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점심 밥상머리에서 작은사위네 이야기를 꺼냈다.
일전 사위는 쉬는 날에 농구를 하다가 넘어져 무릎 부근의 인대를 다쳤고, 월요일에 수술을 받는다.
맞벌이하던 작은딸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에 1년 넘게 휴직이기에 사위 혼자 벌어서 먹고 산다.
'돈 좀 보태 줍시다. 걔들은 상해보험 등을 들지 않았기에 병원비가 많이 나온다고 하대요. 나는 돈이 없는데... 이 달 재산세도 나오고... 어쩌고 저쩌고...'
나는 아뭇소리도 하지 않았다.
남편인 나한테 돈을 내라는 무언의 암시였다.
사실이지 내 지갑도 자꾸만 가벼워져서 이제는 새털만큼이나 가볍다.
퇴직한 지가 만11년 2개월도 더 지났으니 그간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내 연금통장은 아내가 가졌고 관리하기에 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내 용돈은 내가 알아서 마련해서 썼고, 그게 무려 11년이나 더 되니까 이제는 빈털이 수준.
'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나는 내 연금에 손 하나도 대지 않았어.'
아내는 말을 돌렸다.
'남들은 재테크를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던데 우리는 하나도 하지 않았고, 보험도 하나도 들지 않았고...'
내가 대꾸했다.
'재테크해서 모두 돈 벌었대? 실패한 사람은 전혀 없고? 보험을 별도로 들지 않았다고 해도 의료보험은 있잖여?'
내 생각은 사위한테 의료보험카드가 있으면 의료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의료보험료는 내 연금액의 10%를 더 초과할 만큼이나 다달이 낸다.
몇 해 전, 의료보험제도가 개정되었고, 일정한 재산이 있으면 보험료를 추가하는 제도가 신설되었다.
그 이후로는 나 혼자만 적용된다. 서민을 벗기는 국가 횡포이겠지.
이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
내 중학교 친구 연금생활자도 불불거렸다.
아내의 의료보험은 작은딸 아니면 큰아들한테 붙어 있는지를 모르겠다.
별 수 없다.
거의 빈 껍질에 와 있는 일반통장 은행카드를 내밀었다.
'한 장 뽑아서 써.'
다음 달 10월 중순에 만기되는 통장 하나를 해체해서 충당해야 할 터.
나는 안 쓴다고 해도 다달이 백 만원 넘게 쓴다. 의료비, 병원비(당뇨, 전립선비대증), 기타 잡비도 수월할 터.
서해안 산골마을 도로변에 있는 논 한 구석이 지방도로 확장 공사로 또 토지수용될 예정이다.
앞 뒤가 터진 긴 농로구간인데도 새로 확장되는 지방도로는 경사지가 높아져서 농로 한 군데를 완전히 폐쇄한다기에 '다리를 놔서라도 농로를 연결해 달라'고 떼를 쓰듯 승락하지 않았다. 지금껏 보류 중이다.
정부 공공기관을 이기는 개인이 있던가?
토지공사에서 강제로 집행할 것은 뻔한 이치. 조금 보상되면 당분간 내 용돈은 되겠지.
예전처럼 지방도로와 연계해야 농사 짓기에 편리할 터.
내 지나간 시간들을 잠깐 되돌아본다.
퇴직한 뒤에 재취업하지 않은 채 그참 시골로 내려가서 그때까지 혼자 살던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텃밭농사를 지었어도 돈 한 푼도 생기지 않는 건달농사꾼.
시골 5일장에 나가서 화초나 사다가 심고... 어쩌고를 했을 뿐 땡전 한 푼 건진 바도 없는 엉터리농사꾼.
이런 나였기에 주머니는 자꾸만 비워져갔다.
퇴직 뒤에 딸 둘 시집 보냈고, 큰아들 장가 보냈고, 늙은 어머니와의 생활비, 병원비, 돌아가신 뒤의 장례비, 그 이후의 재산상속비 등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그저 아찔하기만 했다..
다행히도, 정말로 고맙게도 고향 앞뜰과 앞산이 전부 토지수용되었고, 나도 조금이라도 보상비를 받았기에 빚 없이도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또 비어가는 통장 잔고.
또 어찌 되겠지 하는 심정이다.
지금껏 어렵게 살기는 했어도 죽는 운수는 아니었기에 그럭저럭 살아왔고, 버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게다.
내 희망사항일까?
작은딸.
남편이 인대 수술받아야 하는 날에 딸도 병원에 갈 터.
내 아내가 외손자를 봐주겠다고 한다. 외손주는 생후 14개월 째로 접어든다.
지금 감기에 걸려서 병원으로 데려갈 수도 없을 터.
작은사위네는 지극히 서민이다. 사둔네는 충남 태안군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한다고 한다. 안사돈은 건강까지 약해서...
작은딸의 심적 부담이 클 터.
늙은 친정어미가 들락거리면서 마음으로나마 함께 할 게다.
나는 사람 무뚝뚝해서 이렇게 잡글이나 쓰면서 나를 달랜다. 아무런 능력도 없는 백수이기에...
첫댓글 지갑은 비었어도
마음은 가벼우시겠지요.
예
그랬지요.
욕심을 내지 않았으니까요.
내 것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았지요.
술 담배도 안하고, 외국여행도 안 하고... 아무런 취미도 능력도 없이 그저 조용하게 살았지요.
욕심을 내지 않았기에...
그렇다고 해서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요.
최선생님 공직에 계셨으니
생활비 걱정하지 않는 점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심장수술로 작년말부
터 직장을 쉬어서 그야말로
빈사 상태로 삽니다.
최선생님이 무척 부럽습니다.
좋은 곳에서 비싼 아파트에
사시는 점 또한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진심입니다.
고향 농토 위로 도로가 설치된다고 사인의 토지에
대하여 공용수용 결정을
행정기관에서 내리면 개인
을 속수무책으로 토지를 내
놓게 됩니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가 없고
보상만 받을 것입니다.
공공사업이겠지만 국가적
필요에 의해서 피땀어린 땅
을 수용하는 것은 법과 국가의 횡포일지도 모릅니다.
상당한 보상을 해 줄 것이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세유.
잠실아파트 비싼 거?
나중에 세금 낼 생각은 전혀 안 하세요?
제 아내는 제발 좀 1/3로 떨어져라고 기도하고요.
나는 1/10로 떨어져라고 없는 신한테 부탁하지요.
나중에 상속할 때 세금 엄청나게 나옵니다. 내가 죽으면 내 아내는 그거 팔아야 세금 충당내고는 어디론지 이사해야겠지요.
집이 없는 내 자식들은 어떻게 집을 마련하나요?
아파트 값은 미쳤어요.
가진 자 위주의 경제정책이대요.
시골 땅값은 똥값.
논 한 평이 아마 5만 원수준...
토지가 강제로 수용되는 겨우 10만 원대이겠지요.
그거 몇 평이나 수용될까요?
제 고향은 산골이라서 가격이 별로 없거든요. 또 10년이 넘게 토지수용 운운했으니 공시지가가 제대로 올랐을까요?
@최윤환 다행히도 공직생활 30년이 넘기에 연금생활자이지요.
욕심 안 내면 그럭저럭 최소한의 생활은 합니다.
국민한테 고맙기도 하고요.
`
@최윤환 최선생님 말씀은 타당하
고 정당하지만 부럽기는
합니다.
좋은 의미에서 진심입니다.