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외 1편
김의석
점심때마다 드나들던
식당이 없어졌다.
기름때 묻은 합판들은
새벽잠에 뜯겨져 나와
길가에 드러누운 난민이 되었고,
가장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던 간판도
대롱대롱 머리채가 쥐어 잡혀
길가 트럭 위에 나동그라지고
우애 깊던 그릇들이
헐값에 팔려나가자
가게는 한나절만에
벌거숭이 빈집이 되었다.
타일 조각 떨어져 나간
앙상한 기둥 몇 개
엑스레이 사진처럼 남아
비닐 가림막에 둘려
하룻밤이 지났을까.
삐걱거리던 출입문이 있던 자리
굵은 알파벳 글씨 현수막이
머지 않은 영주領主의 왕림을 알리고
터치스크린 주문대가 도도하게 서서
신용카드 결재를 요구하게 될
여기는 원두커피 테이크아웃
신장 개업 프렌차이즈.
꽃 피고 나면
아차 그만
꽃이 피었다.
지진에 무너져도
꽃은 핀다지만
봉오리로 있어주길
간구懇求하던 밤 뿌리치고
꽃은 기어이 피고야 만다.
이제
대춘待春의 꿈 사라지고
지는 날 서둘러
봄날은 갈 터이니
꽃이 피면 이미
또 다른 겨울
세월이란 오로지
기나긴 기다림과
잠시의 봄날일 뿐
사랑하고 헤어지던 계절이
언제인들 같지 않으랴.
무심한 꽃 기어이 피어
온통 눈이 부신 지금
철마저 그만 잊어버려
겨울옷 들이지 못해
볕자락에 쓰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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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
커피전문점 / 김의석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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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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