체였던 전해질이 가공 과정을 거쳐 1층에 도착하면 가루가 된다. 이를 선별해 포장하면 작업이 종료된다.
이피캠텍 공장 내부 / 사진=이하은기자
이피캠텍 측은 새만금의 넓은 토지와 세금 감면 혜택, 신속한 인허가 등으로 빠르게 공장을 신설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이 종료되면서 세금 혜택 또한 완료될 전망이었는데, 새만금청은 오는 6월 중 이를 대체할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추진 중이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하나둘 새만금에 입주하면서 운송 시간·비용도 크게 절약했다. 이에 밸류체인 완성을 위해 다른 기업에 입주를 권유하는 등 새만금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중이다.
이성권 이피캠텍 대표는 "전에는 울산이든 포항이든 협력 업체를 따라가야 했는데 이젠 새만금에 모이면서 물류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최종적으로 배터리팩을 만드는 대형업체가 유치될 수 있도록 새만금청과 함께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수변도시 전경 / 사진=이하은기자
1만 가구 '스마트 수변도시'도
새만금에 공장만 들어서는 건 아니다. 2권역에 자족 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를 목표로 '스마트 수변도시'를 추진 중이다. 이달 말 매립공사가 완료되면 1만1000가구를 수용하는 6.6㎢ 규모의 도시로 첫발을 내디딘다.
국가산단에서 차로 30분 이상을 달려 도착한 수변도시는 매립공사 마무리가 한창이었다. 매립은 제방을 쌓아 물막이 공사를 진행한 뒤 물이 빠지면 인근 강에서 공수한 매립토를 채우는 식으로 진행된다. 현장 곳곳에서 굴착기 여러 대가 운행 중이었다.
바다 한가운데 펼쳐진 부지는 한참을 둘러봐도 끝을 모를 정도로 넓었다. 아직 기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다소 삭막한 모습이었다. 내년 토지 분양에 나설 예정인데 도로, 철도 등이 계획 단계라 앞으로 거주 환경이 우려되기도 했다.
새만금 남북도로 전경 / 사진=새만금개발청
부지 너머로는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새만금 남북도로가 보였다. 오는 7월 개통 예정으로 이미 운영 중인 동서도로와 함께 새만금의 교통을 책임질 예정이다. 아치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라 '리버스아치교'라고 불리는 만경대교도 멀리 눈에 들어왔다.
김규현 청장은 분양 완판을 자신했다. 국가산단에 쏟아진 이차전지 기업들의 호응에 힘입어 최첨단 스마트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성원가는 1평당 140만~150만원 선을 예상했다.
김규현 청장은 "베니스·암스테르담을 뛰어넘는 스마트 수변도시로 만들겠다"며 "지방 미분양, 부동산PF 부실 등의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모든 우려를 딛고 일어선 산단처럼 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