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던 은새는
이제 더이상 그 '곱상한' 남자애가 따라오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안심한다.
"...뭐야-, 유은새.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면 어쩌겠다는거야?"
친구...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같은 삐끼 생활을 하고 있는 녀석 하나가
은새를 툭 치면서 이야기한다.
"미안해.. 잠시 뭣 좀 사러."
입술을 깨물며 일어나는 은새.
그 큰 눈이 어느새
흐리멍텅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인파를 헤치고
취객들에게 다가간다.
"여기 놀다가세요, 죽여줘요~"
취객들을 끌어당기며 소리를 높이는 은새.
덩치 큰 취객에 휘둘리는 은새의 몸은....
더욱 갸날퍼 보인다.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삐끼 일과....
손님을 끌고 오고 농락에 놀아나는건....
역겹도록 끔찍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내가 더 견딜 수 없는 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
서 있는...일.....
신이란....없다.
있다면...내가 죽여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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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 일 끝났어?"
새벽녘이 되자 기다렸는지
민우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며 진이를 부른다.
이미 졸음과 피곤함때문에
견디기 힘든 전진...
"...아... 이것도 보기보다 힘드네..."
라고 말하며 슬슬 교대 준비를 한다.
"-빨리 가서 푹 쉬어..
가자, 태워다 줄테니까."
이미 이 시간까지 노는 게 습관화(?)된 탓인지
민우는 별로 피곤한 내색도 비치지 않는다.
교대를 하고 편의점 유리문을
열며 나오는 진이와 민우.
이미 거리는 조금 한산해진 편으로
인파도 많이 줄었고 불빛도 드문 드문 꺼져 있었다.
밤공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민우 오토바이가 세워진 곳까지 걸어가던 진이는
기지개를 한 번 펴고는
아까전....그 여자애를 생각한다.
...내일도...오려나...?
...설마....
이상했다...
그 여자애가 괘씸하다기 보다는
그 눈을 생각하면
이상하게...가슴이 아파온다.
그렇게.... 될대로 되라는 식의 태도가
진이의 마음에 걸렸다.
"이거- 못 놔!!!!
개자식- 어디서 수작이야!"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전진이 놀라 고개를 돌리는데
민우가 그런 전진을 막았다.
"...놔둬... 여기선 가끔 있는 일이야...
...너 괜히...다치지 말구...."
순진한 진이가
괜히 끼어들까봐 걱정하는 민우.
그래도 전진은 영 마음에 걸리는지
소리가 나는 골목 쪽을 바라 보았다.
두세명의 남자들한테
질질 끌려가는...짧은 머리카락의...숏팬츠를 입은....
맙소사....
아까....그?
나직하게 소리를 지르며 진이는 골목길로 뛰어간다.
"진아-!! 진아!!
....저 녀석이...."
미처 민우가 말릴 새도 없이 뛰어가는 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민우도 골목길로
진이를 따라 뛰었다.
"그 여자, 놔줘-"
숨을 헉헉 거리면서
남자 아이들에게 말하는 전진을
쓰러져 있던 은새는 힐끔 바라보고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쟤, 아까 편의점에 그 애 아냐?
...쟤가 왜 여길.....?
은새를 끌고 왔던 남자애 하나가
그런 전진을 비웃으며 앞으로 나선다.
"....어쭈... 기집애같이 생겨서....
한 번 해보겠다는 거야?
왜? 너도 건드려 보고 싶냐?"
"놔 줘- 임마.. 어서-"
얼굴을 찌푸리며
깡패들에게 거칠게 말하는 전진...
"...그냥 가...."
구석에 처박혀 있던 은새가 힘없이,
그러나 또박 또박 전진에게 이야기한다.
"그냥....가, 예쁜아.
괜히...다치지 말고, 그냥...가."
언뜻 들으면 진이를 놀리는 듯한 말투.
그러나...은새의 눈은
이미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혀 있다.
전진을 바라보는 눈은.....
아까 편의점에서 귀걸이를 훔칠때와는 대조적으로
애원까지...하고 있는 듯했다.
....그냥....가.
나 같은 것....어찌되었든 상관 없잖아....
여긴....니가 사는 세계완 틀려.....
괜히....다치지 말고....그냥 가....
니가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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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대백과사전 <24> - 전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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