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개발한 '종이 없는 처방전'이 상용화를 앞두고 주목된다.
인천 서구에서 피부·비뇨기과를 운영하는 이호익 원장(인천시의사회 부회장)은 오는 16일 열리는 대한노인의학회에서 종이없는 처방전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10년 전 이 원장이 처음 아이디어를 낸 후 동료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함께 꾸준한 개발, 테스트, 법적 확인 절차를 거쳐 이번에 처음 빛을 보게 됐다.
이 대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공동 개발자들과 서로의 이니셜을 딴 'EKL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프로그램 이름도 'EKL 종이없는 처방전'이라고 지었다.
이 원장이 소개하는 프로그램 운영 프로세스는 간단하다. 의원에서 의사가 진료를 한 처방내역을 전자차트에 입력하면 관련 처방 정보가 자동으로 들어가 약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면 병원에선 환자에게 별도로 종이 처방전을 발급할 필요가 없고, 약국에서도 환자가 들고 온 처방전을 받지 않아도 프로그램에서 자동으로 입력된 처방전 내용을 확인해 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 약을 처방하는 의원과 조제 약국이 모두 종이없는 처방전 홈페이지 회원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업체는 이번 프로그램이 각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전자차트와 100% 호환이 가능하고, 환자나 약국이 원하면 출력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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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없는 처방전을 개발한 이호익 원장(EKL 대표). |
이호익 원장은 "병의원도 처방전 인쇄 비용이 계속 소요되고 있고, 약국 역시 처방전 보관 창고 구축비, 처방전 입력 업무를 하는 인건비, 문서 보관 후 파쇄비를 더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며 "종이없는 처방전은 유지비 자체가 들지 않고, 환경오염이 전혀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보고 개발, 상용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체는 우선 병원에는 무료로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한편, 사용 약국에는 최초 적립금 10만원에 처방전 1장당 40원의 이용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현재 이호익 원장이 운영 중인 인천 서구의 피부과 의원 인근 약국들과 공동 개발자가 운영 중인 의원이 위치한 전북 전주 지역 약국 10여곳이 베타테스트로 사용 중에 있다.
이 원장은 오는 16일 열리는 노인의학회에 참석하는 회원 500~600여명 개원의들이 이번 프로그램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테스트에 참여하며 이번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약국에선 향후 프로그램이 상용화되면 약국에도 용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약사는 "아직은 프로그램이 상용화되지 않았고, 사용 의원, 약국이 많지 다보니 법적 문제 등이 우려돼 처방전을 별도로 인쇄해놓고 있다"며 "하지만 별도로 처방전 내용을 입력하거나 스캐너 비용 등이 들지 않는 것은 약국 입장에서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약사는 "사용자가 늘어 보편화되고, 보관 여부 등에 전자처방전이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면 약국은 처방전 입력에 따른 비용과 수고, 보관, 파쇄에 따른 비용 등이 절감되는 만큼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