矛 盾
矛 : 창 모
盾 : 방패 순
(‘창과 방패’라는 뜻으로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음을 비유)
전국시대 초나라에서 무기를 파는 상인이 시장에서 방패를 흔들며 외쳤다.
“이 방패는 아주 단단해서 어떤 창이라도 막아냅니다.”
이번에는 창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이 창은 아주 예리해서 어떤 방패도 단번에 뚫어버립니다.”
곁에서 상인을 지켜보던 한 구경꾼이 물었다.
“그럼 그 예리한 창으로 그 단단한 방패를 찌르면 어찌 되는 거요?”
말문이 막힌 상인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어긋남을 비유하는 모순(矛盾)은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창(矛)과 방패(盾)를 파는 이 상인의 얘기에서 유래한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한 고대 철학자 프로타고로스에 관한 일화 중에,
어느 한 청년이 “돈이 없어도 논법을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프로타고라스가 선뜻 답했다.
“좋네, 공부가 끝난 뒤 자네가 변론하는 첫 재판에서 이기면 그 돈으로 수업료를 내게.
나에게 배운 논법이 세상에서도 통한다는 얘기니까.”
외상(?)으로 논법 공부를 마친 청년은 수업료를 낼 마음이 전혀 없는듯했다.
참다못한 프로타고로스가 청년을 고소했다.
재판정에서 마주친 청년에게 그가 넌지시 말했다.
“어차피 자네는 수업료를 내야 할 걸세.
자네가 재판에서 이기면 나와의 계약대로, 지면 재판장의 판결대로 수업료를 내야 하지 않겠나.”
청년이 바로 응수했다.
“어차피 스승님은 수업료를 받지 못합니다.
스승님 말씀처럼 재판장이 수업료를 내라고 하면 제가 재판에 진 것이니 안 내도 되고,
내지 마라 하면 재판장의 판결이니 그 또한 낼 이유가 없습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모순적 동물이다.
모순이 생기는 건 내 기준으로,
내 이익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탓이다.
우리는 주머니에 여러 개의 자를 가지고 다니다가
자기 이익에 맞춤한 자를 꺼내 세상을 재단한다.
눈금이 하나면 세상의 모순은 그만큼 줄어든다.
출처 : 한비자(韓非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