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약국에 있다가 집에 가면 눈이 뻑뻑하고 마스크를 한다고 해도 약 가루가 콧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죠. 게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약국을 꾸미려면 정말 어렵습니다."
소아과 문전 약국 약사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에서 소아과 문전약국을 운영하는 H약사는 "소아과 문전 약국 약사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약국에서 하루 종일 근무하고 집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세수하며 코를 깨끗이 푸는 일"이라고 말했다.
H약사는 "소아과 특성상 가루약 처방이 많기 때문에 아무리 집진기를 약국에 들여 놓는다고 해도 가루약 조제를 하다보면 분진이 날려 호흡기를 통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나 역시도 소아과 문전약국을 운영한 뒤로 유난히 호흡기 계통 질환에 취약해졌고 비염도 생겼다"고 토로했다.
또 하루만 청소를 안 해도 온통 흰 먼지가 쌓인 것처럼 돼 지문이 남을 정도하는 것.
이 약사는 "특히 가루약 조제는 시간이 오래 걸려 환자가 조금이라도 밀릴 경우 완전 일이 꼬여버린다"며 "아이들이 진열해 놓은 캐릭터 비타민 등을 쏟아버리기도 일쑤이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정신을 빼 놓기도 해 퇴근하고 나면 완전히 녹초가 돼 버린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약국을 꾸미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인테리어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용산구 L약사 역시 "우리 약국은 가루약 처방은 거의 없지만 간혹 산제조제가 나오는데 이 때 마다 막자와 사발을 이용해 약을 직접 갈아 준다"며 "가루약 조제가 손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1건을 조제하는 데만 10여분씩 시간이 소요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의 K약사도 "소아과 문전 약국은 가루약 조제뿐 아니라 시럽조제도 많아 약국을 운영하는 게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K약사는 짬이 날 때마다 공병에 시럽을 담아둬야 하고 심지어 부모들이 깔때기와 물약통을 4~5개씩 추가로 요구하는 바람에 이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의 한 약사는 "지난 해 모 TV프로그램에 약사들이 분쇄기를 세척하지 않고 계속해 사용한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로 부모들의 감시가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고, 일부는 아예 노골적으로 세척된 분쇄기를 보여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심지어 약사를 믿기 어렵다며 약을 통째로 가져가 직접 빻아 먹이겠다고 주장하는 부모들도 있어 자존심이 상한다고 이 약사는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 소재 한 대학병원 앞의 C약사는 "우리 약국의 경우 가루약 조제도 가루약 조제이지만 조제하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연고 조제"라며 "환자 1인당 연고 조제가 15분씩 걸려 환자가 몰릴 때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C약사는 “조제 난이도가 어려운 조제들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하는 인센티브나 보상을 해줌으로써 다른 진료과목 약을 조제하는 약사들과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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